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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불씨, 증권사 ‘조마조마’…채권가격 고점서 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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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불씨, 증권사 ‘조마조마’…채권가격 고점서 물렸다?

금리인상 시그널, 국고채 등 시장금리 들썩
보유규모 179.8조원, 채권운용서 손실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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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잠잠했던 금리인상에 불이 지펴졌다. 총리의 금리 발언에 따른 인상 기대감으로 시장금리가 꿈틀거리고 있다 예상 밖 시장금리 급등으로 채권 보유 비중이 높은 증권사에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려가 실적에도 반영되며 3분기 실적이 급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가격 고점에서 일부 롱포지션 조정…이낙연 총리 금리인상 불씨


"금리가 계속해서 하락하자 어쩔 수 없이 매수에 동참했는데 포지션을 바꿔야 할지 고민입니다.” 채권운용부서 관계자는 최근 시장금리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지 이렇게 말했다. 최근 당국이 금리인상 쪽에 시그널을 보내자 채권포지션을 리셋할지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원지는 내각 수장인 이낙연 국무총리의 금리 발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금리인상여부와 관련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자금 유출이나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에 따른 문제, 가계부채 부담이 증가할 수도 있고 현재와 같은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는 고민이 있다”고 밝혔다.

이 총리의 발언은 과거 정부 관계자들의 각종 금리 관련 발언 중에서도 수위가 높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원론적 수준의 발언 이상 직접적인 정책 견해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것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총리의 발언은 부동산대책 발표라는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을 수 있는 타이밍에 나왔다”며”또한 이번 발언은 지난 금통위 당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현 시점에서는 여전히 금융안정 상황에 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고 말했다.

실제 이낙연 국무총리의 금리인상 발언 이후 시장금리가 꿈틀거리고 있다. 이날 국고채금리는 초단기는 물론 중장기채권 상관없이 모조리 올랐다. 수익률을 보면 국고채 1년 1.771 +0.018포인트, 국고채 3년 1.921% +0.021p, 국고채 5년 2.083% +0.021p, 국고채 10년 2.262% +0.008p, 국고채 20년 2.190% +0.006p, 국고채 30년 2.178% +0.005p 등으로 강세였다.

당국이 스탠스를 확실히 밝힘에 따라 금리인상 기대가 커지며 시장금리가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 기대는 강화되었고 안전자산 선호도는 약화되었다”며 “단기적으로 연내 금리 동결 기대가 선반영 이전 수준(국고채 10년 기준 2.35~ 2.45%내외)으로의 조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리인상 노출된 재료, 일부 공격적 채권운용포지션 변화로 손실규모 클수도


문제는 금리가 반등할 경우 증권사 실적에 미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금리와 채권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가격은 하락하는 반면 금리가 내리면 채권가격이 뛴다. 결론적으로 금리인상이 채권을 보유 중인 증권사에 손실로 돌아오는 것이다.

증권사의 채권 보유는 꾸준히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 규모는 2018년 3월말 기준 179.8조원으로 2011년 103조원 대비 74.5%나 뛰었다.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4.7%로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단 금리인상의 충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시중금리(국고채 3년물) 10bp 상승시 증권사 예상 채권평가손실액은 991억원으로 추정되며 이는 2016년 증권사 세전이익의 약 4%에 해당한다

반면 이보다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시장금리가 50bp 오를 경우 5개 커버리지 증권사의 채권평가손실이 1652억원 수준일 것으로 분석했다. 단 증권사의 보유채권 듀레이션을 모두 0.5년으로 보수적으로 가정해서 산출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후자 쪽에 힘을 싣고 있다. 무엇보다 금리인상 등 노출된 재료로 채권운용 포지션을 조율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증권사는 시중금리 변화에 따라 이자율스왑 및 국채선물 매도 등 탄력적인 헤지 전략으로 방어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자체 헤지 비중 조정으로 채권리스크를 관리하는 등 금리인상에 따른 채권 손실은 최소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 7월 금리 동결 시장 컨센서스가 형성되며 듀레이션(투자자금 회수기간)을 늘리고 롱포지션으로 전환하는 등 적극적 운용전략으로 대응한 증권사도 적지 않다는 점은 부담이다.

한 채권운용역은 “7월 이후 시장금리가 거침없이 하락하며 끝물에 동참한 곳도 꽤 된다”며 “헤지 채권 듀레이션도 0.5년 이하로 관리했으나 1년 이하로 늘리고, 롱포지션으로 전환한 곳은 홀딩과 청산을 놓고 속이 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3분기는 거래대금이 급감한 상황에서 채권 평가손실 발생 가능성까지 겹치며 실적 둔화도 우려된다.

전배승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로커리지, 채권 트레이딩 부문을 중심으로 3분기 증권사 실적은 상반기 대비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업황지표는 바닥권을 통과하고 있어 실적 악화 수준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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