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업계의 어려운 상황은 오프라인 매장뿐만 아니라 온라인 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주 영국의 온라인 패션뷰티 소매업체 '에이소스(ASOS)'가 "11월 실적이 예상에 크게 못미친다"며 올해의 이익 전망을 낮추자, 미국의 소매 시장도 소비 부진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미국 아마존닷컴의 주가마저 동반 하락했다.
이어 영국의 다국적 기업 'ABF(Associated British Foods)'와 캐주얼 브랜드 '슈퍼드라이(Superdry)', 이탈리아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 'OVS SPA'는 모두 크리스마스 전의 중요한 시기에 판매 부진을 경고하고 있다. 또, '자라' 등의 브랜드를 가진 스페인의 '인디텍스(Industria de Diseno Textil, S.A)'도 매출이 예상을 밑돌고 있다. 스테파노 베랄도 OVS CEO는 지난주 "고객 행동이 갈수록 예상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패션 업계의 문제는 대부분의 소매업자들이 지금까지 여름과 연말에만 실시하던 세일기간을 넓혀 1년 내내 실시하게 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세계 4대 회계 법인 중 하나인 딜로이트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전 할인율이 평균 43.6%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소매업체가 세일을 실시한 날도 38일일 정도로 2012년보다 6일이나 많았다.
시장조사기관 민텔(Mintel)도 딜로이트와 견해를 같이했다. 최근 민텔의 조사에서는 영국 소비자의 약 절반이 할인을 기다리느라 의류의 구입을 연기하고 있으며, 특히 고액 상품의 경우 할인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상례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가을은 프랑스의 '노란조끼' 시위의 영향과 영국의 EU 이탈, 그리고 이탈리아의 예산안 충돌 등 유럽 각국 특유의 문제도 많이 발생해 패션 업계의 부진을 부추겼다. 프랑스 소매연맹의 추계에서는, 시위가 있었던 4주 동안 오프라인 매장은 적어도 10억유로(약 1조227억원)의 손해를 입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스웨덴의 패션 기업 'H&M'은 기후 변화 등의 변동성으로 인한 수요의 급변동에 재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결과 가격 인하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