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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 발행어음 아이러니…흥행은 성공, 속도는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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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 발행어음 아이러니…흥행은 성공, 속도는 추락

판매 한달만에 8000억원 돌파, 1년 목표치 절반이상 달성
2주 이후 판매속도 급감, 고금리예금 영향 등 의견분분

NH농협금융지주 김광수 회장(오른쪽)과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왼쪽)은 지난달 2일 여의도 NH금융PLUS 영업부금융센터에서 NH QV 발행어음 출시 기념행사를 가졌다.이미지 확대보기
NH농협금융지주 김광수 회장(오른쪽)과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왼쪽)은 지난달 2일 여의도 NH금융PLUS 영업부금융센터에서 NH QV 발행어음 출시 기념행사를 가졌다.
[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단기금융업 2호 사업자 NH투자증권 발행어음이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발행어음 판매액은 출시 한달만에 8000억원에 달한다. 1년 목표치의 절반을 한달만에 소화한 셈이다. 옥의 티는 판매속도다. 판매 2주일만에 7000억원을 팔았으나 시간이 흐르며 판매속도는 크게 급감하는 모습이다.

◇상품라인업 다양화, 적립형 연 2.50% 수익률도 차별화


NH투자증권 발행어음이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NH투자증권은 단기금융업 인가승인을 받으며 2호 사업자로 발행어음시장에 합류했다.

판매규모로 보면 후발주자라는 아킬레스건은 전혀 없다. 지난 2일 NH투자증권은 지난 7월말 기준 'NH QV 발행어음' 판매 실적이 8000억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발행어음 판매시작일이 지난달 2일이고, 연내 목표 판매액은 1조5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한달만에 목표금액의 절반이상 판매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되레 후발주자라는 약점은 오히려 강점으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최대관심인 발행어음의 1년 만기 수익률(약정형)은 연 2.3%(세전)로 1호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과 똑같이 정했다. 단 NH QV적립형 발행어음의 경우 수익률을 높였다. 연 2.50%(세전)로 한국투자증권보다 0.20%포인트 높게 책정하며 차별화에 성공했다. 여기에다 업계 최고 AA+ 신용등급 등 안정성이 부각되며 리스크에 보수적인 법인 등 기관자금이 몰린 것도 주효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신용등급은 AA+로 업계 최고”라며 “상품라인업을 넓혀 다양한 단기자금운용수단을 제공한 것도 통했다”고 말했다.

흥행에 성공했다고 마냥 들뜰 일이 아니다. 한달 8000억원 판매로 흥행성공에 대해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다르다.

문제는 발행어음의 판매 속도다. 판매금액의 경우 출시 2주일 만에 약 7000억원이 넘게 팔린 것을 감안하면 나머지 기간동안 판매규모는 1000억원에 불과하다. 판매속도가 출시 1~2주일을 기점으로 급감한 셈이다.

이를 두고 그 배경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은행 등 1금융권의 금리인상 움직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발행어음 1년 수익률과 맞먹는 은행예금이 꽤 된다. 최근 은행연합회 예금금리 공시를 보면 1년 금리기준으로 케이뱅크(코드K 정기예금)의 2.25%,, 카카오뱅크(카카오뱅크 정기예금)•광주은행(쏠쏠한마이쿨예금)이 2.20%다. KDB산업은행(KDB Hi 정기예금) 2.18%, 전북(JB다이렉트예금통장)•제주(사이버우대정기예금)•부산(MySUM정기예금S)•수협은행(정기예금 이벤트) 2.10% 등으로 NH투자증권 발행어음 연 2.3%에 턱밑까지 좇고 있다.

한 PB는 "발행어음은 위험자산이고 은행예적금은 안전자산"이라며 "비슷한 건이라면 발행어음보다 은행예금을 선택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시장수요 충분, 운용여건 등을 고려해 판매물량 속도조절


거꾸로 발행어음 사업자인 NH투자증권의 자체적인 속도조절이라는 분석도 있다. 발행어음은 영업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일종의 융통어음이다. 예금자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 위험자산으로 초대형IB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탓에 예금과 비교해 리스크가 크다.

특히 무조건 수익을 내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조달자금 대비 운용성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구조로 초대형IB발행어음의 경우 운용조건도 까다로운 것도 약점이다.

조달자금의 최소 50% 넘게 기업금융에 투자해야 하며, 수익률이 높은 부동산 투자는 30%로 제한된다. 최근 시장상황이 바꾸며 조달자금을 굴릴 투자처가 마땅치 않자 발행어음 판매의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NH투자증권측은 금리대응보다 속도조절에 무게를 두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발행어음을 많이 판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며 “금리를 주려면 운용대상도 찾아야 하는데, 수신자금을 어디에 활용할지에 따라 판매물량도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행어음에 대한 수요는 충분하나 운용여건 등을 고려해 마구잡이로 찍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기관들에게 팔면 금방금방 나간다”며 “하지만 기관자금의 경우 한번에 들어왔다가 한번에 빠져나가는 성향이 있어 천천히 속도조절을 하며 개인 쪽으로도 판매대상을 다양화하고 있다” 말했다.

은행 고금리예금 경쟁에 대해서도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주식을 하지 않는 개인투자자는 불과 5bp 수익률로도 움직이는 등 금리에 민감하다”며 "현재 발행어음 금리가 은행권에 비해 높으며 수시입출금 상품뿐만아니라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 등 만기도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발행어음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시장상황이 바뀌지 않는한 현재의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문가들의 NH투자증권 발행어음을 보는 뷰는 밝다. 운용경험이 쌓일수록 발행어음 규모는 물론 관련 수익도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준섭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발행어음 투자-조달 스프레드(금리차)가 100bp를 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운용 경험이 축적될수록 고수익 투자 대상 자산 발굴 확대와 운용자산 만기에 대한 여유도 가능하다”며 “내년 이후부터는 발행어음 규모가 늘어나는 동시에, 스프레드 개선도 이뤄지며 전체이익에 의미있는 기여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