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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란조끼 반정부시위를 촉발시킨 다섯 가지 숫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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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란조끼 반정부시위를 촉발시킨 다섯 가지 숫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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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김경수 편집위원]

파리에서 발생한 ‘노란조끼’ 반정부시위가 5주째에 접어들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운동은 국민의 4분의 3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한다. 시위대가 요구하는 것은 살림살이가 팍팍한 저(低)소득자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다.
지난 14일 에두아르 필립 총리는 시위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들의 분노를 산 정책을 양보해 예정하고 있던 유류세의 인상을 반년 뒤로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문제해결이 되지 않자 정책의 철회하는 데까지 이르렀지만 시위가 잦아들지 않으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지도력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에 전국으로 확산된 ‘노란조끼’ 반정부시위는 프랑스에 밀렸던 구조적 문제를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것은 생활수준 및 구매력 저하다. 한 프랑스 언론이 프랑스가 화염에 휩싸인 이유를 5가지 숫자로 풀이했다.

1700유로=평균 월수입 금액

다른 서양국들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는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상위 20%의 고소득자는 하위 20%의 저소득자의 5배 정도 수입을 거두고 있으며, 상위 1%의 부유층 자산은 전체의 20% 이상에 해당한다. 게다가, 평균 급여가 1700 유로(약 220만 원)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절반이 그 이하의 소득에 머무르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반증하듯 ‘노란조끼’ 시위대의 상당수가 생활비를 절감해 월세를 내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는 생활수준과 임금이 급상승했던 ‘영광의 30년’으로 불릴 때가 있었다. 노동조합의 노동협약 덕분에 저·중 소득층의 임금도 1980년대 중반까지 상승세였다. 이러한 흐름이 추락한 것은 좌파정권들이 경쟁력 향상을 위해 임금상승을 억제했기 때문이라고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말한다. 이 기간 동안 저·중 소득자층의 평균소득은 연 1%이하 상승에 그쳤다.

그러나 고액소득자는 연 3%의 금리수입을 얻는 등 더욱 부자가 되었다. 이들이 받는 관리직 수당도 격차를 벌렸다. 그래도 2016년 이후 실질 임금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이탈리아에 비하면 프랑스 근로자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실질임금은 2016년 4분기부터 2017년까지 1.1% 떨어졌다. 프랑스의 실질 시간급은 오르고 있지만, 그 상승률이 완만하고 2012년의 유럽 금융위기 이후 그 경향이 더욱 현저해지고 있다.
1.8%=경제 성장률

프랑스는 독일, 영국에 이어 유럽 3위, 그리고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지 않으면 세계 6위의 경제대국이다. 하지만 유럽 금융위기의 여파로 프랑스 경제가 10년 가까이 침체되면서 회복기미를 보인 것은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그 경기회복도 원활히 되지 않았다. 상근근로자는 지방이나 공업지대를 중심으로 격감하고 있으며 고용의 대부분은 불안정한 임시계약 업무다. 시위대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려면 경제성장이 필수적이다. 마크롱 정권 이전의 경제회복 초기단계에서 고용창출은 촉진됐지만, 마치 다른 유로 존 국가들과 함께 하는 것처럼 성장률은 연 1.8%에 그쳤다.

9%=실업률

2009년 유럽 금융위기 이후 프랑스의 실업률은 9%대에서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마크롱이 당선되면서 실업률은 10.1%에서 9.1%로 낮아졌다. 그래도 독일의 두 배에 달하는 높은 수준이다. 마크롱은 2022년 차기 대선 때까지 실업률을 7%로 낮추겠다고 공약했지만, 실현되지 않으면 ‘포퓰리즘’만 부추길 수 있다. 공약을 달성하려면 향후 4년간 적어도 1.7%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 그러나 프랑스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2018년 마크롱 정부는 프랑스의 경직된 노동법을 개정해 기업이 해고를 포함한 노동조건을 바꿀 수 있도록 개정하면서 고용 유연화를 유도했다. 또 경제개혁의 걸림돌이었던 노동조합의 힘을 제한해 기업 또는 산업 차원의 개별 노사합의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 같은 개혁은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대기업을 유치하는 데는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말단 노동자가 그 혜택을 받는 데는 몇 년이나 걸린다. 개정 노동법에 분노한 것은 어렵게 얻은 근로자의 권리가 대기업 때문에 박탈됐다는 의미로 읽히기 때문이다.

32억 유로=부유층에 대한 감세

마크롱은 취임 1년 만에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인컴게인(금융상품에서 얻는 수익)을 일률적으로 과세하는 등 고액 납세자에게는 감세를 실시했다. 하지만 시위 참가자들이 가장 분개시킨 것은 고액소득자의 자산 전반에 걸쳐 있던 부유세를 철폐하고 과세대상을 부동산에 국한시킨 것이다. 이에 따른 국가의 세입감소가 32억 유로에 이르면서 ‘마크롱은 부자 편’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마크롱의 재정계획 아래 고액소득자들은 감세를 누리는 반면, 2017년 최하층 5%의 구매력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그러나 프랑스 경제연구소는 70%를 차지하는 중간소득자 층의 대부분의 소비행동에는 영향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노란조끼 시위가 일어나기 전부터 마크롱은 지지율 저하를 인식하고 감세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다가서려 했다. 지난 10월 발표된 2019년도 예산안에서는 저·중 소득자를 위해 60억여 유로의 감세를 담고 있다. 또 고용과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들에게는 법인세 등 188억 유로를 감면했다.

7150억 유로=사회안전망 비용

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촘촘한 사회안전망과 유럽의 어느 나라보다 극진한 복지로 국민을 지켜왔다. 이것은 국가지출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2016년 국가는 7,150억 유로를 의료, 복리후생, 그리고 실업 수당 등에 적용했다. 하지만 그 혜택을 얻기 위해 프랑스 근로자들에게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고액 소득자에게 가장 많이 세금이 부과되었지만 프랑스에서는 대부분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부가가치세가 붙고 있다. 마크롱 정권은 유류세 인상을 일시 동결한다고 했지만, 이런 정책은 가난한 백성의 삶을 직격해도 부자는 눈치 채지 못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김경수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