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데스크칼럼] 기준금리 '딜레마' 빠진 이주열 '결정장애' 벗어나야

공유
0

[데스크칼럼] 기준금리 '딜레마' 빠진 이주열 '결정장애' 벗어나야

[글로벌이코노믹 권진안 기자]

권진안 금융증권부장
권진안 금융증권부장

이달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메시지가 연이어 나온다.

시장은 이미 ‘기준금리 인상 모드’에 돌입했다.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달에 전월 대비 연 0.01∼0.09% 포인트 오르며 5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한은도 그동안 금리를 올리겠다고 여러차례 시사해왔다.

하지만 최근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15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 실업률, 수출 등 시장경제 상황으로 인해 입장이 느슨해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그동안 금리인상 의지를 여러차례 보여왔지만 실물경기를 우선 고려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 총재는 얼마 전 코스피가 급락하자 통화대책반 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신뢰가 견고하다며 필요에 따라 안정화 대책을 시행하겠다는 선에서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융안정을 언급하며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밝히지 못했다.

국정감사에서는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일주일 뒤 11월 금리인상이 사실이 아니라고 번복하기도 했다.

금통위와 이 총재의 금리 결정에 대한 고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국가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컨트롤타워로서의 결정력과 대안 마련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아직도 경기를 고려한다면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가계 이자부담은 커지고 기업 투자여력은 줄어든다.

또한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에 소비자 물가가 한은 목표치인 2%로 급등하면서 가라앉은 경기를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상이 쉽지 많은 않은 형국이다.

일부에서 30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한은이 금리인상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놓고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독이 될 것이란 의견과 그래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을 푸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경우 12월 미 연준에서 금리를 인상하게 될 경우 한미 간 금리차가 1.0%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돼 이에 대비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미 간 금리 차이가 더 커지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외화 자금 유출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가관리와 경기진작 사이에서 난관에 봉착한 한은이 마지막 금통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공개된 10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는 다수의 위원들이 금리를 올리자고 매파적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늦었지만 '신중모드'로 일관해온 이 총재가 매파색채가 짙어진 금통위 위원들을 등에 업고 동결스탠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총재의 결단력이 요구되는 상황이지만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괄목할만한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이 총재는 문재인 정부에서 안정적 시장경제정책을 이끌고갈 적임자로 평가받아 44년 만에 처음으로 연임했지만 지금까지의 역할은 우유부단한 모습이었다.

우리 경제의 커다란 리스크를 막기 위해 적절한 시점에서 금리 인상은 반드시 필요한데 지금이 그 때인지 적절한 판단력이 요구된다.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놓은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를 한은이 따라 갈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과제인데 이미 얽힌 금리 실타래를 한은이 어떻게 풀어갈지 의문이다.

분명한 것은 이 총재가 미국의 두차례 금리인상과 추가인상 신호는 물론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촉발된 진퇴양난의 시장경제상황에서 결정장애를 극복하고 슬기로운 대안을 마련할 시간이 왔다는 것이다.


권진안 기자 k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