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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파파라치] 폭스바겐의 광고를 만든 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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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파파라치] 폭스바겐의 광고를 만든 분에게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트렌드라이터)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트렌드라이터)
“올 초 계획했던 큰 일 이루셨나요? 이루지 못해 아쉽다면 한 번 생각해보세요. 큰 일 없이 안전했던 날, 큰 일 없이 함께한 휴가, 큰 일 없이 반복된 하루, 큰 일 없이 자라는 사랑. 돌아보면, 2018년은 큰 일 없이 작은 행복들로 가득했습니다. 2019년에도 폭스바겐이 함께 하겠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들은 폭스바겐의 광고다. 폭스바겐은 실용적 가치를 지닌 차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Think Small)”나 “못 생겼습니다(Lemon)”란 위대한 광고도 그런 배경으로 태어났다.
큰 차의 허세를 버리고 작지만 경제성과 편리성이 뛰어난 폭스바겐을 선택하라는 주장이다. “큰 일 없이 작은 행복들로 가득 했습니다”라는 이번 광고도 그 전통을 따랐다. 품격있는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낸다.

아이디어는 '추론(推論)' 이라는 시금치를 먹고 '연상(聯想)' 이라는 강력한 에너지를 얻은 뽀빠이와 같다. 추론이란 사물, 사건을 유심히 관찰해서 새로운 관점을 얻는 단계다. 그 관점은 맥락적 사고 작용인 연상을 통해 새로운 개념이나 상징으로 전환된다. 스티븐슨은 끓는 물주전자의 뚜껑에서 액체가 기체로 바뀌면 에너지가 생긴다고 추론했다. 그는 그 힘을 기차 바퀴의 전진 운동으로 연결시키면 더 많은 사람을 실어 나를 수 있다고 연상했다. 이것이 스티븐슨이 증기기관차를 발명하면서 거친 추론과 연상의 과정이다.

마블링은 고기의 맛과 식감을 살린다. 추론과 연상의 과정엔 인문적 소양이 마블링의 역할을 한다. 인문을 통해 우리는 타인이 겪는 다양한 인생사를 맛본다. 따라서 인문적 두터움은 인간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관점과 무수한 연상력의 바탕이 된다.

인문적 소양을 키우는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필사(筆寫)가 있다. 따라 해보는 것이다. 김수영, 신영복, 유발 하라리의 생각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다. 기초 체력이 튼튼해야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 그 다음은 기록의 습관이다. 슬퍼서 울지만 울다보면 슬퍼지기도 한다. 기록을 놓치지 않은 습관이 호기심과 관찰력을 키우기도 한다.

허진호와 왕가위가 표현한 사랑의 방정식 간 차이, 르네 마그리트와 살바도르 달리, 라팔 올빈스키의 상상력의 차이도 이곳저곳, 여기저기서 꾸준히 모아둔 기록이 어느 날 문득 던져준 깨달음이었다.

마지막은 특히 비즈니스를 하고 계신 분에게 전하는 당부다. 양질의 소셜 미디어 친구들을 가까이 둬라. 독서만으론 고인 물이 되기 쉽고, 고인 물은 썩기 쉽다. 돈은 트렌드라는 생수를 타고 흘러 다닌다. 어제 벌어진 세미나의 최신 자료가 오늘 내 자리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 그런 분들의 스마트폰은 기록의 저장소고, 생각의 발전소다. 습작하고 기록하고 공유하는 생각의 네트워킹을 작동시켜라. 이 칼럼도 내 호기심과 창의성을 유지하고 키우고 넓히는 아이디어 엔진 작동법의 방편이다. 폭스바겐의 광고를 만든 분도 내 의견에 동의해주리라. 생김새는 다르겠지만.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트렌드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