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돝섬’ ‘돗진’ ‘저명산(猪鳴山)’...
지역별로 전남이 27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남 21개, 전북 16개, 경북 13개 등의 순이었다.
지리정보원은 “대부분 남쪽 지역에 풍요로운 곡창지대가 있는 곳”이라며 “상대적으로 먹거리가 풍부한 지역에서 가축으로 돼지를 많이 길러 주변 지명에 돼지가 자주 사용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돝섬’은 옛 가락국 왕의 미녀가 자신을 탐하는 왕을 피해 도망다니다 황금돼지로 변해 이 섬으로 사라진 후 돼지가 누운 모습의 섬이 됐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돝’과 ‘돗’은 돼지의 옛말이다. 이 섬에서 염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이야기와 섬에 있는 황금돼지상도 이러한 전설과 관련있다.
경기 이천시의 경우 병든 홀어머니를 모시던 효자가 절벽에서 약초를 뜯던 중 산돼지 울음소리가 들려 그 소리를 듣고 효자가 추락사고를 면했다는 전설 때문에 저명산(猪鳴山)이라 칭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돼지는 예로부터 제천의식의 제물로 사용됐고 신통력이 있는 영물이자 길조를 나타내는 동물로 인식됐다.
전북 김제시의 ‘사직’, 경북 울진군의 '돗진', 충남 당진시의 '이배산' 등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돼지를 제물로 바친 곳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돼지가 복을 상징하는 것만은 아니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성으로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멧돼지는 두려움과 근심의 대상이기도 했다. 경북 의성군 '도직골', 경북 문경시 '돌마래미', 강원 삼척시 '돗밭골' 등은 돼지가 많이 나타나 농작물에 피해를 줘 유래된 지명이다.
마을의 형상이 돼지머리, 돼지코 등을 닮았다고 해 유래된 지명도 있다. 충남 보령시 '도투머리', 충남 태안군 '둔두리'는 마을 모습이 돼지머리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이처럼 이름이 정해졌다.
취재=이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