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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파파라치] 호박만두와 삼치만두가 가르쳐 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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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파파라치] 호박만두와 삼치만두가 가르쳐 준 것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트렌드라이터)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트렌드라이터)
지난 금요일 수원 팔달문, 좁은 골목안 만두전문점 ‘연밀’은 이 집의 베스트셀러 호박만두와 삼치만두를 맛보려는 맛집 탐방가들로 왁자지껄 했다. 촌놈 입맛의 내 취향엔 아니었다. 나는 군만두와 짬뽕국물을 함께 주문했다. 짬뽕 국물은 없다고 했고 대신 '가닥탕'이라는 만두국 국물이 나왔다. 계란탕에 좁쌀 같은 수제비가 들어있는 모양새가 영 땡기질 않았다. 술잔이 몇 순배 돌자 그 곳으로 일행을 인도한 대학 동기가 참았다는듯 내게 쏘아부치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트렌드니 뭐니 떠드는 광고쟁이가 편식이 웬 말이냐는 것이었다. 혀끝의 미각이야 말로 가장 예민한 감각이고 음식의 변천사가 인간의 역사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크고 심오한데, 어째서 먹어보지도 않고 투덜대냐고 몰아 부쳤다. 그는 먹어나 보고 된장찌개로 돌아가든, 김치찌개를 고집하든 하라며 내 앞으로 만두 두 쪽이 담긴 접시를 내밀었다. 그리곤 손가락 삿대질로 결정타를 날렸다. “You are what you eat!”. 그는 술에 얼큰해 있었지만 그의 발언은 타당했고 그만큼 강력했다. 나는 허여멀건한 만두를 마지못해 입에 넣었다. 삼치가 들어간 만두라니. 그러나 솔직히 말해볼까? 호박으로 들어찬 만두는 신맛이 돌았지만 푸근했고, 삼치만두는 오히려 담백하고 고소한 풍미가 느껴졌다. 입맛에 딱 맞는다고는 못하겠지만 글쎄, 이런 만두맛도 있었군 그래.

매년 이 맘때면 뭐든 바꾸자고 난리들이다. 단지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고 뭐 좋아지는게 있을까? 갈란투스는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꽂을 피우는 식물이다. 이 갈란투스 꽃이 유명한 것은 비스바르크와 프로이센 알렉산더 2세의 일화 때문이다. 어느 날 두 사람이 상트페트르브르크의 여름 별장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데 허허벌판 초원 중앙에서 하루 종일 꽃 주위를 왕복하는 경비병을 발견했다. 황제가 그 이유를 물었지만 경비병도, 경비대장도 그저 오래 전부터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비스마르크가 사연을 추적해 보니 100년 전 카트리나 여황제가 이른 봄에 이곳을 산책하다 눈 속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갈란투스 꽃을 보고, 그 꽃을 꺾지 못하도록 경비 명령을 서게 했다. 그 후 100년 동안, 갈란투스 꽃이 지고 난 이후에도 밤낮으로 보초를 서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유는 없었다. 그들은 그래왔으니 그렇게 했다. 그야말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내가 가진 음식의 취향도 ‘갈란투스의 꽃’과 같은 것은 아니었을지. 같은 방식은 변화에 대한 둔감함을 불러와 감수성의 날을 무디게 만든다. 맹목과 답습이 시작된다. 이 때부터 아이들이 갖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사라진다. 뭘 좀 이룬 사람들이 익숙한 것과 결별해야 하는 시기는 바로 이 때다. 늙음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생각의 문을 걸어 잠그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 생각의 궤도 수정이 불가능 한 사람들을 우리는 늙은이라고 부른다. 디지털 세상의 속도계까지 감안한다면 당신은 변해야 한다. 변할 수 있는 것을 찾아라. 그 곳을 찾아가라. 일상의 반복을 마주하는 산책이 아니라 설레임으로 가득찬 여행을 감행하라는 소리다.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트렌드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