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렇지만 4대그룹 이외에도 대통령의 특별수행원단에 이름을 올린 재계인사들은 대북사업을 직접 추진할 '의지'를 가지고 평양을 방문한다. 단순한 이름 올리기 차원이 아니라 적어도 통일, 또는 통일에 준하는 시기가 오면 대북사업에 먼저 이름을 올리겠다는 대기표 정도라도 받아놓겠다는 의지들이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더욱 부채질 하듯 미국은 17일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시차 때문에 실제로 유엔 안보리 회의가 열리는 시간은 한국시간으로 17일 밤이다. 대통령과 재계의 방북을 채 몇 시간도 남기지 않은 시간이다. 미국이 주요 쟁점으로 삼고 있는 것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연료 수출입에 대한 문제로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랐던 문제다.
둘째는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합작 사업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는 문제다. 현재까지 239건에 달하는 합작투자 사업이 중국 및 러시아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는 무기 수출과 관련한 내용인데 제재를 피해 북한이 예멘 등 중동국가와 무기거래를 한 사실이 있다는 점을 적시하고 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하필 우리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방북을 몇 시간 앞두고 이 같은 회의가 소집된다는 것이 우리 방북단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방책은 과연 우리에게 있는가. 사실 북한 문제는 더 이상 한반도 안에 머물러 있는 지역적 문제가 아니라 범세계적인 문제다. 따라서 북한과의 경제협력 문제가 정부의 어젠다에서 정치와 분리되는 수순이 우선 필요하다. 즉,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정치를 위해서 경제가 길을 닦아 놓는 방식'이 아니라 순수히 경제적인 관점에서 먼저 풀어가야 할 것이다. 경제문제가 정치논리에 희생되면서는 어떠한 결과도 바람직한 것일 수 없다. 비록 한반도 문제라 할지라도 경제는 경제 논리로, 정치 논리는 정치 논리로 풀어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대북 제재의 해제가 물론 모든 어젠다의 우선 순위이겠지만 경제는 경제 논리로 우선 준비되어야 한다. 이번 방북을 통해 어느 정도 경제 구상의 가닥이 잡히기를 기대하고 또 그대로 준비해 나갔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정치는 정치이고, 경제는 경제라는 확실한 선긋기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임성훈 기자 shyim9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