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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이냐 동결이냐" 철강·조선업계, 후판가 협상 앞두고 신경전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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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이냐 동결이냐" 철강·조선업계, 후판가 협상 앞두고 신경전 '팽팽'

- 다음달 선박용 후판 가격 인상 조정 앞두고 '촉각'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VLGC(초대형가스선).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VLGC(초대형가스선). 사진=대우조선해양
[글로벌이코노믹 길소연 기자] 국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후판 가격 협상을 앞두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고 조선업계는 원자재 부담을 덜기 위해 가격 동결이나 인상 최소화를 원하고 있는 분위기다.
후판은 선박 몸체를 제조할 때 주로 쓰이는 두께 6mm 이상의 철판이다. 선박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선박 제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해 조선사로서는 후판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후판은 공급자인 철강사와 수요자인 조선사가 반기마다 개별 협상해 가격을 결정한다.

28일 철강·조선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사 '빅3'는 다음달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들과 내년 상반기 후판 공급단가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다.

구체적인 협상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업체별로 다음 달부터 내년 초까지 협상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견차로 협상이 늦어지더라도 인상분은 소급 적용돼 가격 협상에 있어 충분한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선박용 후판가는 톤당 60만원 후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후판가는 올해 두 차례 인상돼 현재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08년 110만원 선을 호가했던 당시에 비하면 철강 가격은 반토막 났다.

이에 철강업계는 철강석 등 원료 가격 상승과 시장상황을 고려해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조선산업 침체와 중국, 일본 등 경쟁국의 가격 경쟁으로 그동안 가격인상을 최대한 자제해왔다. 그러나 철광석·석탄 등 원가 인상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철강사들이 흑자 실적을 내는 동안 후판 부문만 적자를 이어왔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후판을 생산하는 '철강사 빅3가 존재한다"면서 "철강사끼리 담합해 후판가를 인상하는 방식이 아닌 조선업체와 철강사가 협상을 통해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선업계는 현재 가격을 유지하거나 최소한의 인상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후판 가격이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상승해 조선업계 부담은 커졌다.

선박 건조에 있어 후판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원자재다.

현재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 1척 건조 시 3만t의 후판이 필요하다. 선박 건조에 있어 가장 많은 후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철강사 측에서 후판 가격을 톤당 5만원씩 인상할 경우 조선업계는 VLGC 1척 건조 시에만 약 15억원의 원자재 비용을 내야 한다.

통상적으로 VLGC 선박 1척의 선가(船價)가 약 1000억원이라면 조선사의 영업 이익률은 1% 남짓이다. 선박 1척 수주해 10억원의 이익을 거두면서 원자재 비용으로 15억원을 내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설명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은 선박 제조 원가에 상당부분 차지해 수익성과 직결된다"면서 "내년 상반기 후판가가 동결되거나 인상이 최소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