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는 교과서보다 일터에서 직접 몸으로 체험한 것을 더 선호한다. "내가 해 봐서 아는데"가 저절로 나오는 것도 일터에서 잔뼈가 굵은 경험 덕분이다. 성공의 누적과 꼰대의 횟수는 비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주영 회장은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해 봤어?"라는 질문으로 추진 동력을 얻었다고 한다. 노동력이 생산성과 직결될 때에는 몸소 체험한 경험이 결정의 중요 근가 된다. 부모가 밥상머리 교육에서 다양한 잔소리의 반찬을 차릴 수 있는 것도 경험이라는 훌륭한 식재료가 있기에 가능하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걱정에서 출발하는 '멘토형 꼰대'다. '하면 된다'는 도전적 경험이 꼰대의 근간이다. 다만 '멘토형 꼰대'는 표현력이 부족하다. '공유'하기보다는 '현명한 답'을 제시하려고 한다. 그것이 세대간의 잔소리로 변이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배고픔과 고달픔에서 빨리 벗어나려는 몸부림의 결과일 수도 있다.
베이비부머는 농경사회에서 정보사회까지 축약적 경험을 하였지만,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익숙하다. 과거에는 제한된 정보로 직접 보았거나 체험한 것이 꼰대의 주제였다. 지금은 망가진 수도꼭지에서 수돗물이 넘쳐흐르듯 정보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무한정 생성된다. 정보의 진위여부에는 관심이 없다.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골라서 보는 확증편향이 일상처럼 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까지 넘나들기에 SNS가 '개방형'에서 '폐쇄형'으로, 글쓰기는 '일기형'에서 '보여주기식'이 되고 있다. 베이비부머는 가족 또는 사무실에서 공개적으로 꼰대질을 했다. 젊은 세대는 스마트폰으로 숨는다. 업무시간이 끝나면 카톡이 꼰대의 수단이 된다. 비대면이고 일방적이기에 횟수도, 표현의 강도도 제약이 없다. 도를 넘는 간섭과 지적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부정적 스트레스는 '묻지마'와 같은 사회적 문제로 확산될 여지가 있다. 비대면은 대화가 아닌 파장으로 변하고 있다.
꼰대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긍정적으로 승화시킬 방법은 없을까. 적정거리 유지가 그 해법이다. 관심은 관찰을 낳고, 관찰은 관계로 이어진다. 관계는 '적정거리'라는 틀을 만든다. 가까운 사이가 되면 '내 것이라는 착각'과 함께 '내 마음대로 해도 돼'라는 아집이 생긴다.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서운하다. 서운함이 확증편향적 사고와 만나면 꼰대의 행동은 활성화된다. 반대로 거리가 멀어지면 무관심해진다. 무관심은 방임으로 이어진다. 꼰대는 조직에서 큰 비용을 유발한다. 개인적으로나 조직적으로 적정거리 유지가 필요하다.
적정거리 유지는 간섭이 아닌 조력자로서 역할이 가능하다. 적정거리 유지는 '자기다움'이다. '현명한 답'을 주려고 하지 않으며, 사사건건 간섭도 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답게 '동질성'보다 '이질성'을 존중한다. '횰로(욜로족+혼족) 라이프' 시대에 걸맞게 차별화가 존중받는다. 누구에게 간섭받는 것을 거부하는 1인 시대가 대세다. 각자의 삶은 존중하자. 각자의 장점이 이타적 조력의 수단이 될 수 있도록 공유하면 어떨까 싶다. 필자는 이 공유를 '넛지형 꼰대'라 부른다. 1인 시대가 사회 질서를 바꾸고 있지만 혼자서만 살 수는 없다. 서로 부대끼며 희로애락을 나눌 때 공동체 일원으로서 자존감을 찾을 수 있다. 사람은 누구의 소유가 아니다. 독립된 인격체이다. 적정거리로 지켜야 할 선을 유지하고 보호하자.
박창동 한국HR협회 HR칼럼리스트(HRD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