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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마찰로 중국과 타이완 반도체 협력 '삐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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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마찰로 중국과 타이완 반도체 협력 '삐긋'

전문가 "타이완 기업, 중국에 대한 투자 늘수록 미국으로부터 압력 거세질 것"

지난주 타이완의 반도체 대기업 UMC는 돌연 중국 푸젠진화반도체((JHICC)와의 공동 연구 개발을 중단했다. 자료=UMC이미지 확대보기
지난주 타이완의 반도체 대기업 UMC는 돌연 중국 푸젠진화반도체((JHICC)와의 공동 연구 개발을 중단했다. 자료=UMC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 업체에 미국 제품의 공급을 중지하기로 결정하면서, 반도체의 글로벌 플레이어를 목표로 중국과 이를 지원하고 있는 타이완 업체를 둘러싼 긴장의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세계 주요 반도체 거래에서 배척된 것을 계기로, 타이완의 반도체 업체에 대해 중국 본토에서의 반도체 제조를 제안하는 등 협력 관계를 강화해 왔다. 그런데 지난주 타이완의 반도체 대기업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는 돌연 중국 '푸젠진화반도체((JHICC)'와의 공동 연구 개발을 중단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JHICC에 대한 미국 기업의 수출 제한 조치를 내놓은 데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
그동안 UMC 등 타이완 기업은 중국에 반도체 제조 기술을 제공하는 대신, 빠르게 성장하는 대륙 시장 내의 참가가 인정되어 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기업의 견제로 인해 중국은 수년 동안 '집적회로(IC)'의 부족에 시달려 왔기 때문에, 타이완 업체의 협력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실제 2017년 중국이 수입한 반도체는 2700억 달러(약 305조2080억원) 규모로 원유 수입량을 웃돌았다.

지난 몇 년 동안 중국과 타이완 기업들 사이에서는 적어도 10개의 합작 회사가 설립됐으며, 중국은 고액의 연봉을 제시해 타이완의 기술자를 포섭하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서비스와 메모리 칩 생산 강화와 결부되는 타이완 기업은 중국 측에게 가장 가치 있는 업체로 평가되고 있다. 이 두 분야는 선진 제조 기술과 많은 자금 투입이 필요하는 등 해외 기업으로부터의 협력이 다른 분야 이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미중 무역마찰과 양안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러한 타이완과 중국의 협력 결렬에 대한 우려가 강해지고 있다. 타이완의 미국 대표 기관인 미국재타이완협회(AIT) 타이베이 사무소 브렌트 크리스텐슨 소장은 기업 관계자들과의 회의에서 "중국이 보조금으로 시장을 왜곡시키고, 강제적인 기술 이전에 의해 첨단 기술 분야를 포함한 산업을 빼앗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이러한 (중국의) 행동은 미국과 타이완, 기타 다른 나라의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 최고의 IC 수출국 중 하나인 타이완 또한, 정치적 긴장 관계에 있는 중국에 "타이완의 경제의 기둥이기도 한 기술을 빼앗기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의 목소리가 많다. 실제 타이완 경제부는 타이완 기업이 중국 본토에서 웨이퍼 생산에 투자하는 경우에 한 세대 이전의 낡은 제조 기술에 한정되는 것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타이완의 최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전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지난달 미 사법부는 지난주 미국 반도체 대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기업 비밀을 훔치려고 했다는 혐의로 UMC와 JHICC를 기소했다. 동시에 미 상무부가 JHICC에 대해 미국 제품 및 소프트웨어 기술의 수출 제한 목록에 추가한 것으로, UMC와 JHICC과의 협력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면서 타이완의 우려는 더욱 가중되기 시작했다. 당시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타이완의 하이테크 기업은 자신의 현재 입지나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을 주의 깊게 재검토할 필요가 강요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중국이 반도체 생산에서 세계 톱을 따라잡으려면 적어도 앞으로 6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견해가 있지만, 실제 중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은 이미 공급망에서 위협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 실례로,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 시가 타이완 파워칩에 투자하면서 건설을 시작한 넥스칩(Nexchip, 合肥晶合集成电路有限公司)은 지난해 이미 12인치 웨이퍼 공장을 가동해 월 8000장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의 해외 반도체 업체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게다가 넥스칩은 액정디스플레이(LCD)를 구동하는 반도체 생산 세계 1위의 자리를 목표로 내걸고 3곳의 12인치 웨이퍼 공장의 건설을 계획 중이며, 2019년까지 월산 2만장 체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반도체 굴기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당연한 결과다. 그로 인해 타이완은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동시에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타이완 기업이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수록, 타이완의 산업 정책은 미국으로부터 추궁당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