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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빙빙 주연, 中 세무당국 연출 '세금 이야기'…더 큰 드라마로 대륙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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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빙빙 주연, 中 세무당국 연출 '세금 이야기'…더 큰 드라마로 대륙 뒤흔든다

중국 영화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 '음양(阴阳) 계약' 파헤쳐 질 듯

판빙빙 사건을 계기로 중국 세무 당국의 강경한 세제 정책이 발동됐다. 자료=바이두백과이미지 확대보기
판빙빙 사건을 계기로 중국 세무 당국의 강경한 세제 정책이 발동됐다. 자료=바이두백과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올 한해 전 세계에 최고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판빙빙이 새로운 막을 올리고 있는 중국의 '세금 이야기'에서 여 주인공역을 훌륭하게 연기하고 있다. 구금과 실종 등 각종 스토리로 수개월 동안 대중의 눈길을 끌었던 판빙빙 스캔들은 이제 더 큰 드라마로 발전해 중국 대륙을 뒤흔들 전망이다.

세무 당국이 연출한 이번 드라마는 5월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의 전 사회자가 판빙빙의 탈세의 증거로 보여지는 사진을 공개했다고 널리 보도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그녀는 수개월에 걸쳐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그로 인해 당국에 의해 구금되거나 해외로 망명했다는 등의 각종 추측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번 주에야 판빙빙 자신의 성공은 공산당 덕분이며, 지은 죄를 사과한다는 코멘트가 전해졌다. 중국 세무 당국은 3일 이 인기 여배우에 대해 벌금과 체납 등 총 약 8억8400만위안(약 1469억7600만원)의 벌금을 명했다. 그리고 세무 당국의 추징 발표 이후, 판빙빙은 SNS를 통해 "죄책감을 느끼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벌금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다만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판빙빙이 여전히 공개 석상에서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SNS를 통해 사과문을 전달한 이유로, 이 또한 당국의 연출에 의한 허위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처럼 대륙을 뒤흔들 정도로 화제가 된 사건의 배경에는 중국 영화 업계에 비일비재한 '음양(阴阳)'으로 불리는 계약을 초안으로 하고 있다. 이는 제작사나 배우가 사전 2종류의 계약서를 작성한 다음, 세금이 저렴한 쪽을 세무 당국에 신고하고, 실제로는 수익이 큰 편에서 계약을 맺는 '이중계약' 방식이다.

실제 중국 대륙의 탈세 비리에서 이번 판빙빙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지금까지 이야기 또한 전체 스캔들을 구성하는 일부분일 뿐이다. 즉 진행 중인 대륙의 '세금 이야기'의 각본에는 중국의 세법과 세금 징수의 방법에 관한 더욱 민감한 테마가 숨어있는 것이다. 이번 판빙빙 사건을 계기로 중국 영화 업계에 연말까지 비리를 신고해야 하는 유예가 주어진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가 7월 사회 보험료를 징수하는 권한을 세무 당국에 이관한다고 발표한 이후, 탈세 '상습자'로 찍힌 기업과 고소득자 사이에서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가 가중됐으며, 탈세를 위한 이들의 노력은 더욱 가속화됐다. 당시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일본 노무라 애널리스트는 기업 수익의 2.5%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는데, 대륙의 음양 계약에 기반한 실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세무 당국의 이관 조치만으로 "세율은 인하되는 한편, 감독은 강화될 것"이며, 이는 중국의 세제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능성도 대두됐다. 중국의 개인 소득세는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하다. 서방의 부국에서 그 비율이 25%에 육박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 차이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알 수 있다. 게다가 실제 중국의 세제 규칙 하에서는 도시 노동자의 약 7명 중 1명 정도만이 소득세가 부과되며, 심지어 이렇게 정해진 2명 중 1명도 지불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소득세 납부 인원은 크게 줄어든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징수를 통해 이를 만회하고 있다. 서방과는 달리 기업에 대한 징수 자체가 쉬운 것이 원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에서도 중국에서는 세수의 절반 가까이를 부가가치세와 기업 소득세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과도한 세금은 탈세를 위한 기업과 고소득자의 몸부림을 치열하게 만들었다.

세계 3대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와 중국 초상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부유층은 2016년까지 10년간 9배나 늘어났다. 이들의 최고 세율은 45% 정도로 월수입 8만위안(약 13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가 대상이다. 중국 내에서 이정도 금액이면 세무 당국의 징세가 강화되지 않을 경우 탈세를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결국 판빙빙 사건을 계기로 이를 바로잡기 위한 강경한 세제 정책이 발동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연예계를 비롯한 민간 기업들의 고난은 이미 시작됐으며, 올 연말까지 이들이 해결해야 할 고민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에 판빙빙이 주연했던 '세금 이야기'는 중국이 진정으로 세제 개혁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