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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짚는 그래픽경제] 즉시연금 문제, 약관‧보험원칙 대신 고객과의 신뢰로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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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짚는 그래픽경제] 즉시연금 문제, 약관‧보험원칙 대신 고객과의 신뢰로 풀어라

[글로벌이코노믹 조수연 그래픽 저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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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저널 조수연


금융회사의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은 국민의 상식이다. 어지간한 금융회사의 사훈, 사시에는 신뢰가 들어있다. 그러나 굴지의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신뢰를 훼손하는 사건을 보면 의심이 커진다.

최근 웰스파고는 금융상품을 단기거래 하도록 유도한 부당영업행위로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5100만 달러 처분을 받은 데 이어 고객동의 없이 계좌를 만들거나 부가상품을 첨가 판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BOA, 메릴린치, 도이체방크 등 많은 글로벌 금융회사의 사례는 금융회사와의 거래에 신뢰가 다가 아니라는 씁슬한 교훈을 남긴다.

최근 국내 보험회사들의 즉시연금보험이 연일 화제다. 기자도 지점장 시절 방카슈랑스를 권유한 경험이 있다. 즉시연금은 고객들에게 원금은 보장되고 공시이율에 따라 매월 연금을 지급한다는 것이 고객에게 알려진 상품 내용이다. 그러나 금리가 계속 하락하자 원금 일부에서 연금을 우선충당해 주었고 만기일에 사업비를 정산하고 계산하니 원금이 부족해서 지급을 유예했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약관에 사업비 공제 표시가 있다, 없다에 따라 보험회사 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보험원칙에 대한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즉시연금 지급이 타당하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시끄러운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보험은 원칙적으로 사업비를 차감하고 배당이든, 원금이든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보험회사도 근거 없이 회사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것이 있다. 점점 저금리가 심해질수록 금융회사의 경쟁력은 상품의 수익률이나 부가 서비스보다는 '고객신뢰'라는 것을 되새겨야 한다.

물론 약속하지 않은 것을 주장하면 블랙컨슈머다. 깨알같은 약관을 분석하고 금융상품을 가입하는 고객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고객이 금융상품을 가입하는 문화라면 오히려 금융회사의 매출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대부분 고객은 금융회사와 상담직원을 믿고 마지막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고객이 믿음으로 약속했는데도 당장 법으로 임기응변하여 고객을 희생시키고 약속을 저버리는 금융회사는 저금리보다 더 무서운 신뢰의 붕괴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프레임을 약관과 보험원칙으로 바꾸려는 것은 당장은 매력적인 전술로 보이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에 적합한 결정인지는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조수연 그래픽 저널 전문위원 tiger6201@