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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LG화학·SK이노, 中 전기차 배터리 시장 놓고 '3사3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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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LG화학·SK이노, 中 전기차 배터리 시장 놓고 '3사3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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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윤수민 디자이너
[글로벌이코노믹 백승재 기자] 전기차 최대 시장인 중국이 2020년부터 자국 업체에 대한 전기차 보조금 규모를 점차 줄이기로 해 ‘배터리 전쟁’ 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이끄는 3사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을 위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SDI, 원통형 배터리 새 기준 제시


삼성SDI는 현재 표준처럼 쓰이는 18650 규격 원통형 배터리보다 용량이 50% 많은 21700규격 배터리 양산을 준비 중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21700규격 배터리를 양산하기 위해 생산라인 증설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국내에는 천안사업장, 해외에는 중국 천진사업장과 말레이시아 사업장을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통형 배터리는 최근 전기차, 전동공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각종 Non-IT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B3에 따르면 2002년 0.4%던 원통형 배터리 Non-IT 비중은 2018년 96%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SDI는 현재 전동공구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 TTI, 보쉬, 마키타 등이 삼성SDI로부터 배터리를 납품받고 있다.

삼성SDI가 새 표준을 제시한 데에는 전기차 시장에서 21700배터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담겨있다. 최근 미국 테슬라 등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들이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면서 고용량 원통형 배터리 수요가 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SDI 관계자는 “원통형 배터리가 대용량 저장장치로 각광을 받으면서 많은 부문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새 규격인 21700 배터리는 이런 수요를 반영한 결과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같은 이유로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LG화학, 투자 늘리고 신기술 확보 '두 마리 토끼' 잡는다


LG화학은 전지 사업부문 투자 비중을 늘리는 한편 신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을 동시에 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상 중이다.

LG화학은 중국 난징에 2조10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2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LG화학은 한국과 중국, 유럽, 미국 공장에서 150만대 이상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출 것이라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이 같은 행보 뒤에는 LG화학이 전지사업부문에서 실적 ‘턴어라운드’를 일궈낸 점을 꼽을 수 있다. LG화학은 올해 1~3분기 전지사업부문에서 매출 4조4428억원, 영업이익 113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 영업이익은 무려 646% 급증했다. 적자를 기록했던 재작년과 비교할 때 본격적인 실적 ‘턴어라운드’가 시작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LG화학은 투자규모를 늘리는 동시에 신기술 확보도 함께 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향후 성장이 유망한 배터리 스타트업을 선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콘테스트 ‘더 배터리 챌린지(The battery challenge)’가 그 가운데 하나다.

LG화학은 콘테스트에서 선정된 8개 업체에 총 상금 190만 달러(약 20억원)를 수여한다. 이들 업체는 내년 2월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데모데이’에서 스타트업 혁신 기술 발표 및 사업 계획 등을 발표한다. LG화학은 기술의 혁신성, 사업 타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합한 스타트업과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합작’으로 시장 공략 본격화


삼성, LG보다 반 박자 늦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뛰어든 SK이노베이션은 ‘합작 투자’를 통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 14일 SK이노베이션을 전기차 배터리 셀 공급자로 추가 선정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과 합작공장도 함께 세우기로 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3년 총 10억위안(약 1625억원)을 투자해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BESK'를 설립했다. 이 합작법인이 짓고 있는 중국 장쑤(江蘇)성 창저우(常州)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이 완공되면 일반 전기차(300㎾h) 약 25만대에 들어가는 배터리 분량인 7.5GWh 규모를 연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의 연간 배터리 생산량은 올해 말 서산 배터리 2공장 준공을 시작으로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초 착공한 연산 7.5GWh 규모의 헝가리 공장, 중국 창저우 시에 건설될 7.5GWh 규모 배터리 공장이 모두 완공되는 2022년에는 연간 생산량이 약 20GWh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그동안 축적한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이 시장에서 통한 것 같다”면서 “중국 시장이 열리는 2020년부터 시장 입지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향후 3~5년이 최대 분수령” 국내 3사, 해외 입지 다질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중국 시장이 열리고 본격화될 ‘배터리 전쟁’이 향후 3~5년이면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 한번 입지를 다지면 진입하기 힘든 전기차 배터리 시장 특성 때문이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9월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10.7GWh로 2017년 9월(6.2GWh)과 비교해 73.2% 증가했다. 파나소닉과 BYD, AESC, 리센, 파라시스 등 중국과 일본 업체가 강세를 이어갔다. 10위권 가운데 우리 기업은 지난해 9월에 이어 올해 9월에도 4위를 지킨 LG화학과 올해 출하량이 28.1% 줄어 지난해 6위에서 9위로 떨어진 삼성SDI 등 두 곳이다.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성적표가 '아직 닫힌' 중국 시장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기차 최대 시장인 중국의 ‘자국 업체 감싸기’가 중국 기업 순위를 끌어 올렸다는 얘기다.

실제로 비(非)중국산 배터리 순위를 살펴보면 국내 3사 순위가 높다. 파나소닉이 3166MWh로 1위, LG화학은 590MWh로 2위를 기록했다. 삼성SDI는 193MWh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3위에서 4위로 내려앉았다. SK이노베이션은 9월 업계 최고 성장률인 227.0% 증가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한 단계 높은 6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아직 블루오션이지만 기술력이 필요한 산업부문”이라며 “국내 기업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까지 왔다. 과거 반도체 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국내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기술력을 확보하고 시장 전략을 잘 짠다면 입지를 충분히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