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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車시대' 연다 …디스플레이 SF영화라도 본 듯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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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車시대' 연다 …디스플레이 SF영화라도 본 듯한 기분

바이튼 개발 차 'M 바이트' 48인치 경이적 전용 디스플레이 채용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는 유달리 눈에 띄는 기술들이 대거 선보였다. 자료=CES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는 유달리 눈에 띄는 기술들이 대거 선보였다. 자료=CES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세계 최대의 규모와 영향력을 가진 가전·IT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세계 최첨단의 기술과 제품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1월 8일(현지 시간)부터 11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는 유달리 눈에 띄는 기술들이 대거 선보였다. 그중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역시 자동차에 쏠렸다. 특히 초대형 자동차 디스플레이를 본 사람은 마치 SF영화라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 디스플레이 '대형화'는 미래 자동차의 트렌드


"이것은 SF가 아니다" 중국계 신흥 전기자동차(EV) 메이커 '바이톤(拜腾·Byton)'의 카르스텐 브라이트필드(Carsten Breitfeld)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각국의 참가자들이 모인 기술 콘퍼런스 단상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이 말과 함께 브라이트필드가 소개한 것이 바로, 바이톤이 개발한 자동차 'M 바이트(M-Byte)'에 탑재된 48인치(1.22m)라는 경이적인 크기의 전용 디스플레이였다.

바이톤이 개발한 자동차 'M 바이트(M-Byte)'는 48인치(1.22m)라는 경이적인 크기의 전용 디스플레이를 채용했다. 자료=바이톤이미지 확대보기
바이톤이 개발한 자동차 'M 바이트(M-Byte)'는 48인치(1.22m)라는 경이적인 크기의 전용 디스플레이를 채용했다. 자료=바이톤
M 바이트는 올 하반기에 생산이 시작될 예정인 모델로, 세계 1위 액정표시장치디스플레이(LCD) 업체로 등극한 중국 '징둥팡(京東方·BOE)'이 공급하는 거대 자동차 전용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인터넷 접속 기능을 강화한 차량의 대두에 따라, 미래 자동차 시장의 중요한 트렌드라 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대형화'가 부인할 수 없는 시대적 대세라는 사실을 나타낸 결과라 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를 산하에 둔 독일 다임러(Daimler)의 고든 바그너 최고디자인책임자는 "자동차 전용 디스플레이는 디지털 세계로 열린 창이다. 자동차에게 있어서 새로운 '마력'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제 메르세데스가 CES 2019에서 공개한 EQ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 크로스 오버 차량 'EQC'에는 2개의 10.25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어 고급스러움과 실용성을 어필했다.

메르세데스 EQ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 크로스 오버 차량 'EQC'에는 2개의 10.25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자료=메르세데스이미지 확대보기
메르세데스 EQ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 크로스 오버 차량 'EQC'에는 2개의 10.25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자료=메르세데스

이러한 자동차 디스플레이의 사이즈 업(UP) 추세는 미래형 EV나 고급승용차에만 머물지 않는다.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스(FCA)의 2019년형 픽업트럭 '램(RAM) 1500'은 대시 보드에 12인치 크기의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으며, 센터 콘솔뿐만 아니라 주행과 관계되는 기능을 담는 계기판이나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기능용 디스플레이도 대형화하고 있다.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스(FCA)의 2019년형 픽업트럭 '램(RAM) 1500'은 대시 보드에 12인치 크기의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자료=FCA이미지 확대보기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스(FCA)의 2019년형 픽업트럭 '램(RAM) 1500'은 대시 보드에 12인치 크기의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자료=FCA
또한 아우디 등 센터 콘솔과 계기판을 통합하고 있는 자동차 메이커들은 운전석을 '콕피트(Cockpit : 항공기나 보트 등의 조종석)'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는 바이톤의 M 바이트에서 볼 수 있는 와이드한 대형 화면과 함께 강화된 고성능 컴퓨터의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동시에, 자동차 메이커들이 후방 확인용 카메라에서부터 디지털 백미러의 화상을 비추는 디스플레이를 추가하는 한편, 이미지를 앞 유리창에 떠오르게 해 드라이버에게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시장도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에서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에 관한 조사를 지휘하는 브라이언 로즈는 "태블릿과 같은 자동차 디스플레이가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결코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분명 트렌드가 되고 있다"며 "우리는 디스플레이 중심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센터 콘솔의 자동차 디스플레이의 평균 사이즈는 2018년에 7.7인치였지만, 2024년에는 8.4인치로 확대될 것으로 IHS 마킷은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가장 성장이 현저한 기술은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이런 종류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는 차량은 현재 전 세계에 약 6330만대이지만, 5년 후인 2024년에는 1410만대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로즈는 전망했다.

■ '사용자 마음은 뒷전', IT 거두와의 경쟁이 빚은 '부작용'


인터넷의 연결과 디스플레이 대형화가 미래 자동차의 트렌드가 되고, 그로 인해 자동차에 IT 업계들이 가세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존 메이커들과 신진 IT 세력 간의 밥그릇 다툼은 부작용을 초래했다.

가장 먼저 드라이버들을 놀래키고 라이벌 자동차 메이커를 당황하게 한 것은, 2012 년 17인치 LC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모델S'를 발매한 미 EV 선도업체 테슬라였다. 이후 애플과 알파벳 산하 구글이 센터 콘솔의 자동차 디스플레이를 통해 음악 스트리밍이나 네비게이션의 등의 응용프로그램에 액세스하는 기능을 갖춘 '카플레이CarPlay)'나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와 같은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리고 이들이 선보인 시스템이 세간에 화재가 되면서 자동차 메이커들은 앞다투어 테슬라를 능가하는 더 큰 디스플레이를 채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게다가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영역에 IT 거두 애플과 구글이 합승한 것으로 자동차 메이커들에게는 절박감이 수반되는 자기반성을 재촉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신형 자동차들의 스마트화는 더욱 가속화됐다. 그러나 메이커 각사로서는 경합하는 테크놀로지 기업에게 이렇게 귀중한 '진지'를 내주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치욕이었다. 결국 IT 업계들과의 보이지 않는 긴장 관계는 지금도 자동차 업계 내부에서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남았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자동차 분석가로 수석 연구실장인 마이크 램지는, 애플과 구글의 시스템을 완전하게 도입해 최적화하는 것에 대해서 "일부 자동차 업체들은 수동적으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로 인해 시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저(사용자) 체험이 좋지 않은 결과를 남긴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디스플레이의 사이즈를 크게 해도 실제로는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램지는 우려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컨슈머리포트는 소비자로부터 디스플레이 기능 정지나 표시 불능이 보고된 것을 이유로 FCA와 포드, 혼다의 4차종에 대한 권장을 철회하기도 했다.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IT 업체의 자동차 산업 진출을 우려한 자동차 메이커들의 직접적인 참여다. 명품 자동차를 설계·제작하는 베테랑이지만 IT에 대해서만큼은 초보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로즈는 "자동차 메이커 주도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설계하게 되면 매우 큰 과제가 남게 된다. 그것은 그들의 전문 분야기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전통 자동차 메이커와 IT 기업의 진정한 협력이 없다면 '혁신'도 이룰 수 없다. 자동차 메이커는 구글과 애플 등 IT 기업에게 고유 영역을 양보하고, IT 기업은 자동차 메이커를 독려해 기술을 통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 정신'을 가지는 것이 미래 자동차 산업의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 디스플레이에 담겨야 할 옵션 중 최고는 '안전성'


일각에서는 디스플레이가 대형화됨에 따라 "운전중인 드라이버를 산만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냐"고 우려한다. 하지만 자동차 메이커들은 디스플레이를 대형화함으로써, 신호가 빨간색으로 바뀐다는 예측과 함께 전방의 사고 경보나 혼잡 상황 등 지금까지보다 훨씬 많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여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심제로 메이커들은 작은 디스플레이에 담긴 수많은 옵션 중에서 목표로 하는 것을 어렵게 찾는 동작이 드라이버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반문하며, 대형 디스플레이는 "산만함보다는 오히려 운전에 편리성을 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CES 2019에서 48인치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선보인 바이톤은 드라이브의 주의를 돌리지 않는 형태로 시각적으로 효과적인 정보를 제공할 공간을 마련했다고 어필했다.

차량에 장착된 대형 디스플레이의 필요성과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동차 메이커와 기술 제공자의 주장보다는 소비자와 드라이버의 견해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고에 대해 목숨을 담보해야 하는 사람은 드라이버와 탑승자이기 때문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