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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창립 35주년…고 최종현 '꿈' 이룬 최태원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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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창립 35주년…고 최종현 '꿈' 이룬 최태원 '뚝심'

-최태원 회장, 주변 만류에도 하이닉스 인수
-3분기 최대 실적 전망… 낸드·파운드리 경쟁력 강화

지난 4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SK하이닉스 M15 공장 준공식. 사진=SK하이닉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4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SK하이닉스 M15 공장 준공식. 사진=SK하이닉스.
[글로벌이코노믹 오소영 기자] “하이닉스는 공적 자금이 3조5000억원이 투입된 기업이다. 해외 매각이 시급하다”(2002년 7월 전윤철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엔진이다. SK하이닉스의 선제적인 투자를 응원한다”(2018년 10월 문재인 대통령)
구제 불능 기업에서 한국 경제의 ‘엔진’이 되기까지 12년이 걸렸다. 15조원의 빚에 허덕이던 기업은 영업이익 13조원의 회사로 성장했다. 3조5000억원의 공적 자금을 지원받던 기업이 동반 성장 지원에 한 해 1600억원을 쏟는다. 바로 SK하이닉스의 이야기다.

■'반도체 승부사' 최태원 회장


1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오는 10일 창립 35주년을 맞는다. SK하이닉스의 전신은 1983년 현대그룹이 국도건설을 인수하면서 세운 현대전자산업이다.

이 회사는 창립 6년 만에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20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냈으나 1999년 외환위기 직후 LG반도체와 합병하며 위기를 맞았다. 정부의 빅딜 추진으로 LG반도체와 통합되며 15조원이 넘는 빚을 떠안았다.

설상가상으로 2000년대 초반 반도체 가격이 급락했다. 결국 현대그룹은 2000년 8월 채권단에 경영권 포기 각서를 냈다. 이후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2012년 SK그룹의 품에 안기게 됐다.

인수 당시엔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일부 사외이사들은 인수 시기와 금액을 두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당시 적자에 허덕였다. 2011년 3,4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냈고 비상경영에 돌입해야 했다.

검찰 수사도 부담이었다. 하이닉스 매각 본입찰을 앞두고 최태원 SK회장의 비자금 의혹으로 계열사가 압수수색에 들어가며 인수 포기설이 불거졌다.

이같은 악재 속에 최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를 밀어붙였다. 최 회장은 2010년부터 반도체 스터디 모임을 꾸리며 사업 전망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내수 기업이란 이미지를 벗고 수출주도형으로 체질을 개선할 기회라 여겼다. 자산 17조원이 넘는 하이닉스 인수로 재계 2위 현대·기아차와의 격차도 좁힐 수 있었다.

반도체 산업은 부친인 최종현 선대 회장의 못 다 이룬 꿈이었다. 선경반도체는 1978년 10월 공식 출범했으나 2차 오일쇼크로 3년 뒤 공식 해산했다.

영업익 40배 '점프'… 포트폴리오 다각화

최 회장은 인수 직후 SK하이닉스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먼저 하이닉스에 SK ‘DNA’를 심는 게 관건이었다.

이를 위해 최 회장은 이천과 청주 공장을 6차례, 중국 우시공장을 2차례나 방문하며 현장 행보를 펼쳤다. 이천 본사 앞 호프집에서도 직원들과 ‘맥주 소통’을 이어갔다.

투자 또한 적극적이었다. 인수 직후인 2012년 전년 대비 20% 늘어난 4조2000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그해 6월에는 한 달간 3곳의 업체와 기술 제휴,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2011년 8000억원대이던 연구개발비는 2016년 2조원을 넘어섰다.

공격적인 투자로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톱 2’로 성장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30조원, 13조원을 돌파했다. 2011년보다 매출은 3배, 영업이익은 40배 뛰었다.

최 회장은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청주 M15 공장(낸드플래시) 준공에 이어 중국 우시 파운드리 생산설비를 지으며 D램과 낸드, 파운드리의 세 성장축을 확보했다. D램에 치우친 사업 구조를 다각화해 종합 반도체 회사로 도약하겠단 전략이다.

SK하이닉스 올해 3분기 최고 실적이 전망된다. 증권가와 업계는 SK하이닉스가 3분기 매출 11조원, 영업이익 6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10일 별도의 행사 없이 조용한 창립기념일을 보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10일 창립기념일에는 최고경영자(CEO)의 짧은 기념사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소영 기자 o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