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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규모’ 보아오 포럼, 국내 재계인사 참석은 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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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규모’ 보아오 포럼, 국내 재계인사 참석은 저조

'최순실 게이트' 여파인 듯...권오현 회장 '목발 투혼' 눈길

[글로벌이코노믹 백승재 기자]
‘2018 보아오포럼 서울회의’에 참석한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이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2018 보아오포럼 서울회의’에 참석한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이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최태원·정의선 중국 정부인사에 ‘눈도장’만 찍고 사라져

-이재용 대신 목발 짚고 참석한 권오현, VIP룸에서 ‘두문불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2018 보아오포럼 서울회의’에 재계 총수들이 대거 불참했다. 행사장을 찾은 총수들도 빠르게 자리를 떠 포럼의 ‘한국 최초 개최’ 라는 의미가 무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주최로 ‘2018 보아오포럼 서울회의’가 열렸다. 전경련 측에 따르면 중국과 한국에서 정재계 인사 800여명이 참석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날 행사장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반기문 보아오포럼 위원장, 왕융 중국 국무위원, 리바오둥 중국 사무총장 등 한·중 고위급 정계인사들이 자리했다. 반면 재계에서는 허창수 GS그룹 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 등 일부 총수들만 참석했다.

행사 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깜짝 방문했으나 반 위원장과의 오찬, 중국 관계자들과 비밀리에 회동을 끝마친 뒤 곧바로 행사장을 떠났다. 매년 중국 하이난섬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에 빠짐없이 참석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도 점심시간 직후 행사장에 잠시 나타나 왕융 중국 국무위원에게 ‘눈도장’만 찍은 뒤 홀연히 사라졌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행사장에 나타난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개회사에서 짤막한 인사말만 남기고 연단을 내려갔다. 10분 이상 시간을 할애했던 다른 연사들과 대조를 이뤘다.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와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담소를 나누며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 허 회장은 개회사를 1분여 만에 마쳤다.이미지 확대보기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와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담소를 나누며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 허 회장은 개회사를 1분여 만에 마쳤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대신해 참석한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개회식 시작 30여분 전 행사장에 나타나 개회식이 끝나자마자 목발을 짚고 빠르게 VIP룸으로 향했다. 지난달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권 회장은 이후 기조연설 전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앞서 전경련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아시아 최대 포럼’이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 총수 대부분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주최 측인 전경련은 김이 빠지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지난 2016년과 2017년 ‘최순실 게이트’ 여진이 아직 남았기 때문이라는 추측을 내놓는다. 국정농단 이후 국내 4대 그룹(삼성, 현대차, SK, LG)가 전경련을 탈퇴해 힘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에 대한) 재계 관심이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면서 “대부분 기업에서 총수 대신 다른 인사들이 참석한 것이 그 반증”이라고 말했다. 일부 총수 참석에 대해서도 “중국 인사들과 스킨십을 위해 ‘깜짝 방문’한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이번 회의는 '개방과 혁신의 아시아'(An Open and Innovative Asia)를 주제로 열렸다. 개막식과 특별세션(➀글로벌 경제와 아시아 경제협력, ➁과학기술 혁신, ➂포용적 성장), 그리고 전체회의 순으로 진행됐다. 각 프로그램에는 한국과 중국의 고위급 정부인사와 비즈니스 리더, 학자 등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반기문 보아오포럼 이사장을 비롯해 이낙연 총리, 조명균 통일부 장관,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정계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