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굿모닝 베트남] 경남비나 등 세제혜택 악용한 외국기업 강력 단속

공유
1

[굿모닝 베트남] 경남비나 등 세제혜택 악용한 외국기업 강력 단속

본국과 다른 가격으로 손실 초래해 세금면제받아…베트남 정부 전수조사 나서

베트남에 진출한 부동산 업체인 경남비나는 자회사인 경남엔터프라이즈를 통해 의도적으로 손실을 내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베트남에 진출한 부동산 업체인 경남비나는 자회사인 경남엔터프라이즈를 통해 의도적으로 손실을 내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 응웬 티 홍 행 베트남 통신원] 베트남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면세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전가격(한 기업 내에서 사업부 상호간에 재화나 용역을 수수할 때 적용되는 내부가격)을 통해 세제 혜택을 악용하는 기업들로 인해 골치를 앓고 있다.

2일(현지 시간) 베트남 상공회의소(Vietnam Chamber of Commerce and Industry)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FDI(외국인 직접 투자) 업체의 40~50%가 순손실을 신고했다. 그중 여러 업체가 장기간 지속적으로 손실을 계상해서 자본이 마이너스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사업 규모를 확대하는 등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세제혜택 악용하는 외국기업들


예를 들어 한국 부동산 업체인 경남비나(Keangnam Vina)는 지난 2017년 7월 베트남에 진출했으며, 자회사인 경남 엔터프라이즈를 통해 각종 건설 시공 사업을 펼치고 있다. 경남 엔터프라이즈가 베트남에서 계약한 금액은 8억7100만 달러이지만, 경남 비나에 조사, 설계, 기계 공급, 재정 자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 금액도 수억 달러에 달한다.

매년 경남 비나가 경남 엔터프라이즈에 지급한 비용을 제하면 순손실을 기록하게 되므로, 2022년 법인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게 된다. 2022년 이후가 되면 세금 당국의 조사를 받더라도 경남 비나가 가격을 변경, 이윤 및 납세 금액을 조정한 행위의 정당성을 인정받게 된다.

코카콜라, 펩시, 아디다스와 같은 거대 다국적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까지 이런 식으로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디다스가 1993년 베트남에 도매점 형식으로 사업 인가를 받았지만, 다수 항목의 경비를 소매점과 같은 가격으로 지출하게 되면서 매년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신고했다. 아디다스는 베트남 사업체를 안착시키는 과정에서 투자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베트남 시장에 들여오는 제품의 가격이 본국의 정가보다 높아져 손실을 기록했다고 해명했다.

100% 일본 자본인 스미토모 베이크라이트 베트남(Sumitomo Bakelite Vietnam) 유한책임회사는 베트남에 진출한 이래 3년간 누계 손실금액으로 7억7700만동을 신고했다. 메이코 베트남(Meiko Vietnam) 전자 유한책임회사도 3년 동안 3억동의 손실을 봤다고 신고했지만, 하노이에 위치한 메이코 베트남 전자 공장은 베트남에서 이뤄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 프로젝트 중 상위 10위권에 드는 규모로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과 관련, 베트남 외국투자청(계획투자부) 느앗 황(Do Nhat Hoang) 대표는 "가격에 관한 구체적 데이터가 없어 외국 투자 기업 중 이전가격을 조작하는 FDI업체를 걸러내는 것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베트남은 국내외 기업이 모두 참여하는 공개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에, 세금 당국과 기업이 시장가격을 함께 확인하며 가격 조작 행위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많은 외국기업들이 베트남 정부의 세제 혜택을 이전가격을 통해 악용하자, 정부가 강력한 단속을 예고했다.이미지 확대보기
많은 외국기업들이 베트남 정부의 세제 혜택을 이전가격을 통해 악용하자, 정부가 강력한 단속을 예고했다.

국세청(재무부) 부이 반 남(Bui Van Nam) 총국장은 "베트남 내 제품의 시장 가격을 정할 전문 기관을 아직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외국 투자 업체들이 본국에서 들여오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변경하더라도 이런 행위가 불법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개발은행(ADB) 에릭 시드윅(Eric Sidgwick) 사장은 "외국 기업들의 이전가격 조작은 아이러니하게도 베트남 정부의 세금 우대 정책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정부는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독려하기 위해 투자 기업이 일방적으로 계상한 회계 기록을 승인하고 법인세를 감면해 준다. 하지만 이런 세금 우대 정책을 통해 외국 기업들이 챙겨가는 이윤 만큼, 베트남 경제에도 주는 이익이 있는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 '이전가격' 강력한 단속 지시


ADB의 경제 전문가인 응우엔 밍 끄엉(Nguyen Minh Cuong) 연구원은 "베트남은 다른 국가의 가격 변경 행위 통제에 관한 경험을 참고해 현재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그룹 내 양도 가격 지정을 조정하는 법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모회사와 자회사간 거래 가격에 관한 각종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하며, 탈세에 대한 증거가 발견되면 매우 엄중하게 처리한다. 탈세 시도 증거가 확인되면, 세금 당국에서 납세자의 수입을 조정할 수 있으며, 누락시킨 세금의 20~40%를 벌금으로 징수한다.

중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안내를 기준으로 이전가격 변경 방지 규정을 만들었는데, 납세자가 가격, 경비 확정 기준, 계산 방법 및 회계 처리 방법 등에 관한 문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끄엉 연구원은 "세계 여러 국가에서, 이전가격 조작을 통해 탈세하는 행위를 방지하고 탈세 금액을 회수하기 위해 엄격한 법 규정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며 "베트남도 OECD 기준에 맞는 법 규정을 하루 속히 만들어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베트남 정부도 적극적이고 강력한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응우엔 쑤언 푹 총리는 외국기업들의 이전가격에 대해 투명하고 공개적인 데이터 시스템을 정비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전수조사를 통해 외국기업들은 탈세범죄를 근절하도록 지시했다.


응웬 티 홍 행 베트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