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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농장 독일에서 완벽 재현…한해 수익 중소기업 1년 매출 맞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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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농장 독일에서 완벽 재현…한해 수익 중소기업 1년 매출 맞먹어

[특별기획-유럽 속 한국 강소기업] (4)영진농장

영진농장은 독일에서 한국식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에 건너온 한인들에게 한국 채소를 먹인다는 소박한 생각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독일과 동유럽에서 기업형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영진농장은 독일에서 한국식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에 건너온 한인들에게 한국 채소를 먹인다는 소박한 생각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독일과 동유럽에서 기업형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임성훈 기자]

독일에 가도 우리나라에서와 똑같은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바로 영진농장 김영진 대표 덕분이다. 그가 한 해 농사를 지어 거두는 수익은 웬만한 중소기업의 1년 매출에 맞먹는다.
독일에서 농장을 운영해야겠다는 김 대표의 생각은 아주 기발한 발상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 농장을 '기업형'으로 가꾸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그저 독일의 한인들, 특히 광부와 간호사로 고향을 떠나온 그들에게 고국에서처럼 김치를 만들어 먹도록 하자는 소박한 생각이 그 출발점이었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한국인이 독일에서 토지를 구입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언어장벽에, 이런저런 행정적 절차 때문에 모진 고생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토양이다. 우선 한국과 토양이 달라 시행착오도 수없이 겪었다. 김영진 대표는 "재배한 작물이 우리나라에서와 모양이 다르게 나오는 바람에 속이 무척 상했다"고 했다. 그가 심은 작물은 한국 것과 다를 바 없었지만 무와 같은 작물은 한국에서처럼 두툼한 모양을 띠지 않고 길고 가느다랗게 자랐다. 그래도 그게 어디인가. 그는 독일에서 대부분의 한국 작물을 훌륭하게 키워냈다.

"처음에는 아내와 함께 독일 각 도시를 돌아다니며 직접 채소를 팔았어요. 주로 한인교회, 한글학교가 있는 곳을 찾아 다녔죠." 그의 단골 고객에는 한국식당도 있었다. 고국과 같은 재료를 사용하니 한식도 한층 맛있어지고 결국 식당과 농장 모두 상생할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소매를 할 필요가 없을만큼 농장이 커지고 기업형 영농을 하게 되었는데도 김영진 대표는 지금도 주말이면 직접 한인들을 찾아 나선다. 그의 트럭은 그래서 언제나 흙냄새가 가득하다.

이제는 한국 품종의 채소를 더 좋아하는 현지인들도 넘쳐난다. 그런데도 그가 굳이 한인들을 찾아나서는 것은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지금은 독일과 동유럽 현지 슈퍼마켓에 납품하지만 우리 농장을 일으켜 세워준 것은 한국 동포들이기에 그 고마움에 매주 직접 찾아 다닙니다."

그는 현재 동유럽에도 농장을 소유하고 있다. 그의 일주일은 이곳저곳을 오가느라 바쁘다. 그럼에도 항상 웃는 얼굴과 밝은 목소리로 인사하고 전화를 받는 그는 평범한 천상 농사꾼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유럽에서도 '한국 것'이 통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흘리는 땀방울의 양이지 결코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다. 어떤 것도 땀으로 키우지 않고서는 곧 말라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임성훈 기자 shyim9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