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국제유가 칼자루는 미국이 쥐고 있다....OPEC플러스 감산합의는 추가하락 막을 뿐?

공유
5

국제유가 칼자루는 미국이 쥐고 있다....OPEC플러스 감산합의는 추가하락 막을 뿐?

[글로벌이코노믹 박희준 기자] 국제유가가 연일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이사아 등 24개 산유국의 모임인 OPEC 플러스가 올해 말까지 하루 180만배럴의 감산합의를 이행하고 내년에도 120만배럴의 감산합의를 이행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시장에 원유가 넘쳐나는 것을 막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전달했다.

OPEC 등이 지난 7일 하루 12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함으로써 유가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출처=뉴시스
OPEC 등이 지난 7일 하루 12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함으로써 유가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출처=뉴시스

이는 국제유가의 추락을 막을 장치이긴 하지만 미봉책에 그친다는 게 문제다. 미국이 값싸고 질좋은 원유를 쏟아내며 OPEC 플러스의 공급과잉 해소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는 탓이다. 국제유가의 칼자루는 미국의 손으로 완전히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물론 OPEC플러스의 합의를 긍정 평가한다. 16일 미국의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IEA는 월간보고서에서 "감산합의가 유가에 바닥을 놓았다"고 평가했다. 다시 말해 OPEC플러스의 감산합의가 유가 추가하락을 막았다는 것이다.국제 유가는 지난 13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출 축소 가능성에 2% 넘게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에 비해 2.8%(1.43 달러) 상승한 배럴당 52.58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2월물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2.2%(1.30 달러) 오른 배럴당 61.45 달러로 마감했다.

이 바닥이 대단히 깨지기 쉬운 취약한 바닥이라는 게 문제다. 국제유가가 14일(현지시간) 중국발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다시 2%대 급락한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IEA도 이를 알고 있다. IEA는 비 OPEC 산유국들의 내년 산유량은 하루 평균 150만배럴로, 수요(140만배럴)를 초과할 것으로 본다. 사정이 이런만큼 OPEC플러스의 감산합의가 없다면 유가는 더 내려갈 수 있다. 그래서 OPEC 플러스는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내년 말까지 감산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인 점은 베네수엘라와 이란이 미국의 제재를 받아 제대로 생산을 하지 못하고 있고 아프리카 산유국이 리비아는 민명대 공격으로 원유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 IEA는 "현재로서는 감산합의가 유가 추가하락을 막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럴까? 시기상조로 보인다. 미국 때문이다. 미국은 셰일혁명 이후 산유량을 늘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과 세계 1,2위 산유국 지위를 다투는 수준에 이르렀다. 통계가 말해준다. 미국 연방기관인 에너지정보청(EIA)은 OPEC 플러스에겐 '절망'의 비보가 될 전망을 내놓았다. EIA는 '단기 에너지 전망'에서 2019년도 미국의 산유량이 하루평균 1210만배럴로 올해 1090만배럴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측했다.올해도 하루 180만 배럴을 감산해 유가 하락을 겨우 막았는데 내년에 미국이 더 많은 원유를 생산한다니 OPEC플러스가 아연실색 하지 않을 수 없다.

OPEC 플러스가 통탄할 사실은 미국의 산유량 예측치가 국제유가 변동과 아무런 상관없이 일정하다는 점이다. 유가가 내려가면 산유량이 줄어들 텐데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EIA가 내년 산유량 예측을 하면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을 대략 배럴당 10달러 낮췄는데 이 정도의 산유량이 예상된다고 한 것이다.

내년에도 미국과 OPEC 플러스간의 치열한 수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원유 대량 소비처인 아시아 신흥국들의 경제 성장 둔화로 원유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가하락에 무게가 실린다.

물론 이에 동의하지 않는 투자은행도 있다. 영국 바클레이스가 한 예이다. 바클레이스는 브랜트유가 내년 1분기에 배럴당 71달러로 오르고, 연평균 72달러에 이르고, WTI는 년평균 65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의 유가 수준만 본다면 상당한 낙관론이 아닐 수 없다.

미래를 누가 알겠는가. 올해 하반기에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른다는 전망이 많았는데 보기 좋게 빗나가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국제유가가 현재 등락을 거듭하면서 향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유가는 상승 혹은 하락을 촉진할 방아쇠를 찾고 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