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홍콩법인 대전 제2라운드, 덩치키우기로 맞불
현재 증권사 홍콩법인의 최정상은 미래에셋대우다.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의 자기자본은 올해 초 자기자본 1조497억원에서 지난 6월 말 기준 1조4530억원으로 38.42%(4033억원) 껑충 뛰었다. 최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미래에셋 홍콩 비상근 회장으로 해외사업을 진두지휘하며 홍콩법인의 사업다각화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NH투자증권은 일찌감치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홍콩 현지법인 사업 확장 목적으로 지난 9월 홍콩법인에 1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의 홍콩법인 총자본 규모는 기존 2516억원 수준(6월 말 기준)에서 3900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KB증권도 유증대열에 합류했다. KB증권의 경우 지난해 5월 홍콩법인에 8000만달러(약 900억원)를 신규 투입했다. 이에 따라 자본금은 1200억원 수준으로 커졌다.
이보다 더 파격적으로 덩치 키우기에 나선 곳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8일 이사회에서 홍콩 현지법인 자본금 4억달러(US달러, 한화 약 4500억)의 초메가톤급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유증 완료 시 한국투자증권 홍콩 현지법인 자기자본 규모가 0.1억달러에서 4.1억달러로 덩치가 커진다. .
이를 위해 금융회사 고유계정으로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프롭 트레이딩 (proprietary trading)과 ELS 헤지운용뿐만 아니라 해외 대체투자 상품 및 IB 딜 소싱 등으로 업무 영역을 확장시킬 계획이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아시아 금융시장의 참여 확장을 통해 글로벌IB들과 당당히 경쟁할 준비를 마쳤다”며 “철저한 준비와 현지화 전략으로 국내 증권회사 해외 진출의 모범사례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본 확충 대비 ROE제고 의문…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 상반기 적자
이제까지 성적표만 보면 기대 이하다. 주요 증권사 홍콩법인 상반기 재무현황을 보면 미래에셋대우가 자기자본 12억9000만달러, 순이익 287억원으로 그마나 자존심을 지켰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사이즈를 3억4750억달러로 늘렸으나 순익은 47억원으로 크지 않다.
지난 18일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한국투자증권의 성적표는 더 암울하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자기자본 1000만달러, 2억원의 적자를 입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국내에서 상반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3.2%로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대형사 가운데 압도적 1위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와 홍콩법인사이의 ROE 격차는 훨씬 더 크다. 대형사 ROE 1위인 한국투자증권조차 홍콩법인에서 적자가 발생함에 따라 대규모 자본 확충이 수익으로 이어질지 의문이 더 깊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 자체가 여력이 많아도 자본활용도를 늘리지 않으면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며 “확실한 청사진이 없는 상황에서 과도한 증자는 수익성에 오히려 득이 아니라 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비교적 적은 사이즈로 상대적으로 많은 수익을 낸 KB증권이 주목받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증자는 독단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 은행과 연계하며 결정한다”며 “은행과 연계해서 같이 사업을 하는 등 시너지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법인 적자인 상황에서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해 ROE 제고에 빨간불이 켜진 한국투자증권은 중장기관점에서 ROE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당연히 준비돼 해외 IB들과 경쟁을 하려고 자본을 확충한 것”이라며”예전에 하지 않던 기존의 홍콩법인 이다양한 비즈니스를 활성화하는 등 IB가 확대되면 장기적으로 ROE도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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