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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년 외면한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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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년 외면한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

건설부동산부 백승재 기자
건설부동산부 백승재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백승재 기자] “야, 솔직히 이 월급으로 어떻게 자취 하냐? 부모님이랑 같이 살면 청년 아니야? 이게 말이 돼?”

지난달 말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이 출시되고 지인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다. 비과세 혜택, 높은 금리, 소득공제 혜택을 내세우며 청년들의 ‘내집 마련’을 돕겠다던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은 정작 청년들을 외면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과 관련한 청원이 빗발친다.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은 만 19세 이상 29세 이하이면서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의 무주택세대주여야 가입할 수 있다. 근로소득이 없는 대학생들은 원천적으로 제외된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이 ‘복지’의 일환이며 부모의 도움으로 학교를 다니는 학생은 가계소득이 준수한 집이라고 볼 수 있어 혜택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대학생들이 시간이 남아돌아 1시간이 넘는 거리를 통학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독립해 사는 이들이 부모에게 도움을 받을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일하는 청년들도 불만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연봉이 3000만원도 되지 않는데 자취를 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아직 청년인 30대도 불만이 크다. 신혼부부도 아니고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 연령 조건에도 속하지 못한 ‘낀 청년’들은 주거복지 로드맵 혜택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은 나라에서 인정하는 ‘청년’의 나이여야함은 물론이고 내집 마련이 어려울 정도의 소득수준이지만 부모에게서 독립한 자립심 있는 청년이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아이러니한 정책이 돼버렸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관계기관 합동으로 실시한 ‘청년·대학생 금융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 22.9%만이 부모와 독립해 주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 10명 중 8명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정책을 어떻게 ‘청년정책’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국토부는 앞서 소득이나 연령 제한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으나 정책 시행 보름을 넘긴 지금도 별다른 방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루 빨리 자격요건을 완화해 울상인 청년들을 다시 웃게 해주길 바란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