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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소리 나게 내려도 눈 하나 깜짝 안한다…부동산 '거품' 빠지려면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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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소리 나게 내려도 눈 하나 깜짝 안한다…부동산 '거품' 빠지려면 멀어

매도자 위주에서 매수자 위주로 바뀐 부동산 시장
부동산 업자들 급매물·초급매물 공세에도 꿈쩍도 안해
거래량 지난달 하루 평균과 비교해 62%↓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아직 거품이 빠지려면 멀었다고 평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아직 거품이 빠지려면 멀었다고 평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
[글로벌이코노믹 윤진웅 기자] "10억 오르고 1억 떨어진 걸 가지고 집값이 내려갔다고 표현할 수 있나요. 그저 9억이 오른 거죠. 앞으로 거품이 다 사라질 때까지 기다릴 생각입니다" 부동산 카페 A 회원의 말이다.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과 잇따른 초강수 끝에 집값이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 접어들면서 매수자 위주의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부동산들은 시세보다 억 단위로 싼 급매와 초급매물을 내놓았지만 매수자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아 오히려 관망세가 짙어지는 형국이다. 주택 거래량은 반 토막 났고 전셋값도 뚝 떨어졌다. 매매자들은 울상을 짓고 있지만 매수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9·13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은 완전히 무릎을 꿇었다. 강남을 비롯해 수도권 주요 도시 아파트값도 추락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01% 내려간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전환된 것은 지난해 9월 첫 주 이후 61주 만이다. 이에 강남권 주요 아파트 단지 중심으로 매수자 관망세가 장기전에 도입했다. 중개업자들은 급매물과 초급매물을 내놓으면서 매수심리를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딴청만 피우고 있다.

거래량도 절망적이다. 서울 부동산 정보 광장을 보면 지난 18일까지 거래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하루 평균 123건이다.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량인 330건보다 62% 낮은 수치다.

강남 11개 구는 하락폭이 –0.02%에서 –0.03%로 확대됐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대책 발표 이후 5주만인 10월 22일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서며 방귀깨나 뀐다는 아파트들도 2~3억 원가량 하락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호가가 2억~2억5000만 원까지 내려갔으며 송파구 대표 재건축 단지인 잠실 주공 5단지 역시 2억 원가량 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거래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신호탄이 터졌다. 지난달 말 잠실 주공 5단지 전용 76㎡ 급매물 1건이 직전 최고가 대비 1억 원 하락한 17억9000만 원에 거래된 것. 중개업자들은 반등이 임박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매번 집값 조정기에 급매물로 저가 매수세가 정해지면서 집값이 다시 치솟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개업자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열띤 홍보에도 매수자들이 관망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해당 주택형 호가는 오히려 5000만 원 이상 떨어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개업자들은 매수심리를 되돌리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루 평균 거래량도 지난달보다 62% 떨어지며 중개업소는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됐다. 거래 성사는 물론이고 매수 자체가 끊겼고 가끔 가격을 흥정하는 고객이 등장하지만 떠보는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 하락은 정부의 수요억제 대책이 정곡을 찌른 것으로 시사된다. 강남에서 시작된 풍선효과로 전국의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간 점을 보면 강남 아파트값의 하락은 전체 주택시장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처럼 강남이 추락하며 주변 지역의 머리채를 끌어 당겨 마용성(마포·용산·성동)으로 불리는 지역을 포함해 다른 인기 지역 아파트값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9·13 대책과 더불어 △대출규제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 △연말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저가 급매물이 나와도 매수자들의 관망이 이어지고 있어 호가 추락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평했다.

대출 규제와 다주택 규제는 거래 실종의 주 원인으로 꼽혔다. 실수요자 대출 보호 목적의 대출 규제가 오히려 소형 주택 보유자를 옥죄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다주택자 위주의 종부세 부과 대상 확대와 금리 인상도 거래량 감소에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진웅 기자 yjwdigital@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