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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실적잔치' 하는데…외국계 은행 내리막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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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실적잔치' 하는데…외국계 은행 내리막 '울상'

SC 및 씨티, 3분기 누적순익 일제히 감소
이자이익 증가에도 충당금 전입액 줄어

[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시중은행의 실적잔치에 외국계 은행이 소외되고 있다. 국내시중은행들이 사상최대의 순익을 찍는 동안 외국계 은행은 내리막이다. 소매금융확대 사업모델이 좌초하는 등 비대면계좌 활성화 등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관측이다.

◇ 국내 시중은행이 사상최대 실적, 외국계 은행 3분기 누적순익 둔화
외국계 은행이 부진한 성적표로 울상이다. 경쟁자인 국내 시중은행이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한 터라 외국계 은행의 실적부진이 더 도드라지고 있다.

실적을 보면 국내은행과 외국계 은행은 전혀 딴판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국내은행의 순이익은 4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8.1%(9000억원) 급증했다. 분기기준으로는 사상최대치를 찍었다.

사상최고 순익의 기록을 깬 국내은행과 달리 외국계은행은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국내 대표외국계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은 3분기 누적순이익이 1582억원으로 전년 대비 8.2% 줄었다. 같은 기간 SC제일은행도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은 2009억원으로 전년동기(2377억원) 대비 15.5%(368억원) 감소했다.

겉으로 외국계 은행부진의 직접적 원인은 대손충당금이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가계나 기업에 빌려준 돈을 못받을 경우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돈을 뜻한다.

특히 씨티은행의 경우 대손충당금이 1년새 702억원에서 1186억원으로 68.9% 급증했다. 단 중장기적으로 보면 누적실적이 나쁘지 않다는 게 자체평가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지난 9개월간의 수익증가율이 비용증가율을 상회하는 실적을 시현했다"며 "글로벌 무역긴장과 시장 변동성의 확대와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씨티은행의 강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
여타 수익성 지표도 그다지 좋지 않다. 씨티은행은 누적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는 전년동기대비 각각 0.04%p와 0.35%p 감소한 0.41%와 3.16%를 기록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과 보통주기본자본비율은 20.12%와 19.40%를 각각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64%로 전년동기대비 13bps 상승했다.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전년동기 대비 55.4%p 개선된 209.4%를 달성했다.

SC제일은행의 경우 3분기 총자산순이익률(ROA) 및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작년 3분기보다 각각 0.03%포인트 및 0.80%포인트 상승한 0.31%, 4.43%를 기록했다. 단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보면 0.41%, 5.58%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0.11%포인트 및 1.20%포인트 떨어졌다.

◇비대면계좌 활성화 등 시장대응 미흡, SC제일은행 뱅크샵 뱅크데스크 대폭 축소


외국계 은행의 경우 신전략도 지지부진하다. SC제일은행의 야심차게 추진한 뱅크샵과 뱅크데스크가 대표적이다.

뱅크샵은 3~4인, 뱅크데스크는 1인이 상주하는 경량화 점포다. 일종의 복합점포로 소매금융확대 차원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모바일뱅킹 대중화 등 비대면계좌 활성화같은 시장변화와 맞물리며 출범 초기 74곳인 뱅크샵, 뱅크데스크는 25곳으로 최근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씨티은행의 경우 지난해 133개 점포를 32개 점포로 전사적 차원에서 대규모 점포 통폐합을 단행했다. 그 대안으로 거액자산가 타깃인 디지털 혁신에 기반한 자산관리(WM) 서비스를 제시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외국계은행의 부진이 비대면계좌 활성화 등 시장환경의 변화에 대응이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은행들이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며 시장변화에 잘 대응한 반면 외국계은행들은 거꾸로 오프라인에 주력하며 타이밍을 놓쳤다”며 “비대면 채널선점에서 밀린 상황에서 앞으로도 이 갭을 메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국계 은행은 글로벌 금융그룹이 대주주인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크게 보면 시장글로벌시장 WM수익이 약해졌으며, 올초 부동산 및 카드규제와 관련해 부동산 수익도 줄었다”며 “국내은행과 달리 외국계은행들은 글로벌 그룹이 모회사로 그룹쪽으로 발생하는 추가적 비용이 있어 순익을 액면 그대로 비교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