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에는 환경부 블랙리스트도 나왔다. 자유한국당이 이를 공개하자 환경부가 처음에는 그런 자료를 만든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자정 무렵 시인했다. 김태우가 요청해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윗선에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를 누가 액면 그대로 믿겠는가. 해명을 해도 어정쩡하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한국환경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환경부 산하 8개 기관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 사표 제출 예정 여부 등이 담겼다. 문건 상단에는 '한국환경공단 외에는 특별한 동요나 반발 없이 사퇴 등 진행 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고 아래 주석에는 사표 제출 요구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사유가 적혀 있다. 아주 구체적이다. 어디에 쓸 건지 용도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이런 명단 작업이 환경부에서만 진행됐을까. 그럴 리 없다고 본다. 전부처에서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환경부는 산하기관이 그리 많지 않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얼마나 더 많은 부처에서 이런 식으로 블랙리스트를 관리해 사람들을 쫓아내고 빈자리에 자기 사람을 앉히는 작업이 활발히 벌어졌을지 짐작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김동진 환경부 대변인은 한국당이 문건을 공개하자 "내부 확인 결과 그런 문건을 작성한 적도 없고 청와대에 보고한 적도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자정쯤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청와대 특감반 김태우 수사관이 1월 중순께 환경부 감사담당관실에 환경부 및 산하기관의 현재 동향을 파악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뒤늦게 인정한 셈이다.
박근혜 정부를 보자. 블랙리스트 건으로 여러 사람이 구속됐다. 박근혜 정부와 다른 게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인가. 낙하산 인사는 이전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이 같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지 않았겠는가. 국정조사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것도 그냥 어물쩍 넘겨서는 안 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지 말라.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