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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52시간 무용지물… “눈치껏 야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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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52시간 무용지물… “눈치껏 야근해”

7월부터 시행된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300인 이상 사업장은 주당 최장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52시간 근무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근로자들이 많다.이미지 확대보기
7월부터 시행된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300인 이상 사업장은 주당 최장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52시간 근무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근로자들이 많다.
[글로벌이코노믹 백승재 기자]
#1.

대형건설사에 재직 중인 A씨는 최근 정시에 퇴근한 적이 없다. 정부 시책에 따라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지만 업무량이 많아 비업무시간에도 일을 하는 게 다반사다. 상사들은 업무시간관리 시스템의 맹점을 잘 활용해 ‘눈치껏’ 야근할 것을 주문한다.

#2.

B씨는 한 건설사 현장 엔지니어다. 회사보다 현장으로 출근하는 일이 많은 그에게는 노트북이 지급된다. 이 노트북에는 근로 시간을 체크하는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근무 종료 버튼을 눌러도 PC는 꺼지지 않는다. 개인시간에도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배려(?)라지만 실상 비업무시간에도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7월부터 시행된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300인 이상 사업장은 주당 최장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었다. 건설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각 건설사들은 탄력근무제, 셧다운제 등을 도입해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키기 위한 방책을 세웠다. 그러나 근로자들은 시스템만 달라졌을 뿐 결국 ‘조삼모사’라고 말한다.

엔지니어링 전문업체인 H사는 주 52시간 이상 근로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새 근로시간관리시스템을 만들었다. 유연근무제 및 코어시간을 지정하지 않고 근로자가 직접 자신의 근로시간을 체크하는 방식이다.

시스템의 근무시작버튼을 누르면 근로시간 산정이 시작된다. 근무를 하지 않을 때에는 비업무 상태로 전환해두고 탄력적으로 시간을 사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비업무 상태에서도 PC 운용은 가능하다.

이로 인해 비업무 시간 상태를 설정해 두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내부에서는 이를 적극 활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지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스템은 다음 날 자신의 근무시간에 대한 확인 서명을 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야근을 했다고 하더라고 자신의 근무시간을 수정할 수 있다. 야근을 했으나 시스템에는 야근을 하지 않은 것으로 표시될 수 있는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의 경우 공사기간 등의 문제로 어쩔 수 없는 연장근무가 많았다”면서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52시간 근로 때문에) 현장을 비워야 하니 남은 업무를 집으로 싸들고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아무리 근로환경 개선에 힘을 쓴다 해도 기업에서 안 해버리면 그만 아니냐”면서 “기업이 ‘꼼수’를 부리는 것부터 막아야 실효성 있는 52시간 근무제도가 안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