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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베트남] '너도 나도 진출' 베트남, 비싼 임대료에 짐 싸는 사람 '부지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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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베트남] '너도 나도 진출' 베트남, 비싼 임대료에 짐 싸는 사람 '부지기수'

중심가 임대료 다른 지역 2배…글로벌 브랜드 입점하면서 주변가격도 들썩

지난해 연말 호암끼엠 구에 처음 오픈한 맥도날드 매장은 한달 임대료만 5000만원에 이른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연말 호암끼엠 구에 처음 오픈한 맥도날드 매장은 한달 임대료만 5000만원에 이른다.
[글로벌이코노믹 응웬 티 홍 행 베트남 통신원] #1. 하노이 쭝화 지역에서 자영업을 하는 A씨는 최근 고민이 커졌다. 최근 집주인이 월세를 30% 이상 올려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집을 옮기려고 고민도 했지만 한국인들이 밀집되어 있는 미딩같은 지역은 임대료 부담이 더욱 커 엄두가 나지 않는다.

#2. 호치민시 교민들이 많이 사는 푸미흥 지역에서 애견관련 사업을 준비하던 B씨. 집주인과 계약까지 끝냈지만 며칠 뒤 위약금을 줄 테니 나가달라는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다른 계약자가 더 많은 금액을 제시했다며 한 달치 위약금을 주더라도 더 많은 월세를 받기를 원한다고 했다.
하노이 시나 호치민 시 등 대도시의 임대료가 크게 오르고 있다. 최근 들어 베트남에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좋은 상권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시작하면서 주변 상권도 들썩이고 있다. 특히 상권이 발달된 외국인 밀집지역의 집주인들이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임대료를 높게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외국인 신분의 자영업자들에게는 임대료가 큰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실제 임대료가 높아도 맥도날드(McDonald’s), 자라(Zara), H&M 등 유명 브랜드들은 하노이에서 가장 좋은 장소를 소유하기 위해 기꺼이 많은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하노이 시 항 바이(Hang Bai) 2번지에 첫 매장을 연 맥도널드. 이 매장은 하노이 관광의 중심지인 호암끼엠(Hoan Kiem) 구에 위치하며 보행자 거리와 바로 옆에 붙어 있다.

항 께이(Hang Khay)와 항 바이(Hang Bai)와 같은 큰 거리에 위치하며 맞은 편에 쟝 띠엔 플라자(Trang Tien Plaza)가 있기 때문에 수도에서도 '금싸라기 땅'이라고 여긴다. 현지 업체에 따르면 좋은 위치와 약 400㎡에 이르는 면적으로 인해 맥도날드 매장의 한 달 임대료는 ㎡당 250만동(약 12만원)이다. 맥도날드는 임대료만 한 달에 약 10억동(약 5000만원), 연 120억동(약 6억원)을 지불한다.

맥도날드에 앞서 글로벌 패션업체인 자라와 H&M도 하노이에의 제일 큰 백화점인 빈컴메가몰 로얄씨티(Vincom Mega Mall Royal City) 및 빈컴 바 찌우(Vincom Ba Trieu)의 좋은 장소를 임대하기 위해 큰 액수를 주저 없이 지불했다.

빈컴 바 찌우 3층에 위치한 자라 매장은 하노이에서 오픈한 첫 번째 매장이다. 임대료는 한 달에 ㎡당 80달러이며, 면적은 대략 4500㎡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자라의 한 달 월세는 약 80억동(약 4억원)이고, 연 960억동(약 48억원)이다.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임대를 원하는 브랜드들이 아직 많다.
H&M의 첫 매장은 빈컴 메가 몰 로얄씨티 지하 1층에 있다. V빈컴 바 찌우에 비해 저렴하지만 한 달에 ㎡당 60~70달러 선이다. 매장 면적이 약 2000㎡인데 H&M의 한 달 임대료는 31억동(약 1억5000만원), 연 370억동(약 18억5000만원)에 달한다.

베트남 쿠시먼 앤 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의 통계에 따르면 2017년 하노이와 호치민 시 중심지의 임대료는 다른 지역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하노이에서 평균 임대료는 2017년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했다. 올해도 2017년 대비 10% 이상 임대료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쿠시먼 앤 웨이크필드는 향후 2년 동안 음식 서비스, 패션, 건강관리서비스 등 업종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임대공간이 더욱 늘어나고 가격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자영업자들이다. 특히 외국인 신분의 자영업자들은 임대료 상승추세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한국인이나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비교적 상권이 잘 형성되어 있다 보니 글로벌 체인들이 소매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불똥이 튀고 있다. 웃돈을 척척 내는 유명 브랜드가 들어오면 그 주변의 집 주인들이 너도나도 월세를 올리기 때문이다.

한국교민들이 많이 사는 미딩이나 최근 상권이 뜨기 시작한 빈홈가드니아 지역은 한국인들끼리 경쟁이 붙어 집주인에게 임대료를 몰래 올려주며 서로가 서로를 쳐내는 슬픈 상황도 나온다.

하노이에 14년째 거주하고 있는 P씨는 "최근 몇 년 사이 월세가 상승되는 속도가 만만치 않다. 서로가 좋은 상권을 차지하려고 한국인끼리 뒤통수를 치는 모습도 자주 본다. 임대료 부담이 커지는 만큼 매출이 느는 것은 아니어서 최근에는 오랜 터전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베트남 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월 폐업한 국내외 기업(자영업포함)의 수는 2만 1115개로 최근 2년간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응웬 티 홍 행 베트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