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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독자판단 AI탑재 전투형 드론' 개발경쟁 최후의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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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독자판단 AI탑재 전투형 드론' 개발경쟁 최후의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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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김경수 편집위원]

붉은 흙이 드러난 중국의 산맥을 119대의 드론(무인기)이 새 떼처럼 날았다. 인공지능(AI)이 기체를 제어하고 집결과 분산을 반복한다. 공격목표를 발견하자 2개의 편대로 나뉘어 빙 둘러쌌다. 파일럿은 없고 지상에서의 지시도 없다.
이는 지난 5월 중국의 국유기업 ‘중국 전자과기집단’이 개최한 AI기술 발표회에서 이 회사가 세계기록이라고 자랑한 고정날개 드론의 군집비행 실험의 비디오 장면이다.

이 영상에서는 ‘생물이 무리를 이루는 것은 종의 생존 때문이며, 드론 군집은 미래의 전쟁에서 승리의 열쇠를 쥔다’ 설명에 이어 북미지도가 나왔다. ‘공격’이라는 문자와 함께 가공의 CG영상이지만 인공위성을 통해 지령이 보내지고, 무수한 드론에 의한 공격으로 고층빌딩이 늘어선 미국의 도시가 불에 휩싸였다. 발표회장에 모인 군이나 기업, 대학 관계자 등 약 300명은 숨을 죽이고 이를 바라봤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1,218대의 드론이 밤하늘에 스키선수와 올림픽 엠블럼을 수놓으며 기술진화를 세계에 알렸다. 그것을 기술적으로는 훨씬 웃도는 AI를 탑재한 공격형 드론은 미·중이 개발에 격전을 벌이는 최첨단 분야다.

2016년 10월 미 국방부는 캘리포니아 주 에드워즈 공군기지가 있는 차이나레이크에서 F18 전투기 3대에서 103대의 고정날개 드론을 띄우는 실험을 했다. 드론은 목표를 향해 집단으로 의사결정하면서 편대비행을 했다. 애슈턴 카터 당시 국방장관은 이 최첨단 이노베이션은 미국을 적국보다 한 발 앞서가게 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중국이 119기에 기록 갱신 한 것은 미국의 발표로부터 불과 반년 후였으며 중국 측은 현재 200대의 군집비행에 성공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인간이 원격으로 조작하는 공격형 드론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일찌감치 실전 도입했다. 그리고 중국산도 이미 실전에 투입되고 있다고 여겨지고 있다.
이라크군이 찍은 항공촬영 영상을 보면 주택밀집지 골목길을 오가는 서너 명의 사람 그림자를 드론에서 찍은 항공촬영 영상이 포착되면서 이를 작은 사각형으로 조준했다. 다음 순간, 폭발의 섬광과 연기가 피어올랐다. 현장은 이라크 중부 라마디로부터 서쪽으로 40Kmn 떨어진 과격파 조직 ‘이슬람국(IS)’이 지배하고 있던 장소다.

이라크군 고위관리는 이를 ‘CH4(중국명·사이훙4)가 표적을 공격했을 때의 영상이라고 밝혔다. 국유기업인 중국항천과기집단이 만든 드론으로 IS가 전 국토의 3분의 1을 지배하에 둔 2015년 이라크는 최소 3대를 도입해 260번 이상 실전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은 당초 미국 산을 사고 싶다고 희망했다. 그러나 미국은 기체가 테러조직으로 넘어가면서 사실상 동맹국 이스라엘의 위협이 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매각을 꺼렸다. 거기에 중국이 수출공세를 걸었다. 중국은 ‘2개월 이내’의 조종기술 훈련까지 제공했다. 이 계획에 참여한 고위 관리는 “중국 측은 우리를 지도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수리나 부품의 조달도 빠르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한편, 중국은 이러한 실전을 바탕으로 성능 향상을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고 여겨지고 있다.

드론 공격의 판단을, 사람을 거치지 않고 기술적으로는 AI가 대체될 가능성마저 있을 수 있다. 사이버 공격과 그 방어, 전술입안을 AI가 담당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대인(對人)이라는 전쟁개념을 바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중국과학보에 따르면 허베이성에 있는 군 연구기관 ‘국방대학연합작전학원’이 2017년 9월 군사전문가 5,000명이 참가한 ‘워 게임(작전연습)’을 진행했으며, 선발된 사람과 AI가 동시에 8개의 ‘전쟁’을 했다. 결과는 7대1로 AI의 완승이었다. “AI는 인간보다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공격의 타이밍이나 장소를 계산하고 있었다”라고 참가자는 말했다고 한다.

AI의 미래상을 생각할 때, ‘싱귤래리티(기술적 특이점)’라고 하는 말이 사용된다. 이는 AI가 인간의 지성을 넘어 세계를 뿌리부터 바꾸어 버리는 전환점을 말한다. 신(新)미국안전보장센터의 엘사 카니아 연구원은 전쟁의 자동화나 고속화가 진행되어 인간의 능력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게 되는 시점을 ‘전장의 싱귤래리티’라고 정의한다.

그는 중국군 내에 이때를 내다보고 전략을 짜는 전문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군은 군사행동에 사람의 판단을 개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분명하지만, 중국군은 스피드가 우위를 점한다는 실리적인 사고를 하는 것 같다.


김경수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