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백신의 역설] 예방백신 맞고 사망, 안전성 도마…부작용 사례도 '빈번'

공유
9

[백신의 역설] 예방백신 맞고 사망, 안전성 도마…부작용 사례도 '빈번'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이미지 확대보기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
[글로벌이코노믹 김혜림 기자] 백신은 앞으로 걸릴 질병을 미연에 예방하거나, 질병에 걸리더라도 대항하는 힘을 미리 갖추게 함으로써 우리 몸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아기가 태어나고 생후 몇개월 이후 예방접종을 하는 이유도 면역력이 낮은 아기의 상태를 고려해 인위적으로 예방백신을 투여해 외부의 질병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독감이 걸렸는데, 예방백신을 맞았느니, 안 맞았느니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백신은 이제 웰빙을 추구하는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생활필수요소로 자리잡았다. 제약사들이 앞다퉈 자사 백신의 효능효과를 홍보하는 것만봐도 잘 알 수 있다. 백신을 접종했다고 100% 병에 걸리지 않는다. 다만 완화작용을 할 뿐이다. 건강하다고 스스로 판단하면 굳이 백신을 맞을 필요는 없다. 정부는 문제가 심각한 질병의 치료제나 백신을 비급여화하지는 않는다. 백신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는 무료로 접종하게 하지만, 나머지 건강한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백신이 비급여로 비싼 것이다. 사실 제약사들도 백신을 급여화해주면 보장을 받기 때문에 오히려 더 좋다. 예산과 정책이 문제인 백신의 현주소다. 치료목적이 아닌 예방목적인 백신이니 때론 논란도 많다. 효과가 있냐없냐는 것이다. 또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백신 제조기업 사노피 파스퇴르가 4가 백신 ‘박씨그리프테트라주’의 영유야 대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자사 백신 이모박스 폴리오 백신 접종 후 사망한 환자가 발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7일 벨라루스 브레스트주에서 한 어린이가 사노피 파스퇴르의 이모박스 폴리오 백신과 LG화학의 유펜타 백신 두 종류를 접종하고 수일 내에 사망해 보건당국이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모박스는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폴이오를 예방하고 유펜타는 5세 미만의 영유아에서 많이 발생하면서 치사율이 높은 5개 질병(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B형간염·뇌수막염)을 동시에 예방한다.

이에 따라 벨라루스 보건당국은 이모박스 폴리오와 유펜타 사용을 전면 금지했으며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다.

백신 접종 후 사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에는 프랑스의 한 10대 소녀가 자궁경부암 백신인 가다실을 맞고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사노피 파스퇴르 및 프랑스 보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가다실은 자궁경부암 및 생식기 사마귀인 콘딜로마도 예방해주는 백신이다. 이 소녀는 접종 수개월 이내에 다발성 경화증으로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발성 경화증은 면역체계가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를 산발적으로 공격해 발생하는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이다. 평형, 운동, 시력, 언어, 감각, 성 기능, 배뇨, 배변 장애 등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난다.
다발성 경화증으로 피해를 본 사례가 또 있다. 지난해 6월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B형간염 예방 백신을 맞은 프랑스인 J.W.씨가 사노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J.W.씨 손을 들어준 바 있다.

J.W.씨는 지난 1998~1999년 B형간염 예방주사를 맞았으나 얼마 뒤 몸의 여러 곳이 불편해졌고, 접종 1년 만에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았다. J.W.씨와 그의 가족들은 B형간염 예방주사 때문에 이 질병에 걸렸다면서 지난 2006년 사노피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프랑스 법원에 제기했다. 프랑스 법원은 증거 부족으로 기각했으나 이후 법원이 채택할 수 있는 증거 요건을 비롯해 이 재판의 쟁점과 관련한 의견을 듣기 위해 ECJ(유럽사법제판소)에 판정을 의뢰했다.

ECJ는 이 사건과 관련해 “예방접종과 질병 발병 사이의 시기적 근접성, 피해자가 그 이전에는 매우 건강했다”며 “다발성 결화증 발병 가족력이 없으며 나중에 B형간염 백신을 맞은 사람 중 비슷한 발병 사례가 여럿 나왔다”는 이유를 들어 프랑스 법원이 손해배상 판결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사노피는 "우리 백신은 각국 당국 승인을 받아 30여년 동안 판매한 것이며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내성이 좋은 약"이라고만 밝혔다.

일부 백신 전문가들은 이 판결이 과학적 증거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라며 비판했지만 환자보호단체들은 백신 등 의약품의 특성상 부작용이 확실하게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개인들이 '확립된 의학적 근거'를 들어 제약회사의 책임을 입증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한 것이라며 판결을 환영했다.

또한 지난 2016년 영국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ICL)과 미국 존스홉킨스보건대학원 등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뎅기열 백신(뎅그백시아)을 잘못 사용하면 이로움보다는 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데 그 중에는 시노피의 연구결과를 반박하는 내용도 있었다.

사노피는 지난 2015년 뎅기열 백신 개발 성공을 발표하면서 바이러스 종류와 접종자 나이, 과거 감염 여부 등에 따라 다르지만 임상시험 결과 전반적으로 59.2%의 예방 효과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주도한 임페리얼대학 '질병발생 분석과 모델링 MRC 센터' 닐 퍼거슨 소장은 상쇄효과 등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10~30% 예방 효과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한 사노피의 '뎅그백시아'와 관련해 발표된 10개국 3만여 명 대상 임상시험 결과들을 분석했더니, 이 백신이 뎅기열 전염 수준이 높지 않은 지역에선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 중 발생 이상 반응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이후 2017년 6월까지 5년간 보고된 임상시험 중 사망자는 82명에 달했다. 그 중 생명이 위급해 입원한 사람은 1168명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의약품 등의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는 인체 대상 임상시험을 통해 각종 부작용으로 숨지거나 입원하는 피해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 주의를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혜림 기자 hr073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