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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짚는 그래픽경제] 기업 설비투자와 고용이 한국에서는 구휼(救恤)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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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짚는 그래픽경제] 기업 설비투자와 고용이 한국에서는 구휼(救恤)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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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저널 조수연
[글로벌이코노믹 조수연 그래픽 저널 전문위원]

6월 취업자수 감소에 이어 6월 산업동향의 광공업 생산과 설비투자 감소가 발표되자 언론들은 한국경제가 망가졌다고 가차없이 지적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삼성그룹을 방문한다고 알려지자 구걸하러 가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터져 나왔다. 재벌 특히 삼성이 나라를 말아 먹었다고 할 때는 언제고 아쉬우니 찾아간다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청와대가 재벌에게 구걸하러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론을 통해 전해 경제부총리를 진짜 구걸하러 가는 모양새로 만든 점이다. 이례적으로 경제부총리가 그에 대해 해명까지 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좋지 않은 경제지표가 발표되면 경제부처 책임자가 재계 총수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러면 재계는 투자와 고용계획을 발표하고 하는 것은 수십 년 익숙한 한국경제의 공식이었다. 이쯤 되면 한국적 경제 정서에서 기업의 고용과 투자는 준조세이거나 정부 또는 기업집단이 백성에게 내리는 구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늘 언론들은 경제가 어려우면 왜 기업에게 구걸 안 하냐고 정부를 윽박지르곤 했다.

그러나 기업은 투자와 고용결정을 구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도 안된다. 경제학 교과서에 의하면 기업은 금리, 임금, 생산성 등 경제여건에서 최적의 투자규모와 고용량을 결정한다. 기업은 누가 뭐라 하든지 최적의 생산기술로 노동과 자본을 조합하여 최대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하여 기업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경제가 안 좋으면 기업은 당연히 투자를 줄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 주주들에게 최적의 배분을 할 수 없다.

지금처럼 다발적인 국제분쟁이 발생하고 세계 경제가 혼란스러울 때는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당연히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대기하는 것이 정상이다. 한국경제만 항상 승승장구할 수 없다. 냉정하게 부존자원도 넉넉하지 않으며 미국, 중국의 경기에 기대어 살 수 밖에 없는 수출의존형 국가에서 아르헨티나, 브라질, 터키, 베네수엘라 등과 같은 곤란을 겪지 않고 2.5~3%의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으니 이만하면 정부나 기업이나 선방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흔히 기업가들은 슘폐터적 기업가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한국의 기업가들이 혁신적 기업가들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언론, 경제전문가, 정부가 그들이 기업가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의 핵심일 것이다. 물론 정경유착, 부정부패, 갑질, 부당거래를 하는 탐욕 기업가는 10배 정도 가중 처벌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한눈 팔지 않고 경제에 입각해 고용과 투자를 결정하고 실패하면 퇴출하도록 하는 것, 진정한 규제개혁은 절차, 순서를 바꾸는 것보다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조수연 그래픽 저널 전문위원 tiger6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