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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IT산업 투자 열기 시들 …새로운 성장주 생명공학 '눈에 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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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IT산업 투자 열기 시들 …새로운 성장주 생명공학 '눈에 띄네'

다양한 영역에서 IT기술 접목 …의료서비스 시장 성장 뚜렷

새로운 성장주로 생명공학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은 도대체 어떤 꿈을 꾸면서 생명공학에 도전했을까?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새로운 성장주로 생명공학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은 도대체 어떤 꿈을 꾸면서 생명공학에 도전했을까?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지난 10년간 호황을 누렸던 IT산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새로운 성장주로 생명공학이 꼽히고 있다. 아직까지는 세력의 판세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IT기술을 접목한 생명공학은 혁신을 일으키며 순항하고 있다.

생명공학은 '메디컬 가상현실'이나 '의료 데이터 관리' '나노 로봇' '초정밀 의학부품 산업' 등의 이름으로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기존의 IT기술의 발전을 발판삼아 의료 서비스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진입하는 기업과 투자자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4년 전 대다수의 투자가 IT산업에 집중하고 있을 때 개척자로서 과감히 생명공학에 투자한 기업이 있다. 바로 한국계 손정의 사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다. '손정의 사장은 도대체 어떤 꿈을 꾸면서 생명공학에 도전했을까'. 글로벌이코노믹이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 주>

▮ 소프트뱅크를 필두로, 생명공학 투자 급성장


최근 스위스 제약업체 '로이반트 사이언스(Roivant Sciences)'는 신규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 2억 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2017년 8월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를 통해 11억 달러의 수혈을 받은 이후 이번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해 로이반트의 기업 가치는 더욱 커졌다. 이번 라운드에서 기업가치는 70억 달러로 치솟아 생명공학 산업 부문의 비공개 기업으로는 사상 최대로 평가됐다.

특히 이번 라운드에서 주목할 만한 사항은, 이전과는 달리 전 세계 공룡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로이반트 발표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를 포함한 이전의 출자자 외에도 '노바퀘스트 캐피탈 매니지먼트(NovaQuest Capital Management)'와 'RTW 인베스트먼트(Investments)' 등 새로운 투자자가 이번 자금 조달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실시한 이전 라운드에서 로이반트는 바이오테크 기업 사상 최대의 단일 출자인 11억 달러(약 1조2523억원)를 출자받는 데 성공했다. 그 대부분은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에 의한 것이었다. 당시 소프트뱅크는 신흥 기업에 대해 수년 동안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수와 출자를 활발히 진행해 왔는데, 생명공학 관련 기업에 대한 출자는 거의 실시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한 소프트뱅크가 생명공학 분야에 뛰어들자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당연히 누구보다 주목받은 기업은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로이반트였다. 이후 로이반트에 대한 개인 자본의 급증은 생명공학 분야의 공모 호황으로 이어졌다. 올해만 하더라도 미국 거래소에 상장된 생명공학 기업은 49개 사에 달했다. 이번 라운드에서 추가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 또한, 생명공학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 모은 1라운드 투자 성과에 대한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 개발 도중 포기했던 신약 발굴이 경쟁력

로이반트는 다른 제약 기업이 완성하지 못하고 버림받은 신약 후보를 거두어 신약 개발을 전략으로 삼는 벤처기업이다. 바이오테크 산업에서 2015년과 2016년에 실시된 최대 규모의 신규 주식공개(IPO)는 모두 로이반트의 산하의 기업이었다. 이는 이 회사의 성장 전략이 의약 업계의 성장 동력을 찾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여기에서 소프트뱅크가 그동안 진행한 인수 및 출자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소프트뱅크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으로부터 로봇 생산 업체인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인수했으며,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320억 달러(약 36조4320억원)에 인수했다. 또한 애플과 오라클 등의 출자를 받은 1000억 달러(약 113조8500억원) 규모의 자체 투자 펀드를 통해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NVIDIA)'에 40억 달러(약 4조5540억원)를, 이어 유전자 조작을 다루는 바이오테크 기업 '자이머젠(Zymergen)'에 1억3000만 달러(약 1480억원)를, 그리고 스포츠 용품 업체 '패너틱스(Fanatics)'에 10억 달러(약 1조1385억원)를, 최근에는 사무실 공유서비스 업체 '위워크(WeWork)'에 최소 3억 달러(약 3415억원)를 투자했다. 이상할 정도로 다양한 멤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대량의 자금이 지난해부터 새로운 산업을 향했다. 지난해 로이반트가 출자한 11억 달러의 대부분은 소프트뱅크에서 나왔다. 누가 나머지를 출자하고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로이반트 대변인은 나머지 대부분은 회사의 기존 투자가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실시한 새로운 라운드에서는 전 세계 공룡 투자자들이 스스로 이름을 밝히며 당당히 참여했음을 고했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발굴한 신약 경쟁력이 빛을 발휘했으며, 투자를 공개해도 될 만큼 수익력이 높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설립에서 불과 4년, 로이반트는 다른 제약 회사의 선반에서 신중한 협상 끝에 물려받은 신약 후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약을 개발하는 자회사의 모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이오반트(Myovant)'는 자궁 내막증과 자궁 근종의 통증에 대한 약물 개발에 임하고 있으며, '유로반트(Urovant)'는 요실금과 과민성 방광에, '액소반트(Axovant)'는 치매와 알츠하이머 질환에 집중하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포기된 약을 구해 시험에 신속 통과시켜 상품화하고 있다.

로이반트가 거둔 신약의 일부는 정부의 승인 전 마지막 단계인 임상시험 '단계 III'에서 인간의 유효성을 시험하고 있으며, 일부 약물은 '단계 II'에서도 시작된다. 로이반트는 그 단계까지 연구∙개발하는 데 들어갔던 비용의 약 50분의 1의 비용만으로 신약을 만들어내는 파이프라인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비벡 라마스와미(Vivek Ramaswamy) 로이반트 사이언스 최고경영자(CEO)는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후 바이오테크에 초점을 둔 금융 비즈니스의 길로 들어섰다. 그래서 그는 흥미로운 화합물을 약품화하는 과정이 그리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수십년의 세월과 몇십억의 자금을 들여도 약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으며, 이들은 다른 업계가 도입했던 과정을 최적화하기 위해 데이터를 사용하는 방법도 사용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뚜렷이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라마스와미는 다른 기업이 중단했던 문제점을 유사한 다른 업체들의 연구과정을 공유하는 데서 로이반트의 사업 전략을 구상했다. 과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계획 변경으로 인해 중도에 막혀 버린 약을 찾아내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일단 그런 약을 물색해서 넘겨받은 후 특정 약에 특화된 팀이 그 약을 완성시키기 위한 프로세서에 집중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라마스와미의 전략은 실제 100% 이상 적중했다. 그리고 이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의 투자 전략 성공으로 이어졌다.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대형 투자자들이 생명공학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생명공학은 향후 몇 년 전 호황을 누렸던 IT산업의 열기를 능가할 것으로 기대된다.이미지 확대보기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대형 투자자들이 생명공학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생명공학은 향후 몇 년 전 호황을 누렸던 IT산업의 열기를 능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 데이터베이스에서 '신약 광맥' 찾아


어느 기업을 찾아가서 '당신의 회사의 것을 주시겠어요'라고 묻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라마스와미는 중도에서 포기한 의약 샘플을 가진 기업을 찾아가서 협상을 이끌어 냈다. 그는 "선반에 방치된 약을 안고 있는 기업은 우리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답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더 이상 자금을 쏟지 않아도 되고, 다른 신약에 집중해야 할 연구 인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로열티 등의 동의를 얻은 후 로이반트에게 버려진 신약 후보를 넘겨준다는 것이다. 라마스와미는 "많은 기업들은 지금까지 소비한 노력이 환자를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움직인다. 낭비하고 버리면 아깝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로이반트는 약을 찾기 위해 공개 데이터베이스나 관계자의 네트워크 등의 정보 수집 방법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세상에는 더 많은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그들은 일명 '약군 매핑'이라고 불리는 전략을 이용해 전 세계의 신약 개발 정보를 수집∙분석했다.

로이반트의 최고 정보책임자 댄 로스맨(Dan Rothman)은 '약군 매핑'에 대해 "비즈니스 개발팀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약품 데이터를 철저하게 수집한다. 우선 특허를 보는 것부터 시작해, 꾸준히 임상 시험을 실시하고 있는 기업을 특정한 후 거기에서 5개사로, 그리고 3개사로 점점 압축한다"고 설명했다.

그 뒤 선발된 약을 기존의 약품 카테고리와 작용 기서에 대조해 산업군내 다양한 업체가 달성하려고하는 '엔드 포인트(시험용 신약의 유효성·안전성 평가 항목)'와 대조하고 분석한다. 또한 그 약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존재하는지, 얼마나 많은 양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검토한 후 상업적 실용화 가능성을 찾는다.

로이반트는 이러한 방법으로 약 3만개의 신약 후보와 2000개의 작용 기서, 그리고 1만개의 엔드 포인트를 발굴하는데 성공했다. 대부분이 무료 데이터베이스에서 매핑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프트뱅크에서 출자된 자금의 일부는 이 과정에 사용됐다. '누가 무엇을 개발하고 있는지' '지금은 중단됐지만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등 더 비싸고 더 유용하다고 예상되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절대 돈을 아끼지 않았다.

기업은 다수의 시험을 치르고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지만 그것을 모두 발표하거나 공유하는 일은 없다. 따라서 연구진은 다른 곳에서 이미 실패한 아이디어를 반복할 수 있다. 데이터반트(Datavant) 이사 트래비스 메이는 "만약 모든 데이터를 한곳에 집중시키면 임상시험 비용을 대폭 낮추고, 출시에 걸리는 시간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으며, 어떤 임상시험의 성공률도 대폭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로이반트는 지난해 출자받은 11억 달러의 일부를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강화시켜 임상시험의 전 과정을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자회사 '데이터반트'에 투자했다. 데이터 수집이 사업의 성공을 결정짓는 경쟁력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우쳤기 때문에, 투입되는 자금과 관심은 다른 어느 기업보다도 많았다. 그 결과 이번 새로운 라운드에서 생명공학 산업 부문으로는 사상 최대의 평가를 받은 것이다.

로이반트의 '약군 매핑' 전략과 야망, 그리고 지금까지의 업적에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그들이 가고 있는 여정의 차기 단계를 지원하는 것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소프트뱅크의 투자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소프트뱅크는 새로운 분야에서 엄청난 투자를 하는 이유에 대해 대체로 입을 다물고 있다. 다만 이번 생명공학에 대한 투자 전략을 통해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은 데이터 수집과 분석의 중요성에 대해 일찌감치 간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그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되새겼던 "디지털 슈퍼 인텔리전스의 도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생명공학에서 어떻게 접목되었는지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