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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런천미트 대상청정원과 롯데百 홀서빙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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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런천미트 대상청정원과 롯데百 홀서빙 이모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먹거리 위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런천미트 세균 사태만봐도 소비자들이 얼마나 민감한지는 주지할 수 있는 사실이다. 몹쓸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먹거리 업체가 또 어디 있겠냐만, 심심찮게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요즘이다. 고집스럽게 한길만 걸어온 먹거리 업체들도 비슷한 실수를 한다.

얼마 전 롯데백화점 식품코너에 식사를 하던 중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머리카락 한 올 쯤 대수롭지 않았다. 무엇보다 홀서빙 이모의 콧등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보면 모른척 넘어가도 크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그들에겐 직업이지만, 식당일 하는 분들의 노고는 그야말로 천삽뜨고 허리 한번 피기도 힘들다. 그만큼 고된 일 중에 하나다.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오는 밥 시간을 준비하기 위해 늘 분주한 게 식당주방과 홀이다. 맛집이면 특히 그렇다. 머리카락이 나온 그집도 맛집 중에 맛집이다. 그러니 그곳에 일하는 직원들은 손님이 손님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도 웃는 얼굴로 상냥하게 인사하는 여유까지 부리는 그들은 고수다.
식사를 마치고 물을 더 달라던 찰나, 그릇 옆 접시에 가지런히 놓여진 머리카락 한 올을 본 홀서빙 이모가 묻는다. "머리카락 나왔어요?" 별 말없이 웃고 말았지만,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를 그분의 표정은 아직까지 눈에 선하다. 식당 사장을 대신해 미안한 마음을 온몸으로 표현해준 이모 덕에 찝찝한 마음이 눈처럼 녹아내린 순간을 맛본다. 모처럼 사는 맛을 또 한번 느낀다.

위해식품의 회수율은 인지하는 만큼보다 훨씬 저조하다. 세균에 오염된 제품이 시중에 유통돼서 팔려나갔지만, 전체 회수율은 10%미만에 그친다. 위해식품을 먹은 소비자들만 앓은 배를 안고 뒹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상도 그저 그렇다. 보상을 받으려면 진단서를 끊어야 하고 진단서에는 식중독 코드가 찍혀 있어야 보험처리가 빠르다. 일부 의사들은 환자의 구토나 설사, 복통의 원인에 대해 절대 식중독 코드를 넣지 않는다. 역학조사 등의 귀찮음 때문이다. 분명 A라는 제품을 먹고 배탈이 났지만, 이를 규명하는 절차는 까다롭다. 소비자들은 억울함을 하소연하지만, 이를 귀담아 듣는 곳은 없다. 건강하게 삶을 살기 위한 웰빙족들이 차고 넘치는 대한민국의 먹거리 현주소다.

다행스러운 건 그나마 양심은 살아 있다. 대상은 런천미트에 세균검출과 관련 사과 했다. 물론 최초 보도(본보 10월 23일자대상 청정원 런천미트 세균검출…판매중지 회수조치) 후 나온 사과다. 보도가 없었다면 사과를 했을까하는 의문도 가져보지만, 이후 대상의 행동에 더 눈길이 간다. 대상은 이번 사태와 관련, 해당 제품 외 당사 캔햄 전 제품에 대해서도 환불을 약속했다. 또 런천미트의 원인 규명과 안전성 확보 시까지 캔 햄 전 제품을 생산·판매중지했다.

대응치곤 상당히 세다. 경쟁업체 한곳이 줄어든 CJ제일제당 동원F&B 오뚜기 사조 등 캔햄 동종업체들에겐 기회다. 영업까지 포기한 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대상청정원의 안간힘인 것이다. 롯데백화점 식당 이모가 눈을 어디에다 둬야할지 모를 정도의 민망함은 곧 식당의 청결함으로 이어질 것이다. 대상청정원도 같은 맥락이다./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조규봉 기자 ckb@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