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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등 감산합의 국제유가 올릴까? 답은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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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등 감산합의 국제유가 올릴까? 답은 "글쎄요"

공급과잉 해소에는 역부족...원유 순수출국이 된 미국이 열쇠쥐어

[글로벌이코노믹 박희준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OPEC회원국 산유국들이 내년부터 감산에 합의함에 따라 국제유가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루 평균 12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한 만큼 공급이 줄어드는 반면 세계 경제 성장으로 원유수요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탓에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바로 미국의 엄청난 생산량 때문이다.
OPEC 등이 지난 7일 하루 12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함으로써 유가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출처=뉴시스
OPEC 등이 지난 7일 하루 12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함으로써 유가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출처=뉴시스

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들은 지난 7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회의에서 하루평균 120만 배럴의 감산에 합의했다고 미국의 경제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산유국들의 감산은 내년 1월부터 6개월간 적용되며 내년 4월 감산 상황을 점검키로 했다.
산유국들은 유가 정상화를 위해 2017년 1월부터 하루 180만 배럴의 감산합의를 이행해왔다.

이번 합의에서는 OPEC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25만 배럴을 감산하는 등 OPEC 전체 회원국들이 총 8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했다. 그리고 비OPEC 회원국 가운데서는 러시아와 나머지 9개국이 각각 20만 배럴을 감산해 총 40만 배럴을 맞추기로 했다.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과 베네수엘라, 그리고 아프리카 산유국 리비아와 나이지리아는 감산합의에서 모두 제외됐다.

이번 감산합의는 글로벌 원유 생산급증에 따른 공급 증가로 유가가 하락하고 있는 데 따른 대응조치로 풀이된다. 국제유가는 지난 10월 초기록한 4년 사이 최고가에서 30% 이상 내렸다. 감산합의 소식에 이날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2019년 1월 인도분은 전날 보다 2.2%(1.12달러) 오른 배럴당 52.6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WTI는 주간 기준으로 3.3% 상승했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브렌트유 2월 인도분은 2.4%(1.38달러) 상승한 배럴당 61.44달러를 나타냈다. 주간 기준으로는 3.3% 올랐다.

남은 문제는 이번 감산합의가 공급과잉을 해소하는데 충분하느냐와 감산합의가 이행되는 내년 국제유가가 계속 오를 것이냐는 것이다. 감산합의 소식만으로도 가격이 오른 만큼 실제 이행할 경우 유가가 오를 가능성은 매우 커지만 공급과잉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이행되고 있는 감산합의 물량(하루 180만 배럴)보다 작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게다가 산유국 미국이 감산합의에 참여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는 고유가를 원하지도 필요로로 하지 않는다"며 고유가에 불만을 표시했고 미국은 국제 원유시장에 양질의 값싼 원유를 쏟아내고 있다. 원유시장 공급과잉 주범은 사실 미국이었다. 미국 연방기관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미국은 11월 내내 하루평균 1170만 배럴을 생산했고 마침내 11월30일 순수출국으로 전환했다. 지난달 30일 미국의 원유와 석유제품 순수입규모는 마이너스 21만1000 배럴을 나타냈다. 즉 미국은 21만1000 배럴을 순수출했다는 뜻이다.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미국이 순수출국이 된 것은 무려 75년 만이다. 원유만 본다면 12월 첫주 하루평균 320만 3000 배럴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유가가 상승할 경우 미국의 셰일업체들은 산유량을 더 늘려 더 많은 물량을 원유시장에 쏟아내면서 OPEC 등이 애써 올려놓은 유가를 끌어내릴 수 있다. 결국 국제유가는 OPEC 등 산유국들이 만족하고, 미국의 셰일업체들이 손실을 내지 않는 수준에서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