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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독감백신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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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독감백신의 민낯

사노피 파스퇴르, 박씨그리프테트라주…영유아 임상시험 의료윤리 도마
임상시험 중 발생 이상 반응자 현황…82명 사망에 1168명 생명 위급
사노피, 임상실험 중 백신 부작용 설명 없고, 인플루엔자 감소만 홍보

사노피 파스퇴르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사노피 파스퇴르 제공
[글로벌이코노믹 조규봉, 김혜림 기자] 환절기 독감철을 맞아 제약사들의 백신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백신시장에선 예방 범위가 좀 더 넓은 인플루엔자 ‘4가 백신’이 주목 받고 있다. 제약사들도 앞다퉈 4가백신을 시장에 내놓았다.
4가 백신 출시와 함께 임상시험 소식도 전해졌다. 지난해엔 우리나라가 임상시험 점유율 순위 6위에 올랐다.

우려스러운 건 제약산업의 임상시험이 연일 주가를 올리고 있지만 실제 민낯이 어떤지 포장의 결과는 아닌지 알 수 없다.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임상시험 중 발생 이상 반응자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2012년 이후 2017년 6월까지 5년간 보고된 임상시험 중 사망자는 82명에 달했다. 그 중 생명이 위급해 입원한 사람은 1168명에 이르렀다.

의약품 등의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는 인체 대상 임상시험을 통해 각종 부작용으로 숨지거나 입원하는 피해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노피 파스퇴르는 29일 4가백신 박씨그리프테트라주의 국내 출시 1주년 맞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영유아 대상 대규모 글로벌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사노피 파스퇴르는 임상연구 결과 박씨그리프테트라주가 만 6개월 이상 만 35개월 이하 영유아에서 백신 유사 바이러스주에 의한 인플루엔자를 68.4%까지 감소시켰으며, 모든 A형 및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50.98%까지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이상반응 발현율도 3가백신과 위약과 비교했을 때 유사한 수준에 그쳐 우수한 안정성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번 임상시험은 유럽과 아시아,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4개 대륙 43개 센터에서 영유아 5400명을 대상으로 1년 9개월에 걸쳐 대규모로 진행됐다.
그러나 간담회에서는 예방백신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결과보다 더 주목 받은 게 있었다. 바로 사노피 파스퇴르의 의료윤리다. 영유아 54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의구심을 표했다.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약품의 경우 임상실험을 할 때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영유아가 대상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사노피 파스퇴르가 박씨그리프테트라주의 효능을 알아보기 위한 임상실험도 이에 해당하는 경우다.

사노피 파스퇴르관계자는 “대규모 임상실험을 계획할 때 임상시험윤리위원회(IRB)의 검토를 받게 돼 있다. 피험자에 대해 윤리적으로 적절한지 알아보기 위함”이라며 “어떤 그룹은 백신을 주고 또 다른 그룹은 백신을 주지 않고 대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이 경우 임상이 끝난 뒤 백신을 사후 지급했다”고 말했다.

핵심은 쏙 빠져 있다. 이번 임상실험 과정 중 백신을 받지 않는 영유아에게서 문제는 없었는지, 또 백신을 받았다고 해도 부작용이 나타난 영유아는 없었는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5400명이나 되는 영유아가 어떻게 이번 임상실험에 참가했는지도 궁금 사항이다. 임상실험에 참가하는 피험자에게 가장 요구되는 원칙은 ‘자발성’이다. 세계의사회(WMA)는 지난 1964년 '헬싱키 선언'을 통해 의료인에게 지침이 되는 권고 사항을 발표했는데, 나치가 행했던 불가항적인 임상실험을 반대해 ‘자발성’을 가장 중요 원칙으로 꼽았다.

이에 따라 피험자의 자유의사에 따른 동의를 얻은 뒤 임상실험을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영유아들이 실험에 참가하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다.

또한 이번 실험은 해외시장 판매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사노피 파스퇴르는 “국내에서는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어 유효성 입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완전히 새로운 백신을 허가받을 때만 유효성 입증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4가 독감백신은 새로운 백신은 아니다. 하지만 유럽의약품청(EMA)은 B형 바이러스 관련 효능 한 개가 추가된 4가 독감백신을 허가할 때, 특히 3세 미만의 아동 대상의 경우 유효성입증을 통해 실제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시노피 파스퇴르의 이번 발표는 4가 독감백신의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독감백신의 경우 매년 균주가 달라지기 때문에 그해에 팔지 못한다면 전량 폐기해야 한다. 독감백신은 가격의 차이가 있지만 1도즈당 3가백신은 7000원~1만1000원, 4가백신은 1만5000원 정도다. 기업들 입장에선 어마어마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실제로 독감백신은 매년 전체 10~20% 정도 폐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4가 독감백신을 팔기 위해선 자사 상품의 우수성을 주장해야 한다. 사노피 파스퇴르의 이번 임상실험 결과 발표도 이러한 배경이 있지 않느냐는 분석이다.

'질병 예방을 위해'라는 방패를 들고 산업과 자본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실험대상으로 삼는것은 아닌지 윤리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볼 문제다.

한편 국내에서 4가 독감백신을 공급하고 있는 곳은 사노피파스퇴르 '박씨그리프테트라주'를 비롯해 GC녹십자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셀플루4가', 동아ST '백시플루4가', 일양약품 '테라텍트프리필드시린지주', 보령제약 '보령플루V테트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플루아릭스테트라' 등이다.


조규봉 기자, 김혜림 기자 hr073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