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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동유럽 혁명 30주년 강권 정치 '再등장'…EU와 대립도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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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동유럽 혁명 30주년 강권 정치 '再등장'…EU와 대립도 심화

EU 동서 화합에 대한 혼란 속 중·러 접근성 확장

구소련권 공산당 독재 체제에서 해방됐던 동유럽 국가들의 혁명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자료=이스턴프론트이미지 확대보기
구소련권 공산당 독재 체제에서 해방됐던 동유럽 국가들의 혁명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자료=이스턴프론트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구소련권 동유럽 국가들이 1989년 공산당 독재 체제를 잇따라 쓰러뜨렸던 혁명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각국은 민주화의 길을 걸어왔지만, 최근에는 강권 정치가 다시 등장하는 등 과거의 노력을 후퇴시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과의 대립도 증가하고 있다.

'동서의 균열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 2019년 EU의 새로운 과제로 부상했다.

■ 루마니아, 순회 의장국으로서 적합성 논란


"(EU) 가맹국을 이끄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EU의 장클로드 융커 유럽위원장은 지난해 말 독일 미디어에 이렇게 불평을 토로했다. 화살은 올해 1일부터 반년간 EU 순회의장국을 처음으로 맡아 업무에 착수한 루마니아다. 이는 국내적으로 정치적 혼란에 빠져 있는 루마니아가 과연 순회의장국으로서의 적합성이 있느냐를 놓고 불안감을 표시한 것이다.

EU 최빈국 중 하나인 루마니아는 현재 부패가 심각한 상태다. 그동안 EU의 특별 감시하에 개혁을 추진해 왔던 루마니아지만, 2016년 사회민주당이 재집권하면서 부패방지국의 장관을 해임하고 수사의 장애물을 높이는 등 법정 개정을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유럽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루마니아의 개혁이 후퇴하고 있다"는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EU 의장국은 가맹국의 조정 등을 담당하고 영국의 EU 탈퇴도 과제로 삼고 있다. 융커 위원장은 "다른 사람에게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의장국의 자각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루마니아 최대의 실력자로 부패 사건에 추궁당하고 있는 드라그네아 사민당 당수는 "이류 국가에 해당하는 취급은 이제 인정하지 않겠다"고 EU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게다가 루마니아 내에서는 헝가리와 폴란드의 강권 정치를 본뜬 불안도 감돌고 있다.

■ 헝가리·폴란드, EU 제재 절차 압력에도 '강권정치 초강세'


법의 지배와 표현의 자유 등을 뒤흔들고 있는 헝가리와 폴란드는 EU의 '제재 절차 압력'에도 불구하고 굳건한 강세를 절대 무너뜨리지 않겠다는 눈치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는 지난 5일(현지 시간) '노예법'이라고 비판받는 노동법 개정 등에 대한 항의 시위가 지난해 말에 이어 재개되면서 야당 등 수천명이 결집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의회 세력을 가진 오르반 총리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서유럽은 야당을 이용해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려고 하고 있다"고 시위를 비판한 후 "20세기에 빼앗긴 자존심을 되찾겠다"고 주장했다.
폴란드 마테우스 모라비에츠키 총리 또한 지난 2일 영국 언론에 동유럽의 권위주의적인 경향에 대한 비판을 '완전한 실수'라고 주장하며, "개혁이 필요한 것은 EU다"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폴란드 보수계 여당 법과정의(PiS)는 5월 유럽 의회 선거를 앞두고, EU에 회의적인 이탈리아 여당과의 동맹 관계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 EU 동서 화합에 대한 혼란속 중·러 접근성 확장


EU와 대치하는 동유럽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을 향한 친밀한 눈길도 눈에 띈다. 헝가리 오르반 총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들을 찬양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은근히 접근하고 있으며, 체코에서는 지난해 말 정보기관이 중국과 러시아의 첩보 활동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제출하자, EU에 비판적이고 친중·친러파인 밀로시 제만 대통령은 이를 '히스테리'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는 EU의 동서 화합에 대한 혼란의 중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접근할 수 있는 틈이 갈수록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강권 정치가 다시 등장하는 최근 동유럽의 상황에 대해 독일 신문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포퓰리즘이나 내셔널리즘은 동유럽에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견해와 함께, 서유럽과 동유럽 사이에는 '사제관계'와 같은 의식이 강하게 남아있는데, 동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EU가 동유럽과 서유럽의 화합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