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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 편의점주 ‘폐점할 수 있게 도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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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 편의점주 ‘폐점할 수 있게 도와 달라’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가맹본사에 최소수익보장제도 도입과 폐점 위약금 폐지를 요구했다. 사진=김형수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가맹본사에 최소수익보장제도 도입과 폐점 위약금 폐지를 요구했다. 사진=김형수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김형수 기자]
“위약금이 없어 폐점하지 못하는 점주들이 폐점할 수 있게 도와주십쇼.”

박지훈 CU점포개설피해자모임 대표는 19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편의점 불공정 피해사례 발표 및 생존권 보호를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편의점 가맹점주를 비롯해 이학영, 제윤경, 남윤인순, 우원식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시민사회, 정부 측 인사 등이 참석했다.

박 대표는 “편의점 가맹본사는 아무런 근거 없이 과도한 예상 매출액을 제시하며 점포 개설을 유도하고 모든 책임을 점주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폐점을 요구하면 수천만원의 위약금을 제시해 가맹점주는 위약금 없어 폐점도 못 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대표는 충주에서 CU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다른 편의점 가맹점주들도 가맹본사의 심야영업 강제, 무분별한 출점으로 인한 과당경쟁, 과도한 폐점 위약금 요구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GS25 점주는 “과연 믿고 의지하는 본사가 이 정도 밖에 안 되나 하는 의심이 든다”며 “(이것이) 정의 사회 실현을 위해 우리가 가야 할 길인지 묻고 싶다”고 가맹본사에 변화를 촉구했다.

이날 김경미 서울시 공정경제정책팀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6조원 수준이던 편의점 가맹본사 매출은 지난 2016년 16조원으로 277%가 올랐다. 반면 지난 2008년 5.4억원이던 개별 편의점 매출은 지난 2016년 6억원을 기록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소폭 상승분도 담뱃값 인상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가맹본사가 수익을 챙기는 동안 가맹점주들은 손해를 본 셈이다.

가맹점주들이 어려움을 겪는 원인으로는 가맹본사의 불공정 행위가 꼽혔다. 하승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편의점본부 팀장은 가맹본사가 각종 지급금의 명칭을 지원금으로 바꿔 야간에 영업하지 않는 가맹점주에게 지급하지 않는 꼼수를 부리며 사실상 심야영업을 강제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하 팀장은 가맹사업법 취지에 반하는 이 같은 일탈 행위를 금지하고 가맹사업법에 따라 가맹점주가 실질적으로 심야시간에 영업을 중단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기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중소상인공정분과 실행위원은 최저수익보장제를 도입해 과당출점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말 기준 한국에는 인구 10만명당 77.6개의 편의점이 있다. 일본(10만명당 44.4개)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박 실행위원은 최저수익보장제도를 시행해 과당출점에 따른 비용부담을 가맹본사도 지게 해서 무분별한 출점을 스스로 자제하게 하고 편의점 가맹점주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또 박 실행위원은 가맹본사가 폐점을 원하는 가맹점주에게 과도한 폐점 위약금을 요구하는 것은 무분별한 출점으로 인한 폐업의 책임이 자신들에게도 있다는 점을 간과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박 실행위원은 위약금의 족쇄를 풀어주는 ‘희망폐업’을 허용한다면 더 많은 가맹점주들이 ‘희망폐업’을 선택해 과당출점으로 인한 경쟁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염규석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오늘 나온 의견을 본부에 전달해서 가맹점주의 고통을 같이 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가맹점주들의 요구에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심야영업 중지는 24시간 365일 운영한다는 편의점의 특성을 건드리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 5년간 최저수익을 보장받아야 한다면 그런 곳은 문을 닫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익은 내 것 손실은 네 것’ 구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계약 기간 내내 최소수익을 보장해 가맹본사와 가맹점주가 이익과 손실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 의원은 “손익을 나누지 않으면 가맹사업이 아니라 지대사업”이라고 비판했다.


김형수 기자 hyu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