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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아웃의 진실] 맘스터치 삼계탕, 간편하지만은 않은 가정간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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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아웃의 진실] 맘스터치 삼계탕, 간편하지만은 않은 가정간편식

맘스터치 '대중삼계탕'의 실제 모습(우)은 포장지 이미지(좌)보다 왜소했다 사진=김형수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맘스터치 '대중삼계탕'의 실제 모습(우)은 포장지 이미지(좌)보다 왜소했다 사진=김형수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김형수 기자]
복날이면 생각은 나지만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던 삼계탕을 집에서 먹을 수 있게 됐다. 맘스터치는 지난달 21일 가정간편식 삼계탕인 ‘대중삼계탕’과 ‘소중삼계탕’을 내놨다. '대중삼계탕(6900원)'에는 닭 한 마리가, '소중삼계탕(4900원)'에는 닭 반마리가 들어있다. 점심시간 뙤약볕이 내리쬐는 삼계탕집 앞에서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복잡한 조리과정도 귀찮은 설거지도 없다.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면 끝이다. 맘스터치의 삼계탕은 ‘혜자버거’라고 불리는 다른 메뉴처럼 ‘혜자스러울까’. 지난 25일 맘스터치의 ‘대중삼계탕’을 사서 먹어봤다.

◇닭다리 같은 수삼과 대추 두 알은 행방불명

튼실한 수삼 뿌리와 대추 두 알은 찾지 못했다. 사진=김형수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튼실한 수삼 뿌리와 대추 두 알은 찾지 못했다. 사진=김형수 기자


국물이 433g, 뱃속에 찹쌀과 수삼 등이 들어간 닭이 504g. 포장지에 적힌 중량 800g보다 140g 가까이 많았다. 닭의 크기가 포장지 속 그림보다는 작아 보였지만 그럭저럭 ‘혜자스럽구나’ 싶었다. 그런데 포장지 그림 속에 있는 닭다리 못지않은 굵기의 수삼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이리저리 닭을 헤집고 나서야 가녀린 수삼 두 개를 찾을 수 있었다. 또 대추도 포장지 그림과 달리 세 알이 아닌 한 알밖에 없었다. 닭 위에 올라간 송송 썬 대파는 아예 없었다. 포장지 뒷면에는 ‘대파를 넣어 먹으면 더 맛있다’고 적혀 있었다. 따로 준비해야 했던 것이다.

◇힘없이 풀어지는 닭고기

집게로 살짝 건드리자 다리 하나와 날개가 떨어져 나왔다. 닭고기를 먹고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사진=김형수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집게로 살짝 건드리자 다리 하나와 날개가 떨어져 나왔다. 닭고기를 먹고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사진=김형수 기자

포장을 뜯고 내용물을 그릇에 옮겨 담았다. 노란빛이 도는 뽀얀 육수와 한껏 웅크린 닭 한 마리가 모습을 나타냈다. 닭이 한쪽으로 쏠려 집게로 살짝 밀자 한쪽 날개와 다리가 힘없이 몸통에서 떨어져 나왔다. 포장지에 적힌 레시피를 따라 9분 동안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닭고기는 지나칠 정도로 부드러웠다. 젓가락으로 집으면 가슴살도, 날개도, 다리도 힘없이 딸려 올라왔다. 쫄깃함이 생명인 닭다리조차 몇 번 씹지 않아도 사라졌다. 닭고기를 먹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입안에서 맥없이 풀렸다. ‘퍽퍽살’이라고 불리는 가슴살에서 약간의 퍽퍽함이 느껴졌을 뿐이다. 혀와 입술로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만큼 치아가 좋지 않은 사람이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국물 한술 뜰 때마다 뼛조각 뱉어내야

국물을 떠먹을 때마다 뼛조각이 입에 들어왔다. 매번 뼛조각을 골라내는 일은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사진=김형수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국물을 떠먹을 때마다 뼛조각이 입에 들어왔다. 매번 뼛조각을 골라내는 일은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사진=김형수 기자


퍽퍽함에 국물에 손이 갔다. 수삼과 대추의 향이 올라오는 익숙한 삼계탕 국물 맛이었다. 짜게 먹지 않는 사람이라면 따로 소금을 넣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간이 돼 있었다. 국물을 몇 숟갈 떠먹다 보니 닭 뱃속에 있는 찹쌀밥이 눈에 띄었다. 수삼의 향이 짙게 밴 밥은 입안에서 죽처럼 풀어졌다. 치아가 약한 사람들에게 좋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 때쯤 작고 딱딱한 무언가가 씹혔다.

국물 속으로 흩어져버린 닭의 뼈였다. 갈비뼈가 지탱하고 있었을 몸통은 젓가락질과 숟가락질을 견디지 못하고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다.국물 한 번 떠먹고 뼛조각 하나를 입안에서 골라내고, 밥 한술 뜨고 또 작은 뼈를 퉤퉤 뱉어내는 일은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결국 국물과 찹쌀밥이 꽤 남아있었지만 수저를 놓고 말았다.

"집에서도 맛있고 간편하게". 맘스터치가 홈페이지에 적어놓은 삼계탕 소개 문구다. "집에서도"는 맞는 말이다. "맛있고"는 쫄깃한 닭고기와 부드러운 닭고기 가운데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에 따라 판단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간편하게"에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먹기 전까지는 간편했지만 입속에서 뼛조각을 골라내는 일은 불편했다.


김형수 기자 hyu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