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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강릉 펜션 사고, 어쩌다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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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강릉 펜션 사고, 어쩌다 이런 일이

서울 대성고 학생 10명 투숙했다가 3명 사망, 일산화탄소 중독인 듯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18일 오후 비번이라 집에서 쉬고 있는데 텔레비전 긴급 자막이 떴다. 고등학생 3명 사망. 나는 처음에 집단 자살했나 싶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 10명이 강릉 펜션에 놀러왔다가 이 같은 참변을 당한 것. 사고 원인을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일산화탄소 중독이 맞는 것 같다. 끔찍한 사고다.

이들 학생들은 수능시험을 끝내고 해방감에 강릉으로 떠났을 터. 현장 체험학습을 갔다고 한다. 인솔 교사는 없었다. 학생들은 17일 이 펜션에 방을 잡았다. 펜션 주인이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왔느냐. 확인 차 전화를 해봐야겠다”고 말하며 학생들 중 한명의 부모와 통화한 후 오후 3시쯤 입실을 허가했단다. 따라서 투숙 과정에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동선을 본다. 지극히 일상적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는 얘기다. 지난달 수능시험을 치른 동갑내기들은 앞서 1명이 인터넷을 통해 2박3일 일정으로 이 펜션을 예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숙소에 짐을 푼 학생들은 그 이후 어딘가로 외출한 뒤 오후 7시쯤 모두 펜션에 복귀했다. 저녁 7시40분쯤 펜션 마당에 펼쳐진 텐트 아래에서 바비큐 파티로 저녁을 해결하며 자유를 만끽했다.

펜션 주인은 18일 오전 3시쯤에도 이들이 노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1시15분쯤 펜션 주인이 시설물 점검 차 이들이 묵고 있던 201호를 방문했을 때 깜짝 놀랐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학생들이 입에 거품을 문 채 곳곳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입실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젊은 청춘들의 생명이 꺼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119로 연락해 경찰과 소방이 동시에 왔다고 한다.

대응은 빨랐다. 경찰은 즉시 수사본부를 꾸려 진상 확인에 나섰다. 경찰청 관계자는 "어린 학생들이 관련된 일이고 진상을 최대한 빨리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수사팀을 수사본부로 격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경찰이 사건사고 대응에서 구성하는 조직 중 최대 규모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세종 정부청사서 보고를 받던 도중 소식을 듣고 교육부총리를 현장에 보내는 등 사태 파악에 만전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경찰은 출동 당시 현장 일산화탄소 농도가 정상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던 점을 염두에 두고 일산화탄소 중독 등 여러 가지 원인을 수사 중이다. 수사본부는 강원지방경찰청 2부장을 본부장으로 하고 강원청 광역수사대, 강릉경찰서 강력팀과 형사팀, 유족 등 피해자 지원 전담인력, 경찰청 본청 소속 과학수사 인력 등으로 구성된다.

그들은 꽃다운 나이에 피어보지도 못하고 갔다. 가족들의 슬픔은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대성고등학교도 패닉상태에 빠져 있을 것 같다. 이번 사고도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크다. 사고 원인을 조속히 밝혀내는 한편 유가족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모두 한마음으로 위로하자.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