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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짚는 그래픽경제] 신흥국 위기 뒤에 '첨단 금융무기' 무장한 헤지펀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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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짚는 그래픽경제] 신흥국 위기 뒤에 '첨단 금융무기' 무장한 헤지펀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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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저널 조수연
[글로벌이코노믹 조수연 그래픽 저널 전문위원] 터키 통화는 2017년 12월 말 달러당 3.79리라에서 8월 20일 6.07리라로 60% 하락했다. 6월 말부터는 33% 하락했다. 터키는 2017년 GDP 성장률이 7.3%로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한 저금리, 지속적 건설투자 등의 경제정책으로 재정과 경상수지 쌍둥이 적자, GDP 대비 50%가 넘는 대외부채 등에 시달리고 있어 취약한 신흥국가로 지목되어 왔다. 그런데 터키 위기는 에르도안의 경제 운영 실패 때문 만일까.

세계 금융위기에는 10년 주기 설이 있다. 1971년 미국이 달러와 금의 연동을 깨고 브레튼우즈 체제를 해체했다. 그 이후 미국이 달러를 마음대로 발행하면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대부분 국가를 달러 경제에 예속시켰다. 이때부터 세계 경제는 ‘금리인하-달러 가치 하락-신흥국 거품-금리 인상-달러 가치 상승-신흥국위기-위기 확산’의 사이클이 10년마다 반복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에 이어 2008년 금융위기가 있었다. 금융위기 이후 올해가 10년째인 2018년이다. 올해 미국은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고 달러지수는 2월 이후 8% 강세를 보였다. 세계 금융위기의 공식대로 연초부터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폭락하고 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달러 발행 권력을 무기로 세계 경제를 뒤흔든다는 음모론의 끝에는 정글의 먹이사슬과 같이 하이에나가 있다. 이들은 조지 소로스로 대표되는 헤지펀드들이다. 과거 중남미 위기, 유럽위기, 아시아 위기 등 금융 위기에는 항상 그들이 있었다. 이들은 최첨단의 금융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수익률과 성과보수를 동경하여 모인 금융인력들이 취약한 국가들이 달러 가치 강세로 흔들리면 무자비하게 그 빈틈을 파고든다.

8월 16일 국제금융센터는 터키 통화 리라화에 가해진 투기공격의 패턴을 소개했다. 리라화 공매도+FX스와프, NDF 달러 매수와 리라 매도, 통화옵션 등이 그것인데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들도 상당한 시간 투자를 해야만 알아들을 수 있는 첨단 외환 기법들이다. 터키 정부의 대응 내용이 외신을 통해서 전해지지만, 헤지펀드의 첨단금융기법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적인 내용이므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무리해서 핵심만 요약하면 헤지펀드가 리라화를 공매도(달러 매입)하거나 선물, 옵션시장을 통해서 미래 정해진 가격으로 리라화를 팔 수 있는 계약을 해서 리라화가 폭락할 경우 차익을 얻는 것이다. 또한 통화 당국이 통화가치 방어를 위하여 리라화를 매입하면 시중 유동성 부족으로 시중금리가 급격히 상승하고 기업 자금조달 비용을 상승시켜 주식시장이 폭락하게 된다. 헤지펀드는 이런 과정을 예측하여 주식시장에서 주식 공매도를 통하여 차익을 얻기도 한다.

걸프전과 같은 대규모 전쟁이 현대적 군사 무기의 실험장으로 알려진 것처럼 신흥국의 금융 위기 현장은 현대 첨단 금융무기의 실험장이라고 할 수 있다. 신흥국 위기에 자유롭지 않은 한국경제도 헤지펀드의 공격을 신중하게 분석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 경제는 충분한 외환보유고로 안전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닥쳐서 외환보유고가 소모되기 시작하고 해당 국가의 금융이 대응능력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헤지펀드는 경제의 침몰에 끝까지 베팅할 것이다. 1997년 태국 바트화 폭락 때 한국 금융시장은 첨단 금융기법의 무지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당한 경험이 있다. 최근 사례에서 보듯이 정치와 단기적 경영이익에 집착해온 한국 금융이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헤지펀드의 첨단 무기 폭격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금융 역량을 키우고 있는지 걱정이다.


조수연 그래픽 저널 전문위원 tiger6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