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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경영위기 전에 노사 협력해 생산성 높이고 고인건비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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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경영위기 전에 노사 협력해 생산성 높이고 고인건비 개선해야”

- 美·佛 자동차 4사…‘高인건비, 低생산성’으로 경영환경 급변 시 경영위기 직면
- GM(美)·르노(佛)… 노사 양보·협력으로 경영을 빠르게 정상화하고 고용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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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길소연 기자] 한국경제연구원이 GM·델파이(美), 르노·PSA(佛) 구조조정 사례를 통해 ‘고인건비, 저생산성’ 구조가 위기를 불러왔고, 협력적 노사관계가 구조조정 성패를 가르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한경연은 11일 미국 GM·델파이, 프랑스 르노·PSA의 구조조정 사례에서 4개사가 공통적으로 ‘고인건비, 저생산성’ 구조를 갖고 있어, 경영환경이 나빠지자 단기에 혹독한 구조조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가 서로 양보하고 생산성 향상에 힘을 모은 GM(美), 르노(佛)는 조기 정상화되어 고용이 다시 늘었지만, 발전적 노사관계가 정립되지 않은 델파이(美), PSA(佛)는 국내 생산기반이 줄어 노사 모두가 패자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美 델파이…勞使 강경입장을 고수,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내 생산기반을 대폭 정리

델파이는 2000년대 초반 자동차부품산업 매출액 세계 1위, 기술력 1위로 독보적인 경쟁력을 유지했다. 다만, 미국 고용 근로자의 인건비가 높아 고정비 부담이 커서, 델파이는 거래선을 GM 중심에서 다변화로 매출을 늘렸고 멕시코·중국 등 저비용 국가에서 제조를 확대해 高노동비용을 감당했다.

이후 델파이는 주고객인 미국 완성차들의 북미판매 부진, GM의 부품 해외조달 본격화로 매출이 2003년부터 정체됐고 철강·레진 가격인상으로 생산비 부담이 가중됐다.

델파이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2004년 비용을 매출액의 3%만큼 줄였지만 판매가 하락, 임금/복지비 증가, 원재료가 상승으로 영업 손실이 4억8000만 달러가 발생했다. 인건비가 높은 미국공장의 영업손실이 16억 달러였다. 2005년 상반기 영업손실이 6억1000만 달러로 불어나자, 사측은 노조에게 임금 60% 삭감 및 의료·연금혜택 축소를 요청했다. 특히, 의료·연금혜택이 10억9000만 달러(2004)로 컸는데, 노조는 노사협상에서 혜택 축소에 대해 계속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다. 협상이 결렬되자 사측은 경쟁력을 훼손하는 미국 내 고인건비와 경직적 근로계약 문제는 법정 밖에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2005년 10월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PSA의 2012년 유럽매출은 2007년 정점에 비해 22.6% 줄었고 영업손실은 2012년 상반기 4억7800만 유로, 하반기 42억2000만 유로로 사상최저를 기록했다. 프랑스 공장 가동률이 61%까지 떨어졌고, PSA는 유휴설비·인력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결국 PSA는 2012년 6월 오네이 공장을 2014년에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사측은 기업정상화를 위해 본사건물, 자회사를 매각하고 경쟁사 GM과 제휴해 구매비용, 차량개발비용을 절감하는 등 자구노력을 다했고, 폐쇄 공장 근로자는 한명도 강제해고하지 않겠다며 이들의

오네이 공장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조건을 거절했다. 근무지를 파리 북부외곽(오네이)에서 서부외곽(포이시)으로 이전하는데 다수가 반대했다. 프랑스 제1노조 CFDT는 사측이 판매를 늘려 공장유지가 가능한데 생산문제를 과장한다고 비판했고, 제2노조 CGT는 ‵13.1월부터 오네이 공장에서 파업을 4개월간 지속했다.

파업참가자는 파업미참가자에 대해 조롱·협박·폭력을 행사하며 근무·생산을 방해했다. 공장 생산능력은 1일 250대이나 파업 후 40~50대로 하락했고, 파업노조가 장비를 파손하여 생산이 중단되었다. 경영진과 파업노조는 서로 형사고발도 했다.

결국 오네이 공장은 계획보다 1년 빨리 공장을 폐쇄됐다. PSA는 공장 폐쇄 과정에서 노사갈등이 심각했고 유휴 설비·인력을 충분히 구조조정하지 못했다. 미국 자동차 3사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佛 르노…勞 임금동결, 근로유연성 양보, 使 국내 생산물량 확보로 더 많은 일자리 창출

르노는 2012년 유럽매출액이 전년비 11.0% 줄었고 영업이익은 2011년 12억4000만 유로에서 2012년 1억2000만 유로로 10분의 1로 급감했다. 르노의 프랑스 공장가동률은 60~65%로 하락해 르노도 구조조정이 필요했다. 노사는 9개월간 협의해 경쟁력 강화 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조는 고용 7500명 순축소(프랑스 인력의 17%), 3년간 임금 동결, 근로시간 연장 및 근무지 변경 유연성 향상 등을 양보했다.

사측은 닛산·다임러·피아트 등 제3자 생산물량을 끌어와 르노 프랑스 생산량을 2013년 53만대에서 2016년 71만대로 늘리고 국내공장을 전부 유지하기로 했다. 이후 르노의 프랑스 생산량이 2014년 31%, 2015년 24%씩 늘었고 사측은 2015~2016년 정규직 3000명을 신규 채용했다. 사측이 당초 약속한 760명의 4배 수준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우리나라 대기업은 생산성 정체와 높은 인건비, 대립적 노사관계란 3중고를 겪고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 위험, 한국 성장률 전망 하향조정 등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는데, 노사가 서로 협력해 선제적으로 기업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구조를 개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