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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논쟁’…시간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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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논쟁’…시간이 아깝다

정부는 문제 없다는데 실상은 달라…2015년 데자뷔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지난 2015년 3월, 청와대에서 이른바 ‘청와대 3자 회동’이 열렸을 때였다.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현재 우리 경제는 총체적 위기”라고 꼬집었다. “경제가 어렵고 국민은 먹고살기 힘든데, 경제정책은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하고 있었다.
그러자, 청와대가 반박하는 자료를 내고 있었다. “근거 없는 위기론은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위축시켜 경제 활성화에 역행한다”는 자료였다. ‘A4용지 9장’이나 되는 적지 않은 분량의 자료라고 했다.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도 거들고 있었다. “경제가 호전되는 상황에서 총체적 위기, 실패를 말하는 것은 우리 국민과 경제주체의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는 발언”이라고 반박하고 있었다.

이듬해 3월, ‘경제수장’인 유일호 부총리는 한 강연에서 “현 경제 상황은 정부가 예상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과도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밝히고 있었다. 그러면서 “경제 상황보다 지금은 경제 심리가 더 큰 문제”라며 “정부도 경제 심리를 끌어올리는 것이 주요 정책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이고 있었다.

유 부총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최근 일각에서 경제지표를 왜곡 해석히 근거 없는 ‘경제 실패론’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이 같은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 직후에 나온 것이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최근 경제 상황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수출 감소 폭이 줄었고 소비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던 것이다.
그러나, ‘경제성적표’는 ‘별로’였다.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로 치솟았고, 실업자 숫자는 100만 명을 돌파하고 있었다. 수출실적도 5.9%나 줄어들고 있었다.

‘닮은꼴’인 상황이 지금 또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사실 우리가 이룬 경제발전의 성과는 놀랍다. 올해 우리는 수출 6천억 불을 돌파할 전망이다. 사상 최초, 최대다. 수출 규모로만 보면, 세계 6위의 수출대국”이라며 우리 경제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또, “경제성장률도 우리와 경제 수준이 비슷하거나 앞선 나라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가장 높은 편이다. 세계가 우리의 경제성장에 찬탄을 보낸다. 우리 스스로도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었다.

청와대도 말을 보태고 있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올해 경제성장률과 관련, “우리나라와 경제 수준이 비슷하거나 앞선 나라와 비교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고 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규직이 늘고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확대되는 등 일자리의 질은 개선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는 와중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 내년은 2.6%로 각각 내려 잡고 있다. 실업률도 올해와 내년 모두 3.9%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5월 전망에서는 3.7%였는데 0.2%포인트 상향한 것이다. 한마디로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도 나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기 논쟁’보다는 위기의식을 공감하고 대책을 세웠더라면 한심한 '경제성적표'는 모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지고 있다.


이정선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