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이름 석자만 들어도 월급쟁이들은 그를 부러워 한다. 맨땅에서 기적을 일군 사람이기도 하다. 현재는 10조원대의 주식 부자가 됐다. 삼성 이건희 회장에 이어 국내 2위다. 자수성가형으로는 단연 1위. 그런 사람이 회장 자리를 내려 놓겠다고 하니 관심을 모을 만하다.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단다. 한국에서 최초가 아닌 가 싶다.
셀트리온이 이처럼 직접 판매에 나서기로 한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동일한 성능의 바이오 복제약들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각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약가를 내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그러나 "세계 대부분 제약사가 점차 협력사와 제휴를 통해 유통 비용을 줄이는 추세인데 거꾸로 독자 유통 체계 구축에 나선다면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서정진식 유통망 구성에 우려를 나타낸 것.
셀트리온은 2년 뒤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될 것 같다. 서 회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직원들에게도 2년 뒤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내가 물러난 이후 회사 경영은 후배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계열사에 있는 장남에게는 이사회 의장을 맡겨 소유와 경영이 분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 회장의 장남 서진석씨는 화장품 계열사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로, 서 회장 차남은 셀트리온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서 회장 동생 서정수씨는 화학의약품 계열사인 셀트리온제약 대표다.
우리나라 5대 그룹만 보자.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도 서 회장의 이번 결정은 뜻밖이다. 자신감의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내가 아니어도 된다는. 그렇다. 맡기면 더 잘 할 수도 있다. 셀트리온의 전통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누구도 하지 못한 길을 가려고 하기에.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