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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 '보릿고개', 연초부터 허리띠 졸라매기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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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 '보릿고개', 연초부터 허리띠 졸라매기돌입

희망퇴직·디지털 강화 결국 비용 감축 일환
페이퍼리스·조직 효율성 강화 등 졸라매기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이효정 기자] 올해 카드업계에 유례없는 보릿고개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인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결제시장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뒤늦게 글로벌 사업 등 새 먹거리 창출에 나선다고 해도 바로 이익을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카드사들이 비용을 줄이고 조직을 슬림화하는 등 허리띠를 더 졸라맬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카드사 CEO "올해도 허리띠 졸라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 개편안에 따라 이달 말부터 카드 수수료율이 지난해보다 0.61~0.65%포인트 인하된다.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은 나날이 높아지는데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에 서울시가 추진하는 '제로페이' 등 결제 시장 변화에 따른 경쟁 심화로 카드업계는 사면초가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내놓은 신용카드업 전망보고서를 통해 "신용카드업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 개편, 조달금리, 연체율 상승 등으로 단기 수익성 전망은 부정적"이라고 내다보며 "비경상 손익을 제외하면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시현중이지만 단기 수익성은 저하될 것으로 보고 수익성의 하락폭을 비용 절감을 통해 통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드사들은 실제로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행하고 있다.

KB국민카드가 지난해 초에 이어 올해에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현대카드도 창업 프로그램과 연계된 희망퇴직을 절차를 진행중이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초 200명을 감축한 바 있다.
인건비 줄이기외에도 전방위적인 비용 감축은 올해 카드업계 전체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은 최근 신년사를 통해 "모든 사업 분야의 정교화로 기존사업의 내실을 튼튼히 해야 한다"며 "영업·마케팅·금융 부문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전사 조직별 손익 관리 체계를 도입해 영업과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손익·성과 측정을 정교화하겠다"고 밝혔다.

일례로 독립 조직이었던 애자일(Agile) 조직을 본부 중심으로 확대 개편하는 등 조직 효율화를 꾀할 계획이다. 애자일조직은 셀(cell) 단위의 작은 조직 규모로 부서의 경계 없이 창의적으로 일하는 조직 형태를 말하는데, 작은 규모로 불필요한 비용 등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도 마케팅 비용 지출에 대한 개선방을 찾는 한편, 현재 VAN 수수료 체계 개선, 각종 문서 발송으로 인한 비용을 줄이는 페이퍼리스(Paperless) 사업 추진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 디지털 등 신사업 강조…결국 '비용 감축'과 연계

일각에서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카드사들은 글로벌 사업, 리스·대출, 디지털 플랫폼 등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먹거리가 이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신한카드는 인도네시아 등 해외 진출에 나섰지만 아직 크게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고 신규 진출한 베트남 시장은 이제야 문을 두드리는 수준이다. 국민카드와 롯데카드는 지난해에 각각 캄보디아와 베트남에 진출했다.

이 때문에 새로운 먹거리들이 성과를 낼 때까지 카드사들은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디지털'을 통해 비대면 채널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QR코드 결제 서비스 등 새로운 트렌드에 쫓아간다는 의미도 있지만 디지털 플랫폼 강화를 통한 비대면 채널 강화로 비용을 줄이겠다는 심산도 내포돼 있다.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는 신년사에서 "지난해 '롯데카드 라이프'를 출시하며 플랫폼 회사로 거듭났다"면서 "유치, 심사, 마케팅, CRM 등 모든 업무 영역의 디지털화에 힘써 타사와 디지털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협업(Collaboration)’을 통한 효율성 개선"을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꼽으며 "디지털화,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 RPA) 등 업무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상호간에 무엇이 부족한지 찾아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PA는 사람이 반복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단순 업무를 대신 할 수 있는 로봇 소프트웨어 솔루션으로 인공지능(AI)를 업무에 도입하는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다.

디지털화는 다양한 플랫폼 활성화 등으로 수익 다각화에 활용될 수 있지만 그 단계 이전에 당장은 비대면 확대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불필요하게 새는 자금을 막는데 우선 한다는 의미다.

롯데카드와 같이 다른 카드사들도 같은 맥락에서 디지털화를 강조하고 있는 이유다.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도 신년사를 통해 "모든 업무의 디지털 및 모바일화를 통해 페이업체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저마진 이익구조에서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며 "비용 감축과 고객 편의성 또한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효정 기자 lh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