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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남 사장 "고통받은 근로자·가족께 사과"… 삼성·반올림 분쟁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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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남 사장 "고통받은 근로자·가족께 사과"… 삼성·반올림 분쟁 마침표

[글로벌이코노믹 오소영 기자]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이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삼성-반올림 중재판정서 합의이행 협약식’에서 사과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오소영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이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삼성-반올림 중재판정서 합의이행 협약식’에서 사과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오소영 기자.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오늘 11년간 분쟁의 마침표를 찍었다.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은 이날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조속한 해결을 위한 노력에 소홀했다며 사과를 구했다. 향후 구체적인 보상업무는 법무법인 지평과 지원보상위원회가 맡기로 했다.

◇김기남 사장 “고통받은 근로자와 가족께 사과”


‘반도체 사업장에서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는 2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삼성-반올림 중재판정서 합의이행 협약식’을 열었다.

이날 협약식에는 황상기 반올림 대표와 피해자 및 가족,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수션(DS)부문장(사장) 등이 참석했다. 협약식은 협약서 서명과 김기남 사장의 사과문 낭독, 반올림과 고용노동부 인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김기남 사장은 이날 미리 준비한 사과문을 통해 “소중한 동료와 그 가족들이 오랫동안 고통받으셨는데 삼성전자는 이를 일찍부터 성심껏 보살펴드리지 못하고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부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반도체 LCD 사업장에서 건강위험에 대해 충분한 관리를 하지 못했다”며 “병으로 고통받은 근로자와 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황상기 반올림 대표는 “삼성전자 대표이사의 사과는 직업병 피해가족들에게 충분하지는 않지만 받아들이겠다”며 “이번 보상안 대상이 크게 늘어 반올림뿐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도 포함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보상 범위에 들지 못한 피해자들에 대해 향후 보상방안 마련을 부탁하고 “정부와 국회는 안전보건에 관한 사업주 책임을 엄격히 묻는 법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보상업무 법무법인 지평에 위탁


이날 김기남 사장과 황상기 대표, 김치형 조정위원장이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서에 서명했다. 협약서에는 삼성전자가 조정위에서 내놓은 중재안을 성실히 이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정위는 삼성전자 최초의 반도체 양산라인 기흥사업장 제1라인이 준공된 1984년 5월 17일 이후 반도체나 LCD 라인에서 1년 이상 일한 삼성전자 현직자 및 퇴직자 전원과 사내협력업체 현직자 및 퇴직자 전원이 보상 대상으로 결정했다.

질병 범위는 암과 희귀질환, 유산 등 생식질환, 차세대(자녀) 질환 등이 폭넓게 인정됐다. 지원 보상액은 백혈병은 최대 1억5000만원, 사산과 유산은 각각 1회당 300만원과 100만원이다. 보상 기간은 2028년 10월31일까지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피해자의 지원보상업무를 법무법인 지평에 위탁하기로 합의했다. 지평은 김치형 조정위원장이 속한 법무법인으로 삼성전자와 반올림 모두 1순위로 지명한 곳이다. 지평과 함께 지원보상위원회가 구체적인 합의이행 업무를 맡게 된다.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맡는다. 향후 지평은 내달 초 사무실을 개설하고 올해 안으로 지원보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이웃과 사회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과감하게 실천해 낸 삼성과 반올림, 두 당사자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역사가 이들 용기를 기록하고 기억할 것”이라며 삼성과 반올림 양측에 감사를 표했다.

삼성전자는 재발방지 및 사회공헌의 하나로 출연한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 500억원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기탁한다. 기탁금은 전자산업안전보건센터 건립을 비롯해 안전보건 연구개발, 기술지원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 쓰인다.


오소영 기자 o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