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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완전자급제 대립속 미묘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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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완전자급제 대립속 미묘한 변화

유영민 장관 "유통대리점들 반발 집회 속 정부의 입장 바뀌나
소비자 부담 줄어든다는 보장 없고 영세유통상 고사 위기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정부와 대리점은 서로의 견해 차이로 평행선 위를 달리고 있다.이런 와중에 26일 유영민 장관의 발언은 미묘한 변화의 기류로 읽힌다. (사진=뉴시스)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정부와 대리점은 서로의 견해 차이로 평행선 위를 달리고 있다.이런 와중에 26일 유영민 장관의 발언은 미묘한 변화의 기류로 읽힌다.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표진수 기자] 그간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정부와 유통 대리점들이 커다란 견해 차이로 평행선을 달려 왔다. 정부는 국민의 가계통신비를 낮추자는 취지로 이 제도 도입에 나섰다지만 유통점 관계자들은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될 우려 때문에 영업거부 등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26일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국감 종합감사장에서 "반드시 법제화를 전제하고 있지는 않다"고 한발 물러선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다음달 초 '이동통신신단말장치와 이동통신서비스의 유통구조 분리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나온 정부의 반응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은 휴대폰 판매와 이동통신사의 개통 서비스를 분리해 경쟁 활성화를 통한 통신요금 인하를 골자로 한다. 하지만 유통대리점 입장에서는 궁극적으로 보조금을 없애면서 소비자의 단말기 구입가격을 내린다는 강제적 입법 도입이라는 의미여서 그동안 받던 이통사 판매장려금을 못받게 된 이들의 반발에도 수긍이 갈 수 밖에 없다.

와중에 정부가 당초 보여온 완전자급제 도입 쪽에서 한발 물러선 분위기여서 향배가 더욱 주목될 수 밖에 없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6일 과기정통부 종합감사에서 법제화를 꼭 전제하진 않고 있다고 말해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6일 과기정통부 종합감사에서 "법제화를 꼭 전제하진 않고 있다"고 말해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사진=뉴시스)

유영민 장관은 "국민들의 단말기 부담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원칙 하에서 적극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법제화 방법이 있고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는데 두개 모두를 검토 중"이라고 유연하게 비껴갔다. 이는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판매를 분리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편법까지 차단할 수 있는 '완전자급제 2.0버전'을 제정법으로 다시 발의 하겠다고 나선 김성태 의원의 움직임과도 온도차를 보이는 것이다.

유영민 장관의 미묘한 발언의 배경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완전자급제 법안이 법제화되면 이통 3사는 휴대폰을 판매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정부는 이동통신 3사가 지출하는 8조원의 마케팅 비용 중 유통점에 지급되는 4조원 가량의 판매장려금이 사라지면서 통신비 인하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즉 완전자급제 시행시 소비자는 이통사 보조금(공시지원금)을 못받게 된다. 25%의 선택약정 할인도 사라질 수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초기 공약인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과 배치된다. 설령 완전자급제가 통과되더라도 제조사가 단말기 가격을 내려 가계통신비가 낮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글로벌 기업인 만큼 한국에서만 가격을 내리는 것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완전자급제 시행 시 영세 중소 단말기 유통점들이 판매장려금 축소 및 고가 단말기 확보의 어려움으로 고사위기에 처한다는 것이 문제다. 전 세계적으로 완전자급제를 법으로 강제하는 나라가 없다는 점도 정부로선 부담이다. 해당 법률이 헌법상 이통사나 제조사의 영업 자유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휴대폰 판매점들은 완강히 완전 자급제 도입에 반대하면서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이동통신사들은 정부와 대리점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와 관련, 별 다른 입장이 없다. 다만 이동통신사들은 가계 통신비를 줄이기 위해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고 있다"며 "완전자급제 도입에 있어 원칙적으로는 동의하지만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통대리점 관계자들도 30일 예정됐던 대규모 집회를 일단 연기했다.


표진수 기자 vyv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