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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화학업계, 신(新)성장사업으로 유가하락에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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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화학업계, 신(新)성장사업으로 유가하락에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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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윤수민 디자이너
[글로벌이코노믹 백승재 기자]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정유화학업계 4분기 실적에 ‘찬바람’이 예상된다. 다만 증설투자와 비(非)정유 부문 성장동력 확보로 내년 실적은 낙관적이다.

지난 3분기 기준 국내 정유 4사 누적 영업이익은 SK이노베이션 2조3991억원, GS칼텍스 1조5013억원, 에쓰오일 9738억원, 현대오일뱅크 8674억원이다. 4곳의 합산 누적 영업이익은 5조7416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이후 업계에서는 올해 합산 누적 영업이익이 8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공급과잉에 따른 유가 하락으로 4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4.8달러까지 떨어진 정제마진은 이달 더 악화됐다. 미국 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45달러까지 떨어져 10월 고점 대비 40% 가량 하락했다.

증권업계는 4분기 정유업계 영업이익이 3분기에 비해 8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4분기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의 합산 영업이익은 3분기에 비해 88.2% 감소할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4000억원이 넘는 재고 관련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학업계도 4분기 실적 전망이 어둡다. LG화학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9565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15.43% 줄었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케미칼도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5.64%, 28.60%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유가하락은 정유업계는 부정적으로, 화학업계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번 유가하락처럼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이 맞물리면 화학업체들도 제품가격 하락 압박이 커지는 등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내년 실적은 견조할 것이라 게 업계 전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이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원유를 감산하기로 해 유가 안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1분기 가동을 목표로 1조원 규모 탈황설비(VRDS) 증설을 추진 중이다. 유가가 요동치더라도 저유황유 공급을 안정시켜 사업 증설에 따른 리스크를 상쇄하겠다는 얘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신(新) 성장동력으로 꼽은 배터리 부문이 약진한 점도 회사에 힘을 더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부문 파이를 늘려 정유부문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을 핵심전략으로 삼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 3분기에 전체 영업이익의 16.4%를 차지했던 석유화학부문 비중을 32.3%까지 끌어올렸다. 지난달 가동에 들어간 울산 잔사유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다운스트림시설(ODC) 실적이 반영되기 시작하면 이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GS칼텍스 역시 비정유 부문 성장세가 내년 실적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분기 GS칼텍스 석유화학부문 영업이익은 1384억원으로 2분기에 비해 130.9% 증가했다. 총 2조6000억원을 투자하는 전남 여수 올레핀 생산시설 증설 프로젝트가 끝나면 미래 성장 동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GS칼텍스 관계자 설명이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도 증설투자와 신사업 발굴로 성장동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문, 전기차전장부문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으며 한화케미칼과 롯데케미칼도 해외 공장 증설 등으로 활로 개척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관련업계는 내년 상반기까지 먹구름이 드리워질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공급이 늘어 수요가 둔화되는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이라며 “미중무역분쟁 등 불확실성 요인이 크기 때문에 단기간 모멘텀 회복은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불황이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