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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그 후…미국 호텔 업계에 부는 변화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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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그 후…미국 호텔 업계에 부는 변화의 바람

미국 시카고에서 활동하는 '유나이트 히어' 관계자들이 지난달 1일 '패닉 버튼'이 도입되자 기뻐하고 있다. 포스터에는 '손은 떼고 바지는 입어'라고 적혀 있다. 사진= '유나이트 히어 1(Unite Here 1)' 트위터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시카고에서 활동하는 '유나이트 히어' 관계자들이 지난달 1일 '패닉 버튼'이 도입되자 기뻐하고 있다. 포스터에는 '손은 떼고 바지는 입어'라고 적혀 있다. 사진= '유나이트 히어 1(Unite Here 1)' 트위터 캡처
[글로벌이코노믹 김형수 기자]
그녀가 뒤로 돌아서자 호텔 객실에서 나가는 길을 막아선 채 특정 부위를 만지고 있는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다. 항의는 하지 못했다.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후아나 멜라라(Juana Melara)가 겪었던 일이다. 지난해 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실렸다. 그녀는 수십년 동안 캘리포니아에 있는 웨스틴 롱비치 호텔에서 객실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

타임은 지난해 '올해의 인물'로 ‘침묵을 깨뜨린 사람들(Silence Breakers)’을 선정했다. 성폭력 문화를 폭로하며 ‘미투 캠페인’에 동참한 사람들이 이름을 올렸다. 용기를 내 입을 연 후아나 멜라라도 그중 한 명이다.

후아나 멜라라는 호텔 업계 노동자들을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주의회 청문회에 참석해 증언하고, 지방의회를 향해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후아나 멜라라와 뜻을 같이하는 수없이 많은 호텔 노동자들이 모여 한목소리를 내자 미국 사회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2일 ‘유나이트 히어(Unite Here)’의 캘리포니아주 남부·애리조나주 지부 ‘유나이트 히어 로컬 11(Unite Here Local 11)’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앤드류 코헨(Andrew Cohen)은 ‘미투 운동’이 주목을 받은 뒤 성과가 나고 있다고 밝혔다. ‘유나이트 히어’는 호텔을 포함한 미국 서비스업계 노동자들이 모인 노동조합이다. 후아나 멜라라와 함께 서비스업계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유나이트 히어’는 ‘패닉 버튼’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패닉 버튼’은 위기에 처한 노동자가 버튼을 눌러 보안 요원이나 경찰 등에게 구조 요청을 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크기와 형태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한 손으로 쥘 수 있을 정도로 작다.

앤드류 코헨은 시카고와 뉴욕에서는 관련 법안이 통과됐으며, 뉴욕과 라스베가스에서는 ‘패닉 버튼’을 비롯한 성추행 보호 방안이 조합계약서(union contracts)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클랜드, 마이애미, 산타 모니카 등지에서는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으며, 로스엔젤레스에서는 이런 내용을 계약에 포함시키는 것을 목표로 호텔 측과 협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 롱비치시 시의회에서는 오는 7일 '패닉 버튼'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법안 표결이 예정돼 있다. 해당 법이 통과되면 50개 이상의 객실을 갖춘 호텔은 직원들에게 ‘패닉 버튼’을 지급해야 한다. 또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노동자가 보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유나이트 히어’는 이 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로레나 로페즈(Lorena Lopez) ‘유나이트 히어 로컬 11’ 조직국장은 “보호 조치가 도입되지 않은 모든 날은 여성들이 위험에 빠지는 또 다른 날”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hyu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