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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서정진의 은퇴 발표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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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서정진의 은퇴 발표 멋지다

2020년 말 회사 물러나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하겠다고 밝혀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한마디로 멋진 은퇴다. 회사 오너가 자리를 내놓는다는 게 그리 쉽지 않다. 그것도 자기가 직접 만든 회사다. 얼마 전 코오롱 그룹 이웅열 회장이 은퇴를 선언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이 회장은 3세 경영인. 이번에는 셀트리온 창업자 서정진 회장이 내년 말 은퇴를 선언했다. 마치 중국의 마윈 알리바바 회장을 보는 것 같다. 우리나라 재벌 회장들은 서 회장의 은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 좋은 자리를 왜 놓아”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서정진. 이름 석자만 들어도 월급쟁이들은 그를 부러워 한다. 맨땅에서 기적을 일군 사람이기도 하다. 현재는 10조원대의 주식 부자가 됐다. 삼성 이건희 회장에 이어 국내 2위다. 자수성가형으로는 단연 1위. 그런 사람이 회장 자리를 내려 놓겠다고 하니 관심을 모을 만하다.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단다. 한국에서 최초가 아닌 가 싶다.
"2020년까지 해외 직접 판매망을 갖추는 작업을 끝내면 회사 경영을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 모인 취재진은 서 회장의 이 같은 발언에 귀를 의심했다. 은퇴 시기를 못박았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화이자 등 38개 해외 제휴사에 지급해온 판매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국에 판매 법인을 설립해 직판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2020년까지 직판 체제 구축을 마치는 대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셀트리온이 이처럼 직접 판매에 나서기로 한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동일한 성능의 바이오 복제약들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각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약가를 내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그러나 "세계 대부분 제약사가 점차 협력사와 제휴를 통해 유통 비용을 줄이는 추세인데 거꾸로 독자 유통 체계 구축에 나선다면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서정진식 유통망 구성에 우려를 나타낸 것.

셀트리온은 2년 뒤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될 것 같다. 서 회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직원들에게도 2년 뒤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내가 물러난 이후 회사 경영은 후배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계열사에 있는 장남에게는 이사회 의장을 맡겨 소유와 경영이 분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 회장의 장남 서진석씨는 화장품 계열사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로, 서 회장 차남은 셀트리온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서 회장 동생 서정수씨는 화학의약품 계열사인 셀트리온제약 대표다.

우리나라 5대 그룹만 보자.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도 서 회장의 이번 결정은 뜻밖이다. 자신감의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내가 아니어도 된다는. 그렇다. 맡기면 더 잘 할 수도 있다. 셀트리온의 전통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누구도 하지 못한 길을 가려고 하기에.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