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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붕괴 위험 적신호 '대종빌딩'을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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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붕괴 위험 적신호 '대종빌딩'을 가보니

걱정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 오히려 더 놀라워

삼성동 대종빌딩 건물 둘레에 출입통제 라인이 쳐져 있다. 사진=윤진웅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삼성동 대종빌딩 건물 둘레에 출입통제 라인이 쳐져 있다. 사진=윤진웅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윤진웅 기자] "가는 날이 장날이다" 일을 보러 가니 공교롭게 장이 서는 날이라는 뜻으로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데 뜻하지 않은 일을 공교롭게 당함을 비유해서 이르는 말이다.

17일 오후 2시 안전진단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은 삼성동 대종빌딩을 찾는 기자의 마음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속담이었다. 건축물의 안전도는 알파벳 A부터 E까지 5등급으로 나눠진다. E등급인 건물은 붕괴발생 위험성이 커 재난위험시설물로 분류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는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 방송사들은 연일 철근이 드러난 건물이 기둥을 비쳐 불안감은 커졌을 것으로 생각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건물에는 강남소방서 출입통제 라인이 건물을 감싸고 있었다. 건물 앞 도로에는 혹시나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소방 패트롤 카와 경찰차가 번갈아 대기하는 모습도 보였다.

건물 주변 우발 상황에 대비해 소방과 경찰에서 대기 중이다. 사진=윤진웅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건물 주변 우발 상황에 대비해 소방과 경찰에서 대기 중이다. 사진=윤진웅 기자

그렇지만 현장 주변은 놀라울 정도로 평온한 모습이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기자만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여태까지 멀쩡한 건물인데 갑자기 무너질리는 없을 것이고 내년 3월에 보강을 하든 철거를 하든 한다니까 알아서 조치하겠지요. 불안함은 없습니다"

바로 옆 건물에서 일하는 관계자 A씨의 말이다. 정말 그의 말대로 안심해도 될까 싶어 안으로 들어가봤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니 강남구청 현장민원지원반 인원들과 해당 건물 경비원들이 1층 로비에서 간이 상황실을 만들고 내부 출입 통제를 하고 있었다. 입주 업체들이 물품을 반출할 때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 현장을 통제하는 인원들이었다.

이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건물 내부 출입자들을 통제하고 그 외 시간에는 건물 내 출입을 전면 통제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까지 입주업체 79곳 중 34곳(43%)이 이사를 마쳤다. 이사하는 입주업체들은 더 많을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민원지원반이 내부에서 계속 대기하는 것은 물론, 전면 통제가 되는 시간인 오후 8시부터 오전 9시까지는 경비원들이 교대로 내부에서 근무를 이어간다는 점이었다. 건물이 위태위태하다는 생각은 전혀 않는 듯했다.

해당 건물 경비원과 현장민원지원반이 1층 로비에서 상황 통제를 하고 있다. 사진=윤진웅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해당 건물 경비원과 현장민원지원반이 1층 로비에서 상황 통제를 하고 있다. 사진=윤진웅 기자

해당 건물 경비원 B씨는 "현장에서 관리를 하려면 어쩔 수 없다. 여기에 폐쇄회로 TV(CCTV)도 있고.."라면서 "아직까지 별다른 통제는 없다"고 전했다.

현장민원지원반 역시 "임차인과 합의 후 완전 통제를 할 예정이다. 그 전까지 경비원은 계속해서 근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생업 때문에 어쩔 수없다지만 안전을 위해 입주자를 대피시키면서 정작 본인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으니 말이다.

대종빌딩의 철거나 보강 여부는 내년 3월께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들은 최소 3개월은 이런 식으로 근무해야 할 것 같다.그때까지 이들은 물론, 주변 사람들은 불안한 마음을 지우기 어렵다.

강남구와 서울시는 19일부터 약 한 달간 해당 건물 응급보강공사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한다. 공사는 2층 주기둥 단면적을 현재 90㎝에서 120∼130㎝로 넓히고 보강공사가 끝나면 정밀안전진단을 하기로 했다. 진단은 최소 2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것으로 '대종빌딩 사건'은 끝인가? 아니라고 본다. 노후 건물의 안전점검은 물론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말끔히 씻어내는 일이 필요하다. 건설사의 성실시공, 책임의식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기자에게 돌아온 남광토건 측의 말은 '지난 1991년 준공된 대종빌딩은 27년이 지난 현재 남광토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었다. 남광토건 측은"하자보수 기간인 10년도 끝났다"고 말했다. 과연 이것으로 끝인가?


윤진웅 기자 yjwdigital@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