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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기업' 파나소닉의 고민…미래먹거리 '배터리' 선택 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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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기업' 파나소닉의 고민…미래먹거리 '배터리' 선택 후 흔들

TV실적 부진서 탈피 일환…주택·자동차 주력분야 선정

가전으로부터 자동차로 축을 옮겨 성장한다는 야심찬 전략으로 자동차 사업에 뛰어든 파나소닉이 정체성을 잃고 있다. 자료=파나소닉이미지 확대보기
"가전으로부터 자동차로 축을 옮겨 성장한다"는 야심찬 전략으로 자동차 사업에 뛰어든 파나소닉이 정체성을 잃고 있다. 자료=파나소닉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올해로 창업 100주년을 맞이한 파나소닉의 주력사업에 큰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전으로부터 자동차로 축을 옮겨 성장한다"는 야심찬 전략을 내세우며, 100년 주력 분야였던 에어컨, TV 등 가전제품을 버리고 자동차 배터리와 차량용 전자부품 등으로 전환을 꾀했던 파나소닉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업 정체성을 잃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찍이 가전 기업이던 시절은 사업에 대해 설명하기 쉬웠다. 하지만, 지금은 자동차 배터리, 자동차 전자부품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 결과 파나소닉이 도대체 누구인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솔직히 상당히 고민스럽다."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5일간 도쿄국제포럼에서 열린 '파나소닉 100주년 기념 이벤트' 개회식에서 기조 연설한 츠가 카즈히로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축하 이벤트에서 츠가 사장은 '파나소닉은 가전 회사에서 어떤 회사가 될 것인가'를 주제로, 그간의 100년 여정에 대한 공치사보다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긴장과 고민을 토로했다.

■ 주택과 자동차, 두 성장동력에 안긴 불안


2012년에 사장으로 취임한 츠가 사장은 텔레비전의 실적 부진에서 탈피하기 위해 가전을 대신할 성장 동력으로 2013년 주택과 자동차 두 분야를 주력사업으로 선정하고, 2015년부터 4년간 1조엔의 투자 전략을 마련하는 등 신사업 육성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주택 사업은 단독주택과 리모델링, 개호 등의 중점 영역에서 일찌감치 멀어졌다. 2018년 4~6월(日 회계연도 1분기) 결산에서 영업 적자를 기록한 결과 중기 수익 계획은 대폭 하향 조정됐으며 전략도 수정됐다. 결국 지금은 또 하나의 기둥인 자동차 사업에 주력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향후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EV(전기자동차) 전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성장의 축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파나소닉의 배터리 사업 최대 고객은 2011년부터 전략적 파트너 계약을 체결한 미국 EV 선도 메이커 '테슬라'다. 현재 파나소닉은 테슬라가 미국 네바다 주에 설치한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에 2000억엔을 출자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2017년에는 도요타 자동차와 제휴하면서 세력을 확장했다. 결국 파나소닉은 이 두 회사를 필두로 총 12개 회사의 80개가 넘는 차종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그 결과 출하량 기준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의 15% 정도를 차지하는 등 시장에서도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2017년 시장조사업체 테크노 시스템 리서치 발표)

하지만 실제 배터리 사업에 대한 실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2017년 북미와 중국 2곳의 신설 공장에 대한 선행 투자가 과중한 비용 부담을 안은 결과 18억엔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테슬라의 차량 생산이 피치에 오르면서 북미 공장의 배터리 생산이 정상화됨으로써 수익이 점차 안정된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우메다 히로카즈 상무는 북미 공장의 생산이 궤도에 오른 것으로, 이번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투자 수확 시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사업의 성장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츠가 사장이 고민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츠가 사장은 "자동차 배터리 회사로 자리매김 한다고 해도, 10년 후나 20년 후에 자동차 사업이 어떻게 변화될지 모르겠다. 너무 쉽게 사업 영역을 좁히는 것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신중한 말투의 배경에는 자동차 배터리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를 원인으로 들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테슬라의 혼란이다. 테슬라는 최초의 대중차인 '모델3'를 2017년 7월부터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전자동 라인의 가동 지연으로 계속 고전해 왔다. 지난해 연말까지 목표로 했던 '주간 5000대 생산' 달성은 올해 6월로 2분기 이상 늦어졌다.

테슬라의 생산 지연에 의한 여파는 고스란히 파나소닉의 손실로 이어졌다. 파나소닉은 배터리 출하량을 계획 대비 대폭 하향조정 했으나 과잉 생산은 불가피했으며, 결국 남아도는 일부 배터리를 주택용이나 축전지용으로 배분하는 등 대응에 쫓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최고의 주력사업 분야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테슬라의 성장에만 목메는 꼴이 된 셈이다.

■ 머스크의 자유분방한 언동도 파나소닉에는 '악재'


거기에 한술 더 떠 일론 머스크 CEO의 말 한마디에도 파나소닉은 간담이 서늘함을 느끼게 됐다. 물론 머스크의 자유분방한 언동은 늘 화제가 되어 그리 생소한 리스크도 아니었지만, 특히 올해 8월에는 트위터에서 주식 비상장화를 갑자기 제안하는 바람에 "주가 조작 혐의가 있다"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기소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를 지나면서 생산 설비의 교체 등이 주효한 결과 테슬라 모델3의 생산량은 주간 5000대 수준을 달성해 안정되었다. 그 결과, 10월 25일에 발표한 7~9월 결산에서는 시장 예측을 웃돌면서 지금까지 마이너스 값이 계속되고 있었던 테슬라의 잉여현금 흐름이 8억8100만 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이러한 테슬라의 실적에 부응해 파나소닉의 배터리 출하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의 견해는 여전히 투자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2018년 초부터 이어진 파나소닉의 주가 침체는 아직도 바닥에 닿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파나소닉의 주가 침체에 대해 모건스탠리 MUFG증권의 오노 마사히로 애널리스트는 "주가 변동폭이 큰 현재의 시장 환경에서는 조금이라도 리스크 요인이 있는 종목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며 "파나소닉의 경우 자동차 배터리의 최대 고객인 테슬라의 생산 상황의 불투명성과 더불어, 테슬라와 파트너를 맺은 사실만으로도 스스로 신용 등급을 낮추는 리스크를 키웠다"고 평가했다.

테슬라의 성장에 목을 메는 비참함에 이어, CEO인 머스크의 행동에도 눈치를 봐야하는 처참한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츠가 사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테슬라는 리스크에 대해 잘 대처해 나가고 있으며, 도산할 것도 아니지만, 유일하게 (파나소닉)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머스크 CEO의 언동이 항상 고민"이라고 호소했다.

파나소닉이 앞으로 어디까지 테슬라와 협력할지도 문제다. 10월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공장 용지를 취득해 2019년부터 일부 생산을 시작할 예정을 발표하면서, 츠가 사장은 "(테슬라와) 중국에서의 협업도 검토하겠다"고 발언해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즈호증권의 나카네 야스오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서 손을 잡는 경우, 기존보다 좋은 조건에서 테슬라와 협력하여 투자 부담과 위험을 억제하지 않는 한, 수익성의 대폭적인 향상은 희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 중국 전지 메이커도 큰 위협


파나소닉의 리스크는 테슬라의 혼란만이 전부가 아니다. EV 확대를 국책으로 내세운 중국 정부의 극진한 지원 아래 최근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중국 전지 메이커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실례로,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중국 'CATL'은 중국 로컬 자동차 메이커뿐만 아니라, 닛산과 혼다 등 파나소닉의 중요한 고객에게도 손을 뻗치고 있다. 이미 일부 차종이지만 중국 국내 출시모델은 채용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이러한 상황이 더욱 확대될 것을 전망하여 파나소닉 사내에는 "자동차 배터리는 중국 세력의 승리"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츠가 사장은 "우리의 전지가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보유한 것에는 틀림이 없다. 파나소닉이 CATL에 졌다는 의견에는 반응할 필요도 없다"고 강한 어조로 항변하면서도 "당사와 경합할 수 있는 업체"라고 CATL을 평가했다. 또한, 전자 백미러나 조종실 센서 등 다양한 상품군을 전개하는 파나소닉의 자동차 사업이지만 "배터리를 대체할 정도의 막강한 부품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인정했다.

■ 소비자의 삶의 질 향상 위한 비즈니스로


가전 기업에서 과감한 탈피를 선언했지만 자동차 부품 제조 업체로서 지속적인 성장에 불확실성이 대두된 파나소닉은 결국 새로운 목표로 '라이프(삶) 업그레이드' 사업을 선택했다. 츠가 사장은 기조연설에서 "가전제품과 같은 완제품을 파는 지금까지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소비자의 생활에 맞추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강화함으로써 지속적인 수익을 얻게 될 것"이라며 주력 사업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실례로서 거리 등의 특정 구간을 선정해 저속으로 주행하여 택배 및 매점, 의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전개할 수 있는 '콘셉트카'와 주택용 통합 플랫폼 '홈 X(Home X)' 등을 공개했다. 미래의 파나소닉은 인간의 삶을 축으로 한 '플랫포머'를 목표로 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파나소닉의 새로운 목표 제시에도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라이프 업그레이드는 지금까지 수립해 온 주택이나 자동차 분야의 강화보다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이야기로 성공 여부가 더욱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전개하는 다양한 노력 속에서도 "파나소닉의 강점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결국, 다음 100년을 생존하기 위한 파나소닉의 '자아찾기'는 결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